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w] 오르세미술관展 (8/21)

오랫만에 다시 찾은 한가람 미술관은 미어 터졌다. (...)
나름 사람이 없는 시간대를 노려보겠다고 11시쯤 도착했는데
이미 전시장 안은 꽉 들어찬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덕분에 많은 작품을 여유있게 보고 오지는 못했지만,
관람 내내 끼고 있었던 이어폰의 덕인지 나름 생각은 많이 한 것 같다.
잠깐 이어폰을 빼보았을 때 들려오던 엄청난 소리들은
음악은 껐어도 이어폰은 끼고 있는 편이 낫다는 결론을 내 주었다.

이번에 주로 생각했던 것은 "왜 이 그림을 그렸을까"하는 점.
무엇을 나타내고 싶어서 그린 작품인가를 생각하는 건 참 기초적인 일이지만
제대로 배운 적도 없고 경험이 많은 것도 아닌 초보자로서는 나름 기특한 생각이 아닐까.
그리고 그런 생각을 바탕으로 감상한 작품들에서 결론은 한심하게도 또 모네로 돌아왔다.

나는 마음에 드는 풍경을 보았을 때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찍고 싶어진다.
특히 햇살이나 구름, 하늘의 모습, 물의 느낌, 바람의 풍경같은 것들이 주로 그런데,
그런 느낌에서 모네의 작품들은 쉽게 동감할 수 있고 좋은 감정을 느끼는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그림이나 사진에 대한 "욕심"은 보통 자연을 대상으로 해서
인물의 감정에 대해서는 쉽게 동감하지 못하는 듯한 아쉬움도 있다.
오늘은 특히 고흐나 고갱의 그림에서 그런 아쉬움을 많이 느꼈는데,
그들이 표현한 그림 속 인물들의 감정을 쉽게 느끼기에는 아직 모자른 듯 하다.
특히 고갱이 그린 타히티의 인물들이 갖고 있는 정서를 읽지 못한 것은 참 아쉬웠다.

오늘 관람은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시끄러운 가운데 여러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갓난쟁이부터 꼬마 아이들까지 데려온 부모들도 많이 있었고
온갖 것을 적어보려고 애를 쓰는 초중고 학생들도 많이 있었다.
심지어는 유치원 단체 관람도 몇몇 그룹이나 눈에 띄었다.
그들은 조용하고 충분하게 작품을 감상하지 않는 듯 했고
다른 사람들의 관람을 방해하는 일도 꽤나 많이 행했다.

하지만 내가 그런 사람들의 관람을 얕잡아 볼 수 있을까?
그들의 관람과 감상도 충분한 가치를 갖고 있다고 생각해야 할까?

아이들의 시선은 스스로가 창피할만큼 순수하다.
순수한 시선은 이미 더럽혀진 어른의 눈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본다.
자유로운 생각은 갇힌 머리가 잡아내지 못하는 것들을 느낀다.

아는 것을 하나라도 더 찾으려 노력하고, 한 마디라도 더 적어보려는 학생들은
팔짱끼고 서서 자기 중심적인 시각으로 감상하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을 하고 훨씬 더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다.

부모들은 어린 아이들에게는 동화책 삽화나 애니메이션보다 재미없는 그림을 설명하기 위해
관심없는 아이가 이해할 수 있고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쉽고 재밌는 설명을 하려 애쓴다.
그리고 그런 노력은 아이들에게 미술의 재미를 알 수 있게 하는 가치가 있다.

저런 사람들의 감상에 비해 나의 그것은 아직도 많아 모자르다.
적어도 진실된 생각이고 노력이라는 전제 아래에서는, 모두 큰 가치를 가진다.
정말로 진실되게 느낀 것이라면 한 사람의 생각이라는 것만으로 우열을 가릴 수 없다.
"만종"을 단순히 평화로운 해질녘의 두 부부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아이의 감상과
역사적인 흐름과 기법의 역사, 밀레의 사생활까지 모두 다 아는 평론가의 평론 중
어떤 것이 더 가치를 가진다고 그 누가 감히 말할 수 있겠는가.

물론 그래도 작품을 폰카메라로 찍어가는 것은 정말 추잡한 개매너다.
그리고 그런 한심한 인간들이 아직도 있다는 사실은 매우 슬프다.
분명히 입구에 사진 찍지 말라고 써붙여 놓았는데도 말이다.


덧.
그래도 그나마 11시에 도착한 것은 너무나 큰 다행이었다.
전시장을 나와 카페에서 지켜보자니, 12시가 넘어서는 들어가지도 못하고 밖에서 줄 서더라.

덧2.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 하러 들어간 카페에는 치즈 케잌이라는 유혹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그 유혹에 굴복했다. 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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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cypel | 2007/08/21 19:29 | Review: Show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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