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s] EPL 11R: ManU vs Mid

바르샤에 판타스틱 4가 있다면, 맨유에는 완벽한 쿼텟이 있다.
판타스틱 4는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네명의 슈퍼 히어로가 모인 집단이지만,
완벽한 쿼텟은 서로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며 훌륭한 연주를 해내는 집단이며
설혹 멤버가 하나둘쯤 바뀌어도 여전히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집단이다.

보로를 맞이한 이번 쿼텟은 루니와 호날두, 테베즈와 나니였다.
화려하기 짝이 없는 호날두와 나니가 날렵한 바이올린으로 관객을 즐겁게 하는 동안
루니의 비올라와 테베즈의 첼로는 차분하고 헌신적으로 바이올린을 빛내 주었다.

선제골은 나니의 몫이었다.
다소 먼 거리였지만 온전히 발등에 얹힌 슈팅은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갔고
올드 트래포트의 맨유 팬들은 오랫만에 나니의 공중제비를 감상할 수 있었다.
툰카이와 알리아디에르의 호흡으로 동점골을 내주며 흔들리는 듯 했지만,
전반이 끝나기 전에 터진 루니의 동점골과 후반에 터진 테베즈의 연속골로
무너질 수 있었던 분위기를 반전시키며 가볍게 승리를 따내었다.

이번 경기에서의 공격진이 보다 빛날 수 있었던 것은 적극적인 수비 가담 덕분이었다.
공격 진영에서 상대에게 공을 빼앗기는 순간부터 적극적인 압박 수비를 시도한 공격진은
상대의 공격을 방해하고 나아가 재빠른 역습까지 가능케 하였다.
특히 루니의 득점 장면에서는 공을 빼앗긴 상황에서 안데르송과 나니가 달려들었고,
나니의 압박에 당황한 다우닝의 패스 미스를 루니가 낚아채며 득점에 성공했다.
네명의 공격진과 공격에 가담하는 미드필더들까지 모두 많은 활동량을 보이는 선수들이고
이러한 활동량이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더 많이 뛰어 공수에 모두 가담하는 것이 중요하다.
퍼거슨 감독이 부족한 높이에도 루니-테베즈 투톱을 중용하는 이유도 비슷할 것이며
호날두와 나니를 비싼 값에 영입한 것도 그러한 활동량을 믿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번 경기에서는 그 비싼 값을 톡톡히 잘 해내준 것으로 생각된다.

비싼 값 하면 빠질 수 없는 두 선수는 하그리브스와 안데르송이다.
퍼거슨 감독이 계속 노리고 있었던 선수와 깜짝 영입에 가까웠던 선수로 구성된 조합은
스콜스와 캐릭이 부상으로 빠진 맨유의 미드필더 라인을 든든하게 지켜주었다.
부상 이후 복귀전이었던 하그리브스는 특유의 움직임이 살아있음을 보여주었다.
센터백 바로 앞에 위치하면서 양 풀백의 오버래핑 공백까지 메워주는 폭넓은 수비와
상대에게 공을 내어주지 않는 안정적인 키핑과 차분하게 찔러주는 패스까지,
오랜 기간과 많은 돈을 들이며 영입해야 했던 이유를 온전히 알려주었다.
특히 하그리브스가 다소 수비적으로 위치하면서 4-1-3-2 전형의 느낌으로 움직였고
공격적인 재능이 풍부한 안데르송이 더욱 활발히 움직일 수 있는 바탕이 되었다.
안데르송 역시 날카로운 왼발 패스가 점점 더 살아나고 있고
폭넓은 움직임을 통해 최전방부터 최후방까지 적극적으로 공수에 가담하여
향후 맨유의 미드필더 라인에 중요한 요소로 성장할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이어지고 있는 4득점 경기의 연속 기록은 공격력 회복의 증거로 매우 즐겁지만,
몇 경기째 이어지고 있는 계속된 실점은 다소 아쉬움을 남기는 부분인 것도 사실이다.
이번 경기에서도 툰카이가 움직인 왼쪽 측면에서 다소 쉽게 크로스를 허용했고,
중앙에서는 알리아디에르를 놓치면서 헤딩을 허용한 것이 실점 원인이었다.
물론 에브라가 빠진 자리를 오셔가 메꾼 왼쪽 풀백은 가장 불안한 부분이었고
오른쪽 윙어로서의 움직임이 가능한 툰카이를 투톱으로 내세운 보로의 전술은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재능 없는 감독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오셔 역시 그렇게 호락호락한 선수는 아니기 때문에,
그리고 실제로 실점 이후에는 보다 견고한 수비를 보여주었기 때문에
경기 초반에 집중력을 잃으며 실점한 것이 무척 아쉬움을 남기는 것이다.

게다가 이러한 집중력 상실에 의한 실점이 몇경기에서 계속 드러나고 있다는 점은 중요하다.
시즌 초반 연이어 무실점 경기를 펼치며 대단히 견고한 수비력을 자랑하던 포백 라인이
비디치와 브라운의 단기 부상과 회복, 이후 에브라의 부상이 겹치면서 조금씩 무너졌고,
최근 공격력이 살아나면서 그러한 수비진의 붕괴가 간과되는 느낌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선수들도 사람이기 때문에 큰 점수차로 경기를 리드하고 있다면
다소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고 그것이 경기나 시즌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겠지만,
보다 완벽한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는 선수들이 그러지 못하는 것은 역시 아쉬울 따름이다.

공격진 역시 나이 어린 선수들로 구성된 것이 원인인지는 모르겠지만
쉬운 기회에서 득점에 실패하는 장면들을 종종 보여주는 것도 조금 불안하다.
모든 선수가 많은 재능을 갖고 있지만 타겟형 스트라이커가 없다는 것은
언제라도 공만 주면 득점에 성공할 감각을 갖춘 포워드가 없다는 말이기도 하기 때문에
훨씬 더 많은 기회에도 불구하고 네골밖에 넣지 못한 것 역시 다소 아쉬운 부분일 것이다.
물론 하그리브스-안데르송-테베즈-루니-테베즈로 이어진 세번째 득점 장면은
그야말로 완결된 하나의 작품이라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는 정도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여기에 나니와 안데르송 등의 다소 투박하고 거친 수비 역시 문제가 될 수 있다.
공격진의 수비 가담이 적극적인 것은 좋지만 그로 인해 경고나 퇴장을 받거나 당한다면,
장기적인 관점으로 시즌에 임해야 하는 팀의 입장에서는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나니는 다소 감정적이고 공격적인 수비를 해서 보는 이를 불안하게 만들었는데,
루니 역시 그러한 불안함을 보여주다 차츰 나아진 것을 고려한다면
퍼거슨 감독의 날카로운 지도가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리그 백득점에 한 골만을 남겨놓은 긱스의 패스를 갈구하는 몸부림으로 마무리된 경기는
집중력이 떨어진 수비와 결정력이 부족한 공격의 아쉬움을 남기기는 했지만
여전히 빠르고 강력한 공격력으로 보로의 수비진을 궤멸시켜버리고 말았다.
차분히 휴식을 취한 긱스와 부상으로부터의 복귀가 얼마 남지 않은 사하,
그리고 한국팬들이 기대하고 있는 박지성의 부상 복귀까지 생각한다면
맨유의 막강 화력 시범은 당분간 혹은 시즌 내내 계속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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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cypel | 2007/10/28 07:47 | Review: EPL/FA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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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keropark at 2007/10/28 17:38
오늘도 좋은 리뷰 잘봤습니다 ㅎㅎ
Commented by Lucypel at 2007/10/28 19:38
keropark: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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