[Sports] Wimbledon: Federer vs Nadal by Lucypel

무슨 종목인가는 상관없이, 한 대회에서 5년 연속으로 우승을 차지한다는 것,
게다가 그 대회가 세계 최고 수준의 대회이며 매번 압도적인 기량을 보였다는 것은
굳이 테니스에서 윔블던의 위치를 언급하지 않아도 쉽게 대단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작년의 페더러는 정말 압도적이었다.
나달을 만났던 2006년의 윔블던 결승전은 단 한 세트만을 내어주었고,
그 한 세트는 그가 토너먼트 전체에서 상대에게 내준 유일한 세트였다.

그러나 올해의 나달은 작년의 그와는 사뭇 다를만큼 엄청나게 강했다.
빠른 발은 페더러가 아무리 깊은 코스의 공을 쳐내도 어떻게든 따라가서 공을 쳐냈고
강인한 왼팔은 설령 자세가 불안해졌다 해도 팔과 손목의 힘만으로 정확하게 처리했다.
게다가 지난 프랑스 오픈부터 부각된 페더러의 약점, 백핸드를 집중적으로 노리는,
작년에는 없었던 두뇌 플레이까지 더해져 경기 내내 페더러를 압박했다.
그 결과 상대 서브의 브레이크 횟수나 브레이크 포인트는 페더러보다 나달이 많았고
특히 5세트에서 있었던 두번 연속의 더블 브레이크 포인트 찬스는
프랑스 오픈과 윔블던을 동시에 제패하는 챔피언의 탄생을 예상케 했다.

하지만 페더러의 최대 강점은,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 강인한 정신력이었다.
자신이 얼마나 실수를 하건, 상대가 얼마나 강력하건, 그는 침착함을 잃지 않는다.
그것이 그를 랭킹 1위에서 내려오지 않을 수 있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
설령 관중석으로 날아가는 어이없는 샷을 한 직후에도 그는 침착했고
다음 샷은 반드시 환상적인 샷으로 상대와 관중을 압도했었다.

최근에 들어 페더러는 유독 나달과의 경기에서 침착함을 잃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지난 프랑스 오픈 결승도 그랬고 이번 결승에서도 찌푸린 표정을 꽤나 많이 보였다.
그런 표정의 앞뒤에는 항상 좋지 못한 플레이가 많았고 악순환을 반복시켰다.
이번 결승에서도 나달에게 브레이크 당했던 네게임에서 페더러는 침착을 잃었었고
그것을 빠르게 회복하지 못한 채 그 세트를 내어주는 실수를 반복했다.

하지만 역시 강자는 승부처에서 자신의 능력을 200%, 300% 이상 발휘하는 법.
두게임이나 브레이크당하며 내준 4세트 이후 5세트 초반 나달에게 심하게 흔들렸지만
페더러는 나달에겐 없는 자신의 장점인 시속 200km가 넘으면서도 정확한 서브를 구사하며
차분하게 자신의 서비스 게임을 지켜내는 괴력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경기를 잘 풀어나가기 시작하자 나달이 약점으로 보고 계속 공략했던
백핸드마저 깔끔하게 깊은 샷을 성공시키며 완벽한 플레이가 이루어지기 시작했고,
결국 코트의 앞뒤좌우를 모두 완벽하게 지배하며 깔끔한 스매싱으로 챔피언십 포인트를 따냈다.

(물론 필자가 테니스의 기술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페더러의 경기력에서 가장 실망스러웠던 부분은 확실히 백핸드였다.
페더러의 테니스에 처음 빠져들었던 요소 중 하나는 바로 "능구렁이같은" 백핸드 슬라이스였다.
정말로 스물스물 넘어오며 시간을 벌면서도 상대가 곤란한 깊은 부분을 정확히 노리는
그런 백핸드 슬라이스 샷은 페더러의 전매특허이면서 연승 가도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특히 나달과의 대결에서는 그러한 슬라이스 샷이 많이 줄어 있다.
도리어 탑스핀도 아닌 굉장히 플랫한 백핸드 샷을 자주 구사하면서 경기하는데
이런 샷은 대부분 나달의 파워에 밀려 아웃되는 경우가 자주 보이는 것은 매우 아쉬웠다.
물론 이러한 문제는 나달의 기량이 매우 좋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나달의 샷은 슬라이스로 처리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슬라이스 샷이 벌어주는 시간은 나달에게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올해 있었던 페더러의 코치 교체와 슬라이스 샷의 빈도 감소는 어쩐지 연결되고
이러한 부분이 어서 해결되어 예전처럼 압도적인 페더러의 기량을 다시 보고 싶다.

중계 중에도 계속해서 잡아주었던 비욘 보리의 윔블던 5연패 기록을 페더러가 다시 썼다.
그리고 페더러는 아직도 20대 중반의 선수이기 때문에 기록 연장의 가능성도 있다.
또한 이번 우승으로 그랜드슬램 타이틀만 11개째를 기록한 페더러는
피트 샘프라스의 그랜드슬램 최다 타이틀 기록에도 계속해서 도전할 것이다.

아직도 황제에게는 정복해야 할 땅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팬들은 그를 따른다.
게다가 천재 나달이 황제의 앞을 가로막으려 하는 것은 언제나 큰 재미를 준다.
이제 남은 올해의 그랜드 슬램은 U.S. 오픈 뿐.
또다시 페더러 대 나달이 이루어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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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GrayFlower 2007/07/09 20:59 # 답글

    테니스라면 '테니스의 왕자'와 '샤라포바'밖엔 모르지만 왠지 굉장하군요. 윔블던을 연속으로 5번이나 우승하다니 말이죠.(윔블던은 영화 '윔블던'을 봐서 안다는..^^;)
  • Lucypel 2007/07/09 21:12 # 답글

    GrayFlower: 페더러의 플레이를 보면 정말 테니스의 왕자에 나오는 것 같아요. (...) 저도 영화 윔블던은 재밌게 봤습니다. 남녀 주인공을 좋아해서 말이죠. ㅋㅋ
  • 신현수 2007/07/10 00:24 # 삭제 답글

    난 퍂더러 팬!
  • Lucypel 2007/07/10 10:10 # 답글

    신현수: 대단하지요, 페더러 선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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