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s] EPL 8R: ManU vs BirC

지난 주중 코벤트리에게 당한 충격적인 올드 트래포트에서의 패배를 딛고
다시 한 번 힘겨운 연승 행진을 이어나가려는 맨유의 모습은 작년만 못했다.

이번 경기에서 가장 지적되어야 할 부분은 수비 집중력의 저하였다.
프리미어십에서 2무 1패 이후 5연승하는 동안 단 한 골도 실점하지 않은 포백이지만,
이번 경기에서는 몇차례 수비 실수로 치명적일 수 있는 기회를 상대에게 제공했다.
포백의 뒤를 지킨 반 데 사르의 선방이 전반을 잘 넘길 수 있도록 했지만,
전반 중반 발생한 반 데 사르의 부상으로 그러한 경기 운영이 흐트러질 뻔 했다.
다행히도 후반부터 출전한 쿠시챡이 반 데 사르 못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 덕분에
몇차례 대단히 위험했던 순간을 잘 넘기며 클린 시트를 이어갈 수 있었지만,
근본적으로 수비가 다시 단단해질 필요가 있음은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사안이다.

포백 라인이 집중력이 저하되어 불안했다면, 미드필더 라인은 상대에 시달리며 불안했다.
지난 시즌부터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는 스콜스-캐릭의 중앙 미드필더 라인은
수준급의 수비력과 날카로운 패스를 바탕으로 공수를 조율하는 플레이를 펼쳤지만,
버밍엄이 보여준 공격수까지 합류하여 펼치는 강력한 압박에 경기 내내 시달리며
몇차례의 패스 미스로 상대에게 역습의 기회를 내어주는 아쉬움을 남겼다.
또한 압박으로 패스의 정확도가 떨어지고 공격적으로 전진하지 못함에 따라
공격 1선에 위치한 네명의 선수들과 미드필더 라인과의 거리가 멀어지는 결과를 초래,
결국 원활한 공격 작업이 어려워지는 문제를 드러내었다.

이런 경우 지난 시즌까지 공격의 활로를 뚫는 길은 루니의 넓은 활동량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루니가 넓게는 수비 라인까지 내려와 중원에 숫자를 늘려주고 공격을 전개하는 것은
루니의 압도적인 활동량과 활동 범위, 그리고 지칠 줄 모르는 투쟁심을 바탕으로 했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 루니의 위치가 최전방 공격수로 좀 더 전진 배치됨에 따라
그러한 역할을 수행할 수 없게 되었고, 테베즈는 아직 그런 역할에 적응하지 못했다.
긱스의 현격한 체력적인 저하로 이미 기동력이 많이 상실된 공격진에서
미드필더 라인과의 연결점이 사라지는 문제는 더더욱 아프게 다가오는 듯 하다.

결국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은 이번 시즌 쳐진 공격수를 맞고 있는 테베즈의 활약일텐데,
오프 시즌 동안의 코파 아메리카 때문인지 아직까지 완벽하게 적응하지 못한 테베즈는
이미 날아다니고 있는 리버풀의 토레스와 비교되면서 많은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물론 많은 활동량과 남미 선수다운 개인기, 센스 있는 플레이 등은 여전하지만
루니와의 역할 분담이나 움직임의 타이밍, 다른 선수와의 연계에서는 완벽하지 못했다.
적절한 순간에 중원으로 내려와서 공을 받아주고, 재빨리 패스를 연결해야 하는데
다소간 시간을 끄는듯한 움직임이 몇차례 보여지며 좋은 기회를 포기해야 했다.

부상에서 이제 막 돌아와 아직 정상 컨디션이라고 보기 어려운 루니.
불미스런 퇴장으로 경기 감각을 잃었던 호날두와 체력적인 저하가 눈에 띄는 긱스.
나니와 안데르송이 아직 주전급 선수에는 한참 모자른 파릇파릇한 신예라고 생각한다면,
사실상 시즌 전반 맨유의 공격력 향상에 가장 중요한 열쇠는 테베즈의 빠른 적응일 것이다.

혹자는 사하의 활약을 좀 더 지켜보아야 한다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사하는 길고 긴 부상 공백의 여파가 꽤나 오래갈 듯한 모습만을 보여주고 있다.
불어난 몸과 그 영향인지 줄어든 활동량과 속도, 잃어버린 경기 감각까지
비록 문전에서의 동물적인 골 감각은 남아있을지라도 다른 부분은 너무 모자르다.
이번 경기에서도 후반 교체 출전 이후 한 일이라고는 반칙과 오프사이드 뿐이었다.
서둘러서 예전과 같은 날렵한 움직임을 되찾지 못한다면 주전 복귀는 힘들 듯 하다.
이제 30대에 접어드는 나이까지 고려한다면 은퇴한 솔샤르의 뒤를 이어서
골 감각을 바탕으로 "슈퍼서브"로서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테베즈의 적응과 사하의 복귀는 무척 중요한 문제이지만,
역시 맨유의 미래를 책임질 것은 루니와 호날두의 막강 화력일 것이다.
테베즈와 사하의 기량은 루니와 호날두의 정상 컨디션이 바탕이 되어야만 하고
앞의 둘이 가진 재능보다는 뒤의 둘이 가진 재능이 훨씬 큰 것이 객관적인 사실이기 때문에
한달여의 공백으로 무뎌진 칼날을 루니와 호날두가 어서 다시 갈아내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호날두의 이번 골은 그런 측면에서 이번 경기를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단 하나의 요소이면서 가장 크고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덧. 경기 내내 퍼거슨 감독 바로 뒤에서 카메라에 잡힌 안데르송은 귀여움 덩어리였다. (...)

by Lucypel | 2007/09/30 13:13 | Review: EPL/FA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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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홍돈 at 2007/09/30 15:38
원인모를 숍캐스트의 문제로인해 Tvants에서 중계되는 로마 vs 인테르의 경기를 보았습니다만
맨유는 또 이겼더군요. 무척 부럽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지금의 첼시는 맨시티보다도
좁디 좁은 공격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는지라...찬스는 나오는데 결정을 지어주질 못 하니.....승리를
가져올 결정적인 장면이 안 나오니 너무 아쉽습니다 쩝. 아무튼 루니, 호날두는 진짜 85년생이라는게
믿기지가 않을 정돕니다. 정말..ㅎ
Commented by Lucypel at 2007/09/30 16:17
홍돈: 첼시 경기를 전반만 보고 잤는데, 선수 위치가 겹치기도 하고 중거리슛을 남발하는 등 확실히 무링요의 부재가 눈에 띄더군요. (뭐, 머리 속에 그렇게 들어있어서 그렇게 보였을 수도 있지만요. ^^;) 어쨌든, 루니, 호날두, 로벤, 파브레가스, 메시 같은 녀석들은 대체 저 나이에 저 정도면 나이 먹어서 어쩔려고 저러나 싶을 때가 있지요. 맨유팬은 저것들만 믿고 삽니다. ㅠㅠ
Commented by keropark at 2007/09/30 17:27
지난 시즌에도 그랬지만 강한 압박으로 스콜스가 털릴 경우 맨유는 엄청난 경기력 저하를 보여줬지요. 새삼 스콜스의 능력을 알 수 있는 부분이긴 한데...압박을 견딜 수 있는 하그리브스의 복귀가 필요한듯 하네요. 테베즈야 EPL 1년 뛰었다지만 그건 웨스트햄에서 였으니.. 맨유에서의 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조금은 더 필요해 보입니다.

사하 슈퍼서브 기용에 대해서는 저도 긍정적이네요... 테베즈나 루니를 벤치에 썩혀둘 수 는 없으니까요.. 실제로 저번에는 교체 기용 후 극적인 결승골을 넣기도 했구요 ㅋ
Commented by Lucypel at 2007/09/30 21:36
keropark: 테베즈의 적응이야 어쩔 수 없다 치지만, 토레스가 리버풀에서 날아다니는 거 보면 참 착찹하더군요. 저 녀석을 데려왔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고 테베즈는 왜 못 저러나 싶기도 하고. (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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