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더러와 로딕의 대결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첫 서브의 성공 여부로 승부가 갈렸다.
두 선수의 서브 능력을 투수에 비교해보면 쉬운 설명이 될 것이다.
시속 160km을 넘나드는 직구를 7회, 8회까지 너끈히 던지는 파워 피쳐인 로딕은
다만 다혈질이어서 리듬을 잃으면 제구가 잘 되지 않는 단점이 있고
제대로 맞출 수만 있다면 쉽게 안타를 얻어낼 수 있는 약점이 있다.
반면 시속 150km대 초중반 정도의 속도밖에 나오지 않지만
신기에 가까운 핀포인트 제구력과 다양한 구질을 가진 페더러는 딱히 약점이 없다.
다만 완벽한 제구를 위해서는 엄청난 집중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인지
경기에 집중하는 정도에 강약을 두어 스스로 약한 시기를 두는 특징이 있지만
그마저도 적절한 위기 관리 능력과 엄청난 배짱, 심리전에서의 승리로 극복해낸다.
오늘 경기도 2세트까지는 로딕의 직구와 페더러의 변화구가 팽팽했다.
세계 탑랭커인 두 선수간의 경기에서 브레이크 포인트가 모두 합쳐 한번밖에 나오지 않았고,
그나마도 로딕의 공세를 페더러가 특유의 심리전과 배짱으로 가볍게 제압하였다.
결국 두 세트 모두 타이브레이크까지 가는 접전 끝에 순간적인 심리전에서 승리하며
단 한 포인트를 상대에게 더 따내는 간만의 차이로 페더러가 승리했다.
결국 승부가 완전히 갈린 시점은 3세트에서의 페더러 첫번째 브레이크 찬스.
더블 브레이크 포인트로 얻은 페더러는 차분하게 한번의 실패 이후 성공시켰고,
이어지는 자신의 서비스 게임에서 듀스까지 몰렸지만 결국은 게임을 지켜냈다.
이미 두세트를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서비스 게임을 브레이크 당했고,
게다가 바로 이어지는 기회마저 살리지 못한 로딕은 흔들릴 수 밖에 없었다.
결국 그의 강력한 직구는 조바심에 제구력을 잃고 상대에게 기회를 내주었고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페더러는 그런 기회를 놓치지 않고 승리를 만들었다.
사실 오늘 그리고 최근 로딕의 경기력은 대단한 수준이었다.
이번 경기에서도 2세트까지 이어진 페더러와의 호각지세는 매우 팽팽했고,
예전처럼 쉽게 흥분하지도 않으면서 또 너무 가라앉지도 않은 적당한 상태였다.
빠르기만 하고 잘 빗나가던 서브도 꽤나 안정적으로 첫 서브를 성공시켰고,
자신보다 강한 페더러에게 맞춘 전략적인 움직임도 괜찮았다.
다만 그의 문제는, 그리고 현 시대 모든 프로 테니스 선수의 문제는
아무리 강해져도 더 강한 페더러가 아직도 20대 중반의 젊은 선수라는 점이다.
나달이라는 강력한 적수가 등장하기는 했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클레이 코트에서 뿐이고,
하드 코트와 잔디 코트에서는 거의 적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최속은 아니지만 최강인 핀포인트 제구의 완벽한 서브.
포핸드와 백핸드를 가리지 않는 현란한 스트로크 컨트롤.
상대의 예상을 완벽하게 벗어나는 구종과 방향의 선택.
거기에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최선의 결정을 내리는 평정심까지,
테니스 선수가 갖추어야할 거의 모든 덕목을 완전히 갖추고 있는 페더러라는 존재는,
동시대에서 코트를 누비는 모든 선수들에게 도전의 대상이자 좌절의 동기일 것이다.
이제 올시즌 마지막 메이져 대회인 미국 오픈의 4강 대진이 완성되고 있다.
황제 페더러의 강력한 맞수인 나달은 이미 탈락했고 홈 어드밴티지의 로딕도 손수 꺾었다.
다비덴코와의 준결승만 넘어선다면 메이져 대회 최다승 기록에 한걸음 더 다가갈 페더러.
과연 그의 한계는 어디까지일지, 지켜보는 이들은 그저 경이로움에 놀랄 뿐이다.
- 2007/09/06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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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comments















덧글
홍돈 2007/09/06 23:14 # 답글
테니스는 잘 모르지만 페더러와 나달, 로딕은 알고 있습니다요.ㄷㄷ옛날에 아가시, 샘프러스, 마이클 창..그리고 그 성질 더럽던 선수.....
게임때문에 알게된 선수들인데 말이죠^^;;ㅎㅎ
Lucypel 2007/09/07 02:55 # 답글
홍돈: 경기를 직접 보시면 더 잘 느끼실 수 있으실 거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