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s] Euro 2008 Qualifying: England vs Estonia

오언의 복귀 이후 정상 궤도로 돌아온 듯한 잉글랜드는
약체 에스토니아를 상대로 손쉬운 승리를 얻어냈다.

이번 경기에서 잉글랜드의 전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오언과 루니의 투톱이었다.
루니의 등장 이후 두 선수는 잉글랜드 최고의 공격수로 투톱 형성의 기대를 모았지만,
둘 중 하나가 부상에 빠진 시간이 대부분이었고 함께 출전한 경기에서도 그닥 좋지 못했다.
또한 두 선수도 모두 180이 안되는 단신 공격수이기 때문에 제공권에서 비판을 받았고
생소한 팀 전술에서 두 선수의 기량이 100% 발휘되지 못하며 더욱 큰 비난을 감수해야했다.

하지만 이번 경기는, 특히 루니가 보다 높은 적응도를 보이면서, 좀 더 나은 모습을 보였다.
이미 잉글랜드 대표팀의 4-4-2 전술에 익숙했던 오언에 비해 그렇지 못했던 루니가
슬슬 다른 선수들과의 호흡이 맞아들어가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좋은 결과를 낸 것이다.
비록 높이는 없지만 빠른 발과 넓은 활동 반경을 바탕으로 한 오언-루니 투톱의 위력은
양 윙어인 조 콜과 라이트필립스, 그리고 미드필더인 제라드가 함께 활약하면서 강력해졌다.
특히 루니는 전반 중반 이후부터 미드필더까지 많이 내려와서 움직이는 움직임을 보였고,
오언의 교체 이후에는 최전방 원톱으로써 순간적인 역습의 선봉에 서기도 하였다.

이러한 오언-루니 투톱의 기용은 또한 베리의 기용과 더불어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계속해서 문제가 제기되었던 제라드-램파드의 중앙 미드필더 라인 기용은
램파드의 부상으로 제라드-베리 라인으로 대체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베리는 지난 이스라엘전과 러시아전을 통해 대단히 좋은 모습을 보였고,
자신이 램파드의 백업이 아닌 주전 경쟁자임을 감독과 팬들에게 강하게 어필했다.
램파드만큼의 공격력은 없지만 후방에서 수비 지원이 보다 든든하고
넓은 시야와 안정적인 움직임, 그리고 정확한 왼발 키커라는 이점까지,
도리어 제라드를 공격적으로 움직이게 하면서 뒤를 받치게 하는 역할에는
램파드보다 훨씬 더 나은 선수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경기들이 이어지고 있다.

즉, 수비적인 움직임이 좋은 베리는 제라드를 보다 공격적으로 움직이게 할 수 있고
중앙과 좌우 측면에서 모두 활약할 수 있는 제라드는 투톱과 양 윙어와의 조화를 통해
팀에 보다 강력한 공격력을 제공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로 활약하게 되는 것이다.
베리보다 공격 성향이 강한 램파드가 제라드와 함께 위치할 경우에는
두 선수 모두에게 어느 정도의 수비 부담이 주어지게 되기 마련이고
이는 곧 두 선수의 공격력을 최대한 살릴 수 없는 아쉬움을 남기게 된다.
결국 공수 밸런스에 있어서는 제라드-램파드보다 제라드-베리가 좋다는 결론이다.

이런 상황에서 램파드의 해법은 제라드와의 주전 경쟁과 다른 전형에서의 활약이다.
맥클라렌 감독은 실제로 후반 오언과 램파드를 교체하면서 사실상 전형을 바꾸었다.
전형적인 4-4-2 전형에서 4-1-4-1 혹은 4-2-3-1로 전형을 바꾼 것으로 생각되는데,
중앙 미드필더 라인에 제라드-베리-램파드를 동시에 출전시킴으로써
이들을 정삼각형 혹은 역삼각형으로 배치시키며 최전방의 루니를 지원하도록 하였다.
이 경우 베리는 수비적으로, 제라드는 공격적으로 움직이고 램파드는 중간에 서는데
제라드와 램파드의 수비 부담을 줄임으로써 공격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일 것이다.
물론 투톱에서 원톱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최전방의 파괴력은 현저히 줄어들게 되지만,
제라드와 램파드가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한다면 그러한 점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수비진의 경우는 네빌이 장기 부상으로 결장 중이고 테리 역시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지만
잉글랜드 수비의 미래라고 불리는 리차즈가 여전히 네빌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메꾸었고,
돌아온 노장 솔 캠벨이 테리의 자리를 안정적으로 메워주며 큰 공백을 느낄 수 없었다.
다만 후반 들어 퍼디낸드 대신 투입된 레스컷은 시험 무대였다고 보아야 할텐데
센터백으로서 다소 실수를 범하며 에쉴리 콜의 부상의 원인이 되고 말았다.
퍼디낸드나 테리, 캠벨에 비해 영리한 플레이를 하지 못하는 레스컷의 움직임은
몸싸움에서의 파괴력은 있지만 어린 나이 때문인지 안정성은 많이 부족해 보였다.

에쉴리 콜의 부상은 레스컷을 왼쪽 풀백으로 옮겨가게 하였고
리차즈를 센터백으로, 필 네빌을 오른쪽 풀백으로 투입되게 하는 변화를 만들었다.
오른쪽 풀백으로 완벽했던 리차즈는 소속 클럽에서처럼 센터백에서도 매우 좋았고,
좌우 풀백과 중앙 미드필더까지 소화하는 필 네빌은 멀티플레이어의 진수를 보였다.
사실 필 네빌은 어느 포지션에서도 정상급 기량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지만
수비적인 대부분의 포지션에서 평균 이상의 안정적인 기량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큰 이변이 없는한 이번 유로 2008에서도 대표팀에 발탁되어 활약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스라엘, 러시아, 에스토니아로 이어지는 약팀과의 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거둔 잉글랜드는
앞으로 남아 있는 러시아 원정과 크로아티아 경기를 잘 풀어내야만 하는 숙제를 남겼다.
유독 강행군으로 유명한 프리미어리그의 험난한 경기 일정 때문에
다수의 대표팀 선수들이 부상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악재임이 분명하지만,
이번 경기에서 보여준 것처럼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여준다면
남은 경기도 잘 풀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by Lucypel | 2007/10/14 11:26 | Review: UCL/UEFA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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