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s] EPL 12R: ManU vs Asnl

오늘 경기를 통해 확실히 확인한 한 가지는
나의 피는 붉은색이며 그것은 런던의 붉은색이 아닌 맨체스터의 붉은색이라는 점이다

거너스의 선수들과 팬들은 오늘의 경기가 끝나며 양손을 치켜들어 환호했지만
그것은 그들이 그토록이나 한심하게 여기는 핫스퍼의 꼬라지와 다름 아니다.
그들의 홈인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에서 시종일관 점유율에서 앞서는 경기를 했음에도
단 한 순간도 상대팀에게서 점수로 앞서는 시간은 없었음을 명심해야만 할 것이며
윌리엄 갈라스의 추가 시간에 터진 동점골이 아니었다면 꼼짝없이 패배할 운명이었다.
어린 아스날의 축구는 여전히 아름다웠지만, 오늘만큼은 퍼거슨에게 읽혀 있었다.

개인적으로 맨유가 가진 가장 큰 패착은 긱스라고 생각한다.
이번 시즌 들어 현격하게 느려진 긱스의 순발력과 속도는
아스날의 혈기왕성한 어린 선수들을 상대하기에는 지나치게 부족했다.
결정적인 순간에 재빠른 움직임을 보이지 못한 것만도 수차례에 걸쳤으며
시종일관 현란할 정도로 빠르게 진행된 양팀의 경기에서 활약한 유일한 브레이크였다.
그의 노련한 경험과 황홀한 축구 센스는 분명 팀에 대단히 유용한 전력임에 틀림 없으나
이번 경기와 같이 하이 텐션의 빠른 경기 운영에서는 이제 완전히 빛을 잃었다.
물론 가끔은 좋은 돌파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로또를 노리기에 퍼거슨 감독은 현실적이다.

호날두는 예상되었던 것처럼 클리시에게 다소 붙잡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에실리 콜의 경우에서도 그러하듯, 호날두는 발빠르고 재빠른 수비수에게 약점을 보인다.
수비수의 타이밍을 뺏어 돌파를 성공시키는 그의 현란한 드리블은 여전하지만
제쳐진 후에도 다시 한번 따라붙을 수 있는 속도를 가진 수비수는 확실히 까다롭다.
클리시도 에실리 콜처럼 호날두를 계속해서 괴롭힐 수 있는 속도를 가진 수비수였고
그러한 것은 긱스를 잃은 채 호날두에게 의지해야 했던 측면 돌파에 많은 어려움을 주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퍼거슨 감독이 꺼내들 수 있는 중요한 카드는 풀백들의 오버래핑이었다.
그리고 오른쪽에서 호날두와 함께 움직인 브라운은 몇차례 훌륭한 오버래핑을 보여주었다.
첫번째 득점 장면에서도 공격적인 오버래핑으로 상대 진영까지 빠르게 진출했었고
흘렙을 몸싸움에서 압도해 버리며 호날두를 자유롭게 만들어주는 결정적 공헌을 했다.
반면 긱스의 뒤에 위치한 에브라는 평소와 달리 다소 수비적인 위치에 머물렀는데
긱스도 왼쪽 측면보다는 중앙 쪽으로 이동하며 패스에 치중하여 왼쪽 측면 공격은 무뎌졌다.
결국 루니가 왼쪽으로 돌아나오며 어느 정도 측면 밸런스를 맞출 수 있었던 맨유는
사하의 투입 이후 루니가 완전히 왼쪽 측면으로 이동하면서 돌파를 시도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에브라의 수비적인 움직임은 씨오 월컷의 투입을 고려한 포석으로 생각된다.
최근 굉장한 속도를 바탕으로 후반 중반 투입되어 상대 측면을 초토화시키고 있는 월컷은
확실히 경기 종료 직전에 승부를 가를 수 있는 아스날의 강력한 무기임에 틀림이 없고,
그러한 월컷을 막기 위해서는 발빠른 왼쪽 풀백인 에브라의 체력을 보존할 필요가 있었다.
실제로 이번 경기에서 월컷은 투입 이후에 폭발적인 돌파를 그다지 보여주지 못했고
루니가 괴롭히는 아스날의 오른쪽 수비에 동원되었을 뿐 공격적인 결과는 없었다.
물론 월컷의 존재는 몇차례 맨유에게 위협으로 다가오기는 했지만
월컷만큼 빠른 에브라의 존재는 그러한 위협을 상당 부분 상쇄시키는 데에 성공한 것이다.

하그리브스와 안데르송이 포진한 맨유와 플라미니와 파브레가스가 포진한 아스날의
중앙 미드필더 라인은 서로간의 강력한 압박에 시달리며 전반에는 활약하지 못했지만,
후반 들어 서로 다른 활약 양상을 보이며 경기 흐름에 결정적인 공헌을 하게 되었다.
양팀 모두 수비적인 하그리브스와 플라미니, 공격적인 안데르송과 파브레가스가 포진했지만
후반 들어 하그리브스와 안데르송이 모두 수비적으로 깊숙히 위치한 반면
파브레가스는 공격 2선까지 올라와서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결국 파브레가스는 첫번째 동점골을 성공시켰고, 이후에도 계속적으로 활약했다.
이러한 경기 전개는 이 경기가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에서 펼쳐졌기 때문일 것이고,
주전 미드필더 라인인 스콜스와 캐릭이 결장한 맨유의 상황도 한몫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리버풀과 첼시 팬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사실상 시즌 전반을 휘어잡은 두 팀의 경기는
경기 내내 카메라가 쉴 수 없을만큼 빠르게 진행되었고 그 결과는 무승부로 마무리되었다.
전반 킥오프 즈음에는 서로 실실 쪼개며 뛰어다니던 두 팀의 선수들은
차츰 노란 경고장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격렬해지는가 싶더니
서로의 견고한 수비진을 두번이나 흔들며 출혈 없는 전쟁이 되었다.

두번째 골을 넣고 앞섰을 때 한골을 더 넣어 완전히 격침시켰어야만 했다.
사하를 투입한 이후 하그리브스를 홀딩으로, 사하를 스트라이커로 배치한
4-1-4-1 전형으로 전환한 맨유의 공격은 다소 무디어졌던 것이 사실이다.
사하와 에브라의 프렌치 커넥션이 아스날의 오른쪽을 붕괴시키며 추가골을 넣었지만
루니와 호날두까지 윙포워드가 아닌 측면 미드필더로 내려온 것은 꽤나 아쉽다.
물론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에서 종료 5분을 남기고 앞서는 것은 무척 소중한 기회이지만
완전히 격침시킬 수 있을 때 그러지 못하면 결국 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했을 뿐이다.

다음에는, 이런 실수 없도록 한다.


덧. 이상윤 해설의 EPL 해설은 영 아니다. 오늘도 에인세 발언으로 한 건 추가.

덧2. 긱스 코너킥 찰 때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보이신 관중 아저씨 한 분도 참 대단하시더라. (..)

by Lucypel | 2007/11/04 00:10 | Review: EPL/FA | 트랙백(2) | 핑백(1) | 덧글(15)

트랙백 주소 : http://FSHE.egloos.com/tb/952005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Tracked from badnom.com at 2007/11/04 00:22

제목 : [07/08 EPL 12R] 아스날 vs 맨유 하이..
11R의 리버풀 vs 아스날 만큼이나 기대되는 경기였다. 맨유는 리그 연승 중이였고, 아스날은 홈 연승 중이였다. 게다가 리그 1, 2위의 경기였고, 리그 최다득점 팀과 최저실점 팀간의 경기였기 때문이다. 경기는 역시 기대만큼 재밌었다. 경기내용도 내용이지만 극적인 재미가 최고조였다. 양팀의 선발 라인업은 다음과 같다. 두 팀의 컬러대로 아스날은 숏패스 위주로 중앙을 장악하면서 공격을 풀어나갔고, 맨유는 역습 위주로 길게 전방으로 연결해주 볼은......more

Tracked from 運命の分岐點[Lie.J.. at 2007/11/04 00:58

제목 : [EPL 12R] 맨체스터 Utd Vs 아스날 리뷰
영감님과 교수님.전 오늘 경기에 만족하고, 재미있었습니다.역시 소문난 잔치에 먹을게 많았습니다.아스날, 운이 좋아 이긴줄 알아. 오늘 너희들이 앞서간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다 영감님한테 읽혔지..긱스의 경기를 읽는 시야와 통찰력은 세계 정상급 클래스지만, 속도는 이번 시즌들어 좀 떨어진듯한 느낌이...역시 나이가 나이인지라... 안습날의 어린 선스들에게 속도전에서 밀릴때 정말 안타깝더군요.긱스가 2년만 젊었어도 그런건 상대도 안되는데 말이지요......more

Linked at 아이리스의 작은 사물함 : 0.. at 2007/11/04 00:39

... Arsenal 2-2 Man Utd (BBC Sport Football)[Sports] EPL 12R: ManU vs Asnl (Lucypel님)[07/08 EPL 12R] 아스날 vs 맨유 하이.. (badnom.com)11라운드 리버풀과 아스날의 격돌에 이어 ... more

Commented by w0rm9 at 2007/11/04 00:22
뽁큐 그거 할매 아니었나요? 저는 할매로 봤거든요ㅋㅋ
트랙백 날립니다.
Commented by 아이리스 at 2007/11/04 00:24
가운데 손가락의 주인공... 참 대단하더군요 ^^ 이것이 홈의 힘인데, 가까스로 무승부를 거뒀군요;;
Commented by 엑시아 at 2007/11/04 00:56
잘 보고 갑니다.
구구절절 옳은말 뿐입니다. 오늘 아스날의 승리는 그저 우연일 뿐.
Commented by Lucypel at 2007/11/04 00:58
w0rm9: 할머니였던가요;; 잠깐 지나쳐서 얼굴은 자세히 못봤거든요. 그저 아스날 저지를 입은 백발에 가까운 머리를 가진 사람이었던 정도로.. ^^;

아이리스: 뭐, 올드 트래포트에서 갚아주면 되지요. 개인적으로는 본문에도 적었지만, 얼마전 토트넘이 겨우 비겨놓고 날뛰던 모습과 오늘의 아스날이 겹쳐 보이더군요. (먼산)

엑시아: 승리도 아니지요. 무승부. ^^
Commented by 엑시아 at 2007/11/04 01:02
아, 그렇죠. 죄송;;ㅎ 워낙 정신이 없다보니 아직도 멍... 합니다.
Commented by Lucypel at 2007/11/04 08:24
엑시아: 사실 경기 자체가 수준이 무척 높고 빠른 경기였죠. ^^
Commented by keropark at 2007/11/04 11:28
아스날은 확실히 결정력에 문제가 있는듯 보이더군요... 후반 시작 후 동점골 넣고 맨유 수비가 흔들렸을때 2골은 뽑아낼수 있었을텐데... 뭐 맨유 팬인 저로써는 OT에서 갚아줄 일이 남아있으므로 무승부로도 대충 만족해요 ㅎㅎ
Commented by Lucypel at 2007/11/04 12:49
keropark: 반 페르시의 부재가 확실히 결정력의 저하를 불러온 느낌이기는 하지만, 흘렙-로시츠키-파브레가스가 구성하는 공격형 미드필더 라인은 세계 어느 클럽에도 뒤지지 않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뭐, 어쨌든 돌아올 라운드의 홈 경기는 반드시 궤멸시켜주리라 기대하지요. ^^
Commented by GrayFlower at 2007/11/04 13:57
저도 할머니로.. 그 장면 보고서는 얼마나 웃었던지요ㅋㅋ 두 팀 모두 멋진 경기를 펼쳐줬고(원정인 탓에 맨유가 약간 수비적인 모습을 취했음에도 결정력을 갖춘 강팀의 면모를 보였지요.) 간만에 즐거운 경기였습니다.^^
Commented by 블로그스포츠 at 2007/11/04 17:28
Lucypel님의 위 포스트가 4일(일) 스포츠서울닷컴 메인 블로그스포츠 존 헤드라인으로 반영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Lucypel at 2007/11/04 18:50
GrayFlower: 할머니였군요. 뭐, 상관은 없지요. 어쨌든 수준 높은 경기의 관람은 무척 좋았지만, 역시 이겼다면 더욱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어 아쉽습니다. ^^

블로그스포츠: 와, 이거 뭐 무섭군요. (응?)
Commented by 성제양 at 2007/11/04 20:25
술마시느라 이 경기 놓쳤습니다.
저 위에 리플은 신문사인가요?
Commented by Lucypel at 2007/11/04 20:28
성제양: 가끔 저도 그래서 경기를 놓치죠. 어떤 날은 그냥 잊어버리기도 하고. (먼산) 저 블로그스포츠라는 건 스포츠서울에서 시작한 스포츠 관련 블로그 메타 사이트더군요. 뭐, 등록해 놓는다고 나쁠 일은 없으니 등록해 놓았더니 저러네요. ^^;
Commented at 2007/11/05 09:0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Lucypel at 2007/11/09 16:42
익명: 상관 없습니다. 수고하세요. ^^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