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s] Euro 2008 Qualifying: England vs Russia

정석적이면서 변칙적인 빅 앤 스몰 조합이 위력은 바로 이런 것이다.
오랜 기간 발을 맞췄던 오언과 헤스키의 조합이 다시 한 번 날아올랐다.

일반적으로 빅 앤 스몰의 조합은 말 그대로 키가 큰 선수와 작은 선수의 조합이다.
큰 선수는 키와 무게를 무기로 공간 점유와 공중볼 처리에 능력을 보여주고
작은 선수는 빠른 발과 민첩한 움직임으로 빈 공간을 찾아들어가기 마련이다.
즉, 큰 선수가 패널티 박스 안에서 자리를 잡고 작은 선수가 밖으로 움직이면서
큰 선수의 헤딩 혹은 골문에서의 직접 슈팅으로 득점하거나
작은 선수가 세컨 볼 혹은 빈 공간에서의 기술적인 슈팅으로 득점하게 된다.
어마어마한 피지컬의 헤스키와 빠른 발의 오언은 전형적인 빅 앤 스몰의 조합이다.

하지만 오언과 헤스키의 조합은 조금은 다른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헤스키는 피지컬을 바탕으로 공간 점유와 공중볼 처리에 대단한 능력을 보이지만
직접 슈팅을 통한 득점력은 떨어지고 대신 간결한 발재간을 통해 볼 키핑이 좋다.
처진 스트라이커나 측면에서도 키핑 이후 패스라는 적절한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
반면 오언은 빠른 발과 영민한 플레이가 일품이지만, 또한 박스 내에서의 움직임이 좋다.
키는 작지만 작은 키에 비해 뛰어난 제공 장악과 센스 넘치는 마무리도 매우 좋다.
도리어 2선이나 측면에서의 움직임보다 골문 앞에서의 움직임에 특화되어 있는 것이다.
결국 작은 오언이 타겟맨이 되고 큰 헤스키가 섀도우로 움직이는 독특한 조합이 완성되고
이러한 움직임은 지난 이스라엘전에 이어 러시아전에서도 놀랄만한 결과를 보여주었다.

오언과 헤스키의 조합이 빛을 발한 장면은 역시 두번째 골 장면.
한 사람으로는 도저히 막을 수 없는 헤스키와의 공중볼 경합을 위해 두 명의 수비가 붙고,
그런 수비를 뚫고 헤스키가 떨궈주는 공을 빈 공간에서 오언이 단숨에 깔끔하게 마무리.
해설은 헤스키를 두명이서 막은 것이 수비의 실수라고 하지만,
개인적인 관점에서는 헤스키는 두명이 아니면 거의 막을 수 없고
러시아처럼 개인 기량이 떨어지는 팀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기 때문에
수비로서는 최선의 선택을, 다소 도박에 가까운 선택을, 감행했고
그것을 완벽하게 무너뜨린 잉글랜드 공격진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첫번째 골도 헤스키의 역할을 세트피스 상황에서 테리가 대신한 느낌이 있을 뿐,
큰 선수가 상대 수비와 경합하고 도리어 작은 타겟맨인 오언이 간결한 마무리를 지었다.
또한 반대로 오언의 역할을 라이트필립스, 조 콜, 제라드 등의 미드필더들이 수행하면서
헤스키가 여전히 공격의 중심에서 움직여주는 상황도 몇차례 효과를 보이며
헤스키의 기용이 잉글랜드 공격 옵션에 상당한 도움을 준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개인적인 평가에서 현 잉글랜드 선수 중 공격력이 가장 좋은 선수는 오언과 루니이다.
하지만 이 조합은 소위 "꼬꼬마 투톱"이라고 불릴 정도로 키가 작은 선수들의 조합이다 보니
기동력과 활동력, 결정력에서의 이익과 맞물려 공중 장악에서의 취약한 부분을 쉽게 드러낸다.
세번째 공격 옵션인 크라우치는 키가 크지만 공중 장악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지는 못하고
도리어 섬세한 발재간이 돋보이는 선수이며 다른 선수들과의 호흡이 다소 부족한 듯 하다.
결국 최선의 선택인 오언과 루니의 조합에 전술적인 변화를 주려면 헤스키가 필요하고,
그런 점에서 헤스키는 아직도 대표팀 합류에의 경쟁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는 듯 하다.

헤스키와 더불어 좋은 모습을 보여준 선수로는 단연 가레스 베리가 있다.
가레스 베리는 램파드-하그리브스의 부상 공백과 캐릭의 부진을 틈타 출장했는데,
날카로운 왼발 패스와 적극적인 수비 가담으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아스톤 빌라의 미드필더는 공수 조율에서 제라드의 좋은 파트너로 활약하면서
제라드와의 공존 문제를 심각하게 지적받고 있는 램파드나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적은 캐릭과의 주전 경쟁에서 좋은 위치를 선점했다.
강력한 수비력을 지니고 있는 하그리브스마저 경쟁에서 이겨낼 수 있다면,
내년에 펼쳐질 유로2008에서 틀림없이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듯 하다.

오언의 2골 1어시스트의 화려한 활약에 힘입어 잉글랜드는 연승을 거두었다.
예선 탈락이라는 거대한 암초를 만났던 맥클라렌 감독은 어떻겐가 암초를 피했고,
앞으로 다가올 거센 폭풍을 거칠 기나긴 항로만 지나간다면 일단은 한숨 돌릴 수 있다.
헤스키와 베리, 대타로 발탁된 선수들이 맥클라렌 감독의 운명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인지,
남은 경기 일정을 지켜보는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다.


덧.
뉴 웸블리 구장의 잔디는 무척 미끄러운 듯 하다.
다시 개장한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웸블리에서 펼쳐진 많은 경기들은
많은 선수들에게 쉴새없이 미끄러지는 모습을 보여주니 말이다.
일부러 그런 것인지, 어쩌다 그리 된 것인지, 사실은 정확히 조사해야 할 듯 하다.

by Lucypel | 2007/09/13 16:03 | Review: UCL/UEFA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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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홍돈 at 2007/09/13 17:42
후반은 정말 재미없는 경기였죠.

사실 러시아에 기대를 많이 걸었습니다. 하지만 전술적으로 굉장히 답답한 모습..
사이드백들의 공격가담은 수는 많았지만 실속이 없었죠.
아르샤빈, 파블류첸코, 시체프를 모두 사용하고도 되려 공격적으로 나가지못한 것이
굉장히 아쉽구요.... 상대가 뻥글이었기 때문에 그랬던 것일수도 있지만...,,
Commented by 아이리스 at 2007/09/13 18:06
역시 오언 헤스키 조합은 리버풀에서도 다년간 손발을 맞춰봤기에 상당히 위력적인듯 합니다. 루니 오언이나 크라우치 루니 조합과는 큰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Commented by Lucypel at 2007/09/13 19:53
홍돈: 뻥글이라도 이겨주면 감사할 뿐입니다. ^^; (<-잉글랜드 팬)

아이리스: 개인적으로는 루니의 재능을 정말 높게 보기 때문에, 발만 잘 맞출 수 있다면 루니-오언 조합이 가장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현재로서는 정말로 잘 맞췄던, 그리고 잘 맞추는 헤스키-오언 조합도 무척 쓸만한 것 같습니다. 크라우치는, 역시 후반 조커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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