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거슨 감독은 아직도 루니가 고프다.
참으로 다행인 부분은 공격이 무딤에도 여전히 단단한 수비.
프리미어리그에서는 굳이 홀딩 미드필더가 필요없을 정도로
퍼디낸드와 비디치 센터백 콤비는 빠르고 강하고 영리하게 수비해준다.
거기에 이번 경기처럼, 그리고 잉글랜드 대표팀의 러시아 경기 때처럼,
치명적인 공격력과 절실한 득점력도 때때로 선보여주니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럽다.
네빌의 빈자리를 느낄 수 없도록 단단하고 성실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브라운도 좋고,
공수 양면에서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는 에브라의 성장세도 대단히 의미를 가진다.
실베스트르의 부상이 크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그래도 수비진은 일단 합격점이다.
그리고 다음으로 긍정적일 수 있는 부분은 이적생들의 적응이 어느정도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특히 루니의 부상으로 본의 아니게 꾸준히 선발 출장하고 있는 테베즈의 적응은 상당한 수준.
원톱이 있을 경우 그 뒤를 받쳐주던 루니의 플레이처럼 미드필더까지 잘 내려와주고
공을 받고 잘 잡아놓은 다음에 적절하게 찔러주는 패스의 질도 계속 향상되고 있다.
호날두, 긱스, 나니 등의 윙어 자원들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공간 패스가 몇차례 성공하면서
에버튼에게 위협적인 기회를 만들어낸 점은 대단히 긍정적인 부분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와 반대 급부로 발생하는 문제는 "공격수"의 부재.
테베즈가 내려와서 보여주는 플레이는 점차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최전방에서의 움직임은 거의, 도 아니고 아예 없는 수준이었다.
전반에는 긱스와, 후반에는 사하와 투톱으로 발을 맞추었지만,
긱스의 센터포워드 실력은 그다지 인상적인 수준이 원래 아니었고
사하는 아직 부상의 여파에서 완전히 복귀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결국 최전방의 중앙에서 수비를 괴롭힐만한 선수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테베즈의 스트라이커로서의 무게감 부족은 많이 아쉬운 부분일 수 밖에 없었다.
또한 2선에서의 루니와 비슷한 움직임을 잘 보여주는 테베즈이기는 하지만
파괴력 있는 돌파나 빠른 공격 전개에서는 루니와 큰 차이를 보여주었다.
루니가 간결한 패스와 더불어 끊임없는 움직임으로 상대를 휘젓는 반면에
테베즈는 훨씬 정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어 안 그래도 없는 공격진의 움직임이 더욱 부족했다.
하지만 타겟맨이 부족한 공격진의 약점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대안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지난 시즌 맨유의 크로스는 대부분 상대의 뒷공간을 노리는 날카로운 크로스였고,
그러한 뒷공간을 순발력 있는 공격수들이 순식간에 파고들면서 득점에 성공했었다.
상대가 수비 라인을 내려서 방어한다고 해도 그 좁은 공간이나마 날카롭게 노릴 수 있도록
측면에서의 대단히 정확한 크로스와 섬세한 호흡이 있었기 때문에 뚫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부터 상대 수비들은 맨유의 공격수를 중심으로 밀착 수비를 감행하고
또한 수비 라인을 더 내림으로써 그러한 뒷공간을 최대한 차단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는 측면 크로스가 대부분의 경우에 무의미해지는 것이 당연하고
도리어 2선에서의 과감하고 정확한 중거리 슛이 위력적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게다가 공격시에 반드시 필요한 수준의 제공 장악력은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인데,
세트피스 상황에서 센터백 콤비가 공격에 가담하여 제공하는 제공권은 최정상급이고
양 측면의 윙어들, 긱스와 호날두가 중앙으로 이동하면서 제공하는 제공권도 수준급이다.
지난 시즌 호날두가 헤딩으로 득점했던 경우도 여러번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본다면
헤딩을 꼭 중앙 공격수가 해야만 타겟맨 역할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볼 수도 있겠다.
나니는 이번 경기를 통해 에브라보다 낮은 평가를 받는 윙어임을 알 수 있었고,
긱스의 최전방 공격수로서의 움직임은 그다지 좋지 못함도 알 수 있었다.
호날두는 꽤나 긴 공백으로 아직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한 것 같지만
그의 수준을 생각한다면 차츰 극복해나가는 일이 그다지 어려울 것 같지는 않다.
결국 이번 시즌 영입한 네명의 선수 중 즉시 전력감은 두명 뿐인 듯 하고,
스콜스, 캐릭과 함께 기용될 하그리브스의 부상은 어느 정도 버틸만 하지만
공격진을 구성할 가장 커다란 조각인 루니의 부상은 정말 치명적인 상태를 부른 듯 하다.
이제 너무나도 거대한 선수로 성장해 버린 루니의 존재는
그 어떤 선수로도 대체할 수 없는 수준이 되어버린 듯 하다.
이번 시즌 중상위권 팀들의 대대적인 전력 보강을 통한 거센 도전은
루니가 빠진 맨유와 램파드, 발락이 빠진 첼시에게 뼈아픈 패배를 안겨주었다.
야쿠부의 영입으로 방점을 찍은 에버튼의 공세도 맨유에게는 상당히 위협적이었다.
주전급 선수의 부상만도 열명에 가까운 상황에서 퍼거슨 감독을 가장 애타게 하는 것은
역시 맨유의 현재 그리고 미래를 책임질 루니의 복귀일 것이다.
- 2007/09/17 00:32
- Review: EPL/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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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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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아이리스 2007/09/17 01:28 # 답글
그 모든 해답은 루니가 쥐고 있군요. 테베스도 사하도 그러한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보니...
페르시 2007/09/17 08:27 # 답글
맨유는 역시 튼실한 수비를 자랑하는 팀인지라...금방 치고 올라오는군여...루니만 가세한다면....두려운 팀이 될듯...
Lucypel 2007/09/17 09:49 # 답글
아이리스: 제가 보기엔 그렇더라구요. 베컴도, 반니도 내치고 팀의 전술의 핵심으로 키운 것이 루니라고 생각해요. 호날두도 무척 좋은 선수이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강력한 무기인 것이고 그런 무기를 활용할 본체는 루니의 움직임인 것처럼 생각해요. ^^페르시: 그러게 말입니다. 루니가 얼른 가세해야 할텐데요. 흠흠.
GrayFlower 2007/09/17 14:50 # 답글
강팀이 되려면 우선 수비전술부터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만 역시 맨유는 전통있는 강팀인지라 팀 상황이 여의치 않은 상태에서도 꾸준히 승리를 챙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제 맨시티와 빌라의 경기를 봤는데 재밌는 경기를 하더군요.^^
Lucypel 2007/09/17 16:29 # 답글
GrayFlower: 맨시티와 빌라는 확실히 이번 시즌 혼전의 핵심이지요. 전반을 졸며 보다가 결국 잠들어서 제대로 보지는 못했네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