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s] Primera Liga 36R: RealM vs Barca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 내리는 비는 하늘이 뿌려주는 샴페인이었다.
지난 35라운드에서 이미 라 리가 우승을 확정지은 레알에게
바로 다음인 36라운드에서 숙적 바르샤와 함께 축제를 벌인 것은
더할나위 없이 환상적인 한 시즌의 마무리였을 것이다.

에투와 데쿠, 밀리토가 빠진 바르샤와 카나바로가 빠진 레알의 승부는
다소 불공평하다 해도 그것이 축구이며 양쪽 모두 충분한 대체 자원이 있었다.
도리어 카나바로의 공백을 에인세로 메워야 했던 레알보다도
보얀, 구드욘슨, 마르케즈를 출장시킬 수 있었던 바르샤가 나았다.

하지만 축구는 선수의 기량만큼이나 클럽의 정신력이 승부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이미 우승을 차지했지만 바르샤를 제압함으로써 완벽한 시즌을 만들고 싶었던 레알과
이번 시즌도 무관으로 마무리짓게 된 데다 다음 시즌 대대적인 개혁설이 나도는 바르샤.
경기 시작 전부터 소위 "잘 되는 날"의 미소를 보여주던 구티의 모습과
내내 내리는 비 속에서 고개 숙인 남자가 되어야만 했던 레이카르트 감독의 모습은
두 팀의 상태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이러한 정신력은 피치 위의 경기력으로 곧장 반영되었다.
라울을 정점으로 로벤-구티-스나이더가 뒤를 받친 레알의 공격진은
쉴새없이 선수들이 자리를 바꾸며 바르샤의 수비진을 흔들기 위해 노력했고,
그 뒤에 선 가고와 디아라도 공격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며 숫적 우위를 가져갔다.
많은 선수가 끊임없이 움직이니 반대편 공간으로의 방향 전환도 손쉬웠고
좁은 공간에서 수비의 압박을 받는다 해도 짧은 패스로 벗어날 수 있었다.

레알의 첫번째 득점 장면은 그러한 방향 전환과 짧은 패스가, 그리고 클래스가 만들었다.
오른쪽 측면에서 진행되던 공격이 구티를 거치면서 왼쪽으로 빠르게 전개되었고
왼쪽의 로벤이 패스를 주고 들어가던 구티에게 다시 리턴 패스를 넣어주었으며
구티가 살짝 흘려준 것을 라울이 한박자 빠른 슈팅으로 깔끔하게 마무리지었다.
구티와 로벤의 수준 높은 연결이 라울의 환상적인 슈팅으로 이어지는 그야말로 작품.
이로써, 레알의 주장이 바르샤의 주장보다 먼저 웃을 수 있었다.

반면 바르샤의 선수들은 풀어진 정신력으로 저조한 경기력을 보였다.
공이 없는 선수들의 발은 피치 위에서 떨어질 줄 모른 채 그저 서성일 뿐이었다.
공이 있는 선수들도 평소의 섬세한 패스나 날카로운 패스, 과감한 슈팅은 잊은 채
그저 평범한 선수들처럼 행동하다가 물이 오른 레알의 수비에 차단당하기 일쑤였다.

레알의 두번째 득점 장면은 정신을 놓은 바르샤의 수비진이 헌납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페널티 박스 왼쪽 측면에서 프리킥을 내어준 바르샤는 세트피스 수비도 무기력했다.
구티가 올린 크로스를 향해 페페와 라모스, 로벤 등이 달려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반응해서 그들을 따라 움직인 바르샤의 수비는 둘 정도에 불과했다.
순간적으로 빅토르 발데스의 앞에는 흰 선수들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고
그나마 수비가 붙지 않았던 로벤은 완벽한 헤딩골을 만들어내었다.
경기 내내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얼굴로 수비진을 독려했던 발데스지만
정말로 그가 아니었더라면 바르샤는 더 참혹한 패배를 당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레알의 선수들은 비단 한두명이 아니라 모두가 완벽에 가까운 경기력을 선보였다.
공격진의 움직임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활동량과 기술에서 모두 좋은 모습을 보였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디아라와 가고의 중원 역시 훌륭한 경기력으로 팀 승리에 기여했다.
다소 투박하고 거친 수비가 가능한 디아라와 섬세하고 유연한 수비의 가고가 함께한 중원은
문제로 지적받던 디아라의 패스 및 공격 전개 능력까지 살아나면서 상대를 압도해나갔다.

레알의 세번째 득점 장면은 그렇게 살아난 디아라의 패스 능력이 빛을 발했다.
오른쪽 측면에서 바르샤의 역습 상황을 차단하는 데에 성공한 디아라는
그대로 측면을 돌파해내며 상대 수비진을 무너뜨리려는 의도를 보였다.
그리고 중앙으로 쇄도하던 이구아인에게 그야말로 환상적인 패스를 넣어주었고,
이구아인 역시 부드러운 오른발 터치에 이은 왼발 칩슛으로 발데스를 무너뜨렸다.
로벤과 교체되어 방금 피치를 밟은 이구아인의 그림같은 득점 장면에는
중원의 압박으로부터 문전의 패스까지 전달해낸 디아라의 활약이 있었다.

그래도 레이카르트 감독은 우수한 감독이고 바르샤의 선수들은 수준 높은 선수들이기에
경기마다 주어진 세장의 교체 카드를 이용해 경기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하늘은 레이카르트 감독에게 경질 이전의 마지막 기회마저 빼앗아 버렸다.
후반 들어 실빙요를 투입하며 풀백의 적극적인 공격 가담을 도모했던 레이카르트 감독이지만
실빙요가 금새 부상으로 빠지며 다시 에드미우손을 투입해야만 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미 전반에 구드욘슨 대신 지오바니 도스 산토스를 투입하며 교체 카드를 사용했기에
후반이 절반쯤 흐른 시점에서, 더이상 감독이 경기에 개입할 여지는 사라져 버린 것이다.

레알의 네번째 득점 장면은 바르샤의 불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호빙유의 크로스가 얼굴 쪽을 향하자 반사적으로 손을 들어 얼굴을 가린 푸욜은
페널티 박스 안에서 공이 손에 맞는 불운을 경험하며 레알에게 직접 기회를 줘버렸다.
이것을 역시 방금 투입된 반 니스텔루이가 침착하게 마무리지으며 네번째 득점.
레알의 주장이 환상적인 선제골로 기쁨에 포효하며 피치를 떠난 직후에
바르샤의 주장은 내리는 비와 함께 불운의 눈물을 흘려 보내야만 했다.

그나마 바르샤에서 제대로 경기에 임한 것은 메시 뿐이었다.
지난 유나이티드와의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도 메시만이 보였던 것처럼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도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은 메시 뿐이었다.
비록 3중, 4중으로 둘러친 레알의 수비 앞에서 골문을 직접 노린 것은 몇차례 없었고,
그 몇차례의 기회마저 카시야스의 멋진 선방에 막혀 득점에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수비수 하나둘 정도는 순식간에 뚫어버리는 메시의 능력은 역시나 대단했다.

바르샤의 만회골 장면은 메시의 활약에 유일하게 내려진 보답이었다.
사실 페페-에인세의 센터백 조합은 상당히 무게감이 떨어지는 조합인 데다가
기동력과 공간 장악에서 상당히 많은 문제점을 드러낼 수 있는 조합이었기 때문에,
진작에 이러한 득점 장면에서처럼 공격을 전개할 필요가 있었다고 생각된다.
중원에서 공을 빼앗은 바르샤는 메시를 통해 공격을 시작하려 했고,
메시는 반대편에서 쇄도하는 앙리를 향해 감각적인 뒷공간 패스를 넣어주었다.
순간적인 역습 상황에서 메시에 시선을 빼앗긴 페페와 에인세는 무기력했고,
라모스가 뒤에서부터 따라붙었지만 앙리의 주력과 피지컬은 녹록치 않았다.
결국 앙리의 전매특허인 슈팅으로 카시야스의 손을 피해 만회골에 성공했지만,
축구는 한 선수만으로 승리할 수 있는 경기가 아니고, 그것은 메시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만원 관중이 들어찬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바르샤 선수들의 박수를 받으며 입장한 레알은
지난 35라운드의 영웅이자 두번째 골의 주인공인 로벤을 이구아인과 바꿔주고
클럽의 부주장이자 두개의 도움을 기록한 구티를 호빙유와 바꿔주었으며
영원한 레알의 상징인 라울을 반 니스텔루이와 바꿔주는 여유까지 보여주었다.
그야말로 이번 시즌 우승의 주역들에게 홈 서포터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와 환성 속에서
한 시즌의 완벽한 마무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처럼 보이는 교체들이었다.

이렇게, 슈스터 감독에게는 더할나위없이 완벽한 시즌의 마지막이 완성되었다.
비록 두 경기가 남아 있는 이번 시즌이기는 하지만, 이미 더이상의 목표는 없을 것이다.
라 리가의 두 시즌 연속 우승과 숙적 바르샤를 상대로 더블을 기록한 이번 시즌.
라울과 카시야스의 종신 계약과 더불어 레알 팬들에게는 환상적인 시즌이 되었을 것이다.

반면 더이상 올라갈 곳이 없어 보였던 레이카르트 감독의 바르샤는 한없이 무너져내려
무관의 시즌에 라 리가 2위까지 위태로운 상황을 직면하게 되었다.
이미 팀 내부의 균열은 조직력 붕괴의 수준까지 걱정하게 만들고 있고
공공연히 돌고 있는 다음 시즌의 대대적인 개혁은 선수들의 의욕을 떨어뜨리고 있다.

과연 다음 시즌의 레알은 이번 시즌의 레알만큼이나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그리고 클럽을 갈아엎을 바르샤는 얼마만큼이나 달라져서 레알을 위협할 것인가.
07-08 시즌의 라 리가는 이렇게 끝이 나지만, 레알과 바르샤의 경쟁은 끝나지 않는다.

by Lucypel | 2008/05/08 07:39 | Review: UCL/UEFA | 트랙백 | 덧글(3)

[Sports] UCL Semifinal: ManU vs Barca

잉글랜드에서 가장 빠르고 강인한 축구를 하는 클럽과
스페인에서 가장 섬세하고 아름다운 축구를 하는 클럽의 대결.
포르투갈의 폭발적인 테크니션과 아르헨티나의 새로운 마라도나의 대결.
이 대결은 유나이티드와 호날두의 승리로 마무리되었다.

과연 "제2의 마라도나" 메시의 경기력은 명불허전이었다.
특별한 발재간 없이 그저 완급 조절만으로도 수비 서넛은 가볍게 제치는 심리전과
한번 터지면 순식간에 질주해나가는 폭발적인 질주는 어마어마한 위력을 보여주었다.
이제는 슬슬 "제2의 마라도나"가 아닌 "제1의 메시"로 불리워도 괜찮을 정도로,
게다가 아직 어린 나이를 생각한다면 정말 무서운 선수임에 틀림이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메시가 호날두를 완전히 압도했다고 볼 수는 없다.
유럽에서도 혹독하기로 소문난 프리미어십의 일정과 잉글랜드의 날씨를
이번 시즌 내내 풀타임으로 소화한 호날두의 체력은 거의 바닥을 드러낸 상태고,
반면 메시는 부상으로 따뜻한 스페인에서의 휴식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해야만 한다.
또한 메시가 에브라를 괴롭힌만큼 호날두도 잠브로타를 괴롭혔다는 걸 생각한다면
오늘의 승자는 메시지만 호날두도 그에 뒤지지 않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게다가 축구는 혼자서 하는 경기가 아니지 않은가.
호나우딩요의 사실상의 클럽 이탈과 앙리의 계속되는 침체에
에투마저 무기력해지는 최근의 바르샤는 더이상 날카롭지 못했다.
메시는 홀로 고군분투 했지만 그의 공을 받아 공격을 도울 선수가 없었는데,
아직 어린 이니에스타와 보얀은 좋은 기회를 몇차례 잡아보지도 못했으며
부진한 에투와 앙리는 그저 쓸쓸히 메시를 돋보이게 만들어주었을 뿐이었다.
데쿠만이 간간이 날카로운 슈팅으로 반 데 사르를 움직이게 만들었는데
그 역시 메시의 수준에 따라붙는 정도라고 생각되어지지는 않았다.

반면 유나이티드의 축구는 호날두에게만 의존하지 않았다.
호날두-테베즈-박지성-나니를 출격시킨 퍼거슨 감독의 유나이티드는
특유의 스위칭으로 누 캄프에서와는 달리 바르샤의 수비진을 잔뜩 흔들어놓았다.
수비 진영까지 깊게 내려와서 수비에 가담하고 공격에 임하는 테베즈와
최전방에 포진했지만 좌우 측면으로 돌아나갈 때 움직임이 좋은 호날두,
그리고 전후좌우 가리지 않고 엄청난 활동량을 보여준 박지성이 더해지면서
호날두가 메시만 못해도 유나이티드는 바르샤보다 앞서는 모습을 만들어냈다.

특히 박지성-에브라로 이어지는 왼쪽 측면에 호날두가 가담할 때의 공격이 좋았다.
최근 눈에 띄게 좋은 수비를 보여주고 있는 캐릭이 뒤를 단단히 막아줌에 따라
메시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 에브라와 박지성이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했고
여기에 호날두가 왼쪽 측면으로 돌아나오면서 박지성이 가운데로 파고드는
전형적인 유나이티드의 공격 형태가 만들어지면서 좋은 기회들을 다수 만든 것이다.
호날두의 패스를 그대로 연결한 박지성의 슈팅이나 나니가 헤딩한 박지성의 크로스,
그리고 스콜스의 결승골 역시 호날두의 좌측 돌파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봐도 무방했다.

게다가 이 왼쪽 측면은 수비에서도 상당히 훌륭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주로 메시가 이쪽을 통해 공격 작업을 전개하면서 수비 부담이 상당했지만
박지성이 뚫리면 에브라가, 에브라가 뚫리면 박지성이 지켜주며 버텨냈고,
두 명이 모두 뚫리더라도 캐릭, 스콜스, 브라운이 겹겹이 수비에 가담했다.
안그래도 부진한 에투가 퍼디낸드에게 꽁꽁 묶이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채
메시까지 이렇게 차단당하면서 바르샤의 창끝은 무디어진 것이다.

결국 더 많은 점유율과 더 많은 패스와 더 많은 슈팅을 가져간 바르샤였지만
한번의 기회를 골로 바꾸어내는 결정력에서의 패배로 경기를 내어준 꼴이 되었다.
반면 공수의 핵심인 루니와 비디치가 결장했음에도 팀의 응집력을 잃지 않은 유나이티드는
9년만에 다시 한번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오르는 기염을 토해냈다.

이번 시즌 유나이티드의 가장 강력한 장점 중에 하나는
소위 팀 케미스트리라고 부르는 부분의 유지가 아닐까 싶다.
이 팀 케미스트리라는 것은 선수간의 화합과 단결, 협동을 의미하는데
드록바와 발락이 언쟁을 벌인 첼시나 아데바요르와 벤트너가 충돌한 아스날,
그리고 호나우딩요의 이적 파문으로 공격력이 무디어진 바르샤에 비해서
다소 부진한 최근에도 응집력있는 행보를 보여준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러한 점이 퍼거슨 감독의 지도력 때문인지 신구 조화가 잘 이루어진 스쿼드 때문인지,
아니면 불같은 성격과 물같은 성격이 어우러진 선수들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것은 이번 시즌의 남은 목표인 더블 달성에 커다란 장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누 캄프에서 득점 없이 비기며 결승 진출에 다소 흔들림이 있었던 유나이티드는
시즌 도중 부상 공백으로 체력적인 여유가 있었던 선수들이,
예를 들자면 박지성과 스콜스, 메시 등이 대거 활약한 경기에서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날카로운 공격을 펼치며 결국 바르샤를 제압했다.

이로써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은 프리미어십 클럽간의 대결로 결정되었고
레이카르트 감독의 바르샤는 이번 시즌을 무관으로 마무리지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제부터 강력하게 해임설이 나돌 레이카르트 감독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리버풀이든 첼시든 모스크바에서 만날 상대를 뿌리칠 준비는 충분히 되어 있는 듯 하다.

그리고 남은 것은 계속해서 골을 넣어 승리하는 것 뿐이다.


덧.
경기 중간 중간에 잡아준 카메라의 앵글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지만
과연 그 각도는 어디서 잡아주는 것인지 의구심이 점점 커지고 있다.
뉴 웸블리라면 거대 구조물에서 잡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올드 트래포트는 분명 하늘이 훤히 보이는 구조라고 알려져 있으니
이거 참 즐거우면서도 아리송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덧2.
지난 첼시전에서 드록바의 니킥에 비디치가 KO당한 이후,
오늘은 에브라가 하이킥을 관자놀이 쪽에 맞고 실려나가고 말았다.
유나이티드는 격투기 클럽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야만 하는 것일까.

by Lucypel | 2008/04/30 06:48 | Review: UCL/UEFA | 트랙백 | 덧글(9)

[Sports] UCL Semifinal: ManU vs Barca

하나의 실수가 어린 선수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오늘의 유나이티드는 원래의 유나이티드이면서 또한 아니었다.

공격진의 부진한 모습은 크게 두가지 원인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누 캄프에서 바르샤를 상대로 먼저 경기를 펼치는만큼 수비적이었던 점과
경기 시작과 함께 얻은 페널티킥을 성공시키지 못했다는 점이다.

비디치의 부상으로 브라운을 센터백으로 돌리고 하그리브스를 풀백으로 낸 포백은
페널티 박스 바로 바깥까지는 빠르게 물러나면서 수비적인 경기를 펼쳤다.
여기에 캐릭-스콜스의 중앙 미드필더 조합이 절대 공격적으로 나서지 않고
박지성과 루니, 테베즈도 수비적인 위치까지 적극적으로 내려오면서
사실상 틀어막는 운영만을 선택한 것이 퍼거슨 감독이었다.

이러한 수비 전술은 바르샤의 공격진을 봉쇄하는 데에 상당 부분 성공을 거두었다.
에투는 퍼디낸드와 브라운에게 치이며 좋은 위치에서 공을 잡는 경우가 드물었고
메시와 이니에스타 역시 루니와 박지성의 적극적인 수비 가담에 창끝이 무뎌졌다.
특히 에브라와 맞서게 된 메시는 여전히 빠르고 좋은 발재간을 보여주었지만,
마무리 슈팅까지 가져가기 전에 번번히 수비에게 차단당하며 활약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 수비적인 운영은 반대로 유나이티드의 칼날을 무디게 했다.
투톱과 양 윙어를 배치하면서 상당히 공격적으로 나선 것 같은 유나이티드였지만
사실상 호날두만이 공격 진영에 남아 홀로 공격에 임하는 상황이 만들어지면서
수비에 성공하여 공을 뺏은 상황에서도 재빠르게 공격으로 전환할 수 없었다.
결국 테베즈나 루니가 공을 끌다가 빼앗겨 다시 공격을 허용하는 장면이 많았고
혹여 공격권을 유지한다 해도 이미 시간이 지나 바르샤의 수비는 갖추어져 있었다.

여기에 페널티킥을 실축한 호날두와 지난 경기에서 부상당한 루니의 부진이 겹쳤다.

킥오프 직후에 마르케즈의 핸드볼로 얻어낸 페널티킥은 호날두의 몫이었지만
오른쪽 상단을 노린 날카로운 슈팅이 아슬아슬하게 골문을 빗나간 것은 불운이었다.
그간 수많은 페널티킥을 성공으로 이끌었던 호날두에게 책임을 지워서는 안 되겠지만,
실축 이후의 호날두는 평소의 그답지 않은 모습으로 보일 뿐이었다.
공격 진영에 홀로 남겨진 상황과 더불어 스스로 해결하려는 모습이 너무 많았고
또한 그런 모습에서도 마음이 급해 제대로 된 경기력을 보이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호날두를 도와 공격을 이끌어야 했던 루니 역시 그닥 좋지 못했다.
애초에 측면에 배치되며 수비적인 임무를 부여받은 탓도 있겠지만
평소의 강력한 돌파나 폭넓은 시야의 패스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루니의 가장 큰 장점인 투지와 승부욕도 그닥 드러나지 않으면서
호날두의 심적 부담과 긱스의 부재로 인한 리더십의 필요가 해소되지 못했다.

결국 퍼거슨 감독이 선택한 수비적인 운영과 호날두의 실축이 겹치면서
수비에서는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지만 공격은 전혀 풀지 못한 경기가 되고 말았다.

반면 바르샤는 점유율에서 압도적인 경기를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번번한 슈팅 하나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하며 무기력하게 무너져 내렸다.
메시가 돌아왔지만 그에게만 의존하는 공격은 철저한 수비에 봉쇄당했고
중원 장악에 성공한 미드필더들과 풀백들의 공격 가담도 대부분 무위로 돌아갔다.
이것 역시 첫경기의, 게다가 홈경기의 부담이 바르샤를 수비적으로 묶어 놓아
공격 상황에서도 서너명의 선수가 수비 진영에 남아있는 장면을 만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호날두가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며 원정골과 함께 승리를 챙겼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실점 없이 무승부를 가져간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유나이티드 입장에서는 이제 남은 올드 트래포드 경기를 차분히 승리로 만들면
오랜 공백 이후에 다시 한번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러한 승리를 위해서는 오늘처럼 굳건한 수비를 갖춤과 동시에
공격 작업을 제대로 풀 수 있도록 미드필더들의 활발한 경기력이 필요할 것이다.
오늘처럼 캐릭과 스콜스가 뒤로 물러나기만 하면서 경기에 임한다면
공격진은 고립되고 수적으로도 불리해져 체력만 소모하고 득점은 없을 것이다.


덧.
스위스 심판의 판정은 여러 모로 탐탁치 못한 구석이 많았다.
다소 불분명한 판정도 많았고 기준도 상당히 제멋대로인 느낌.
그것이 얼마나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생각한다면, 조금 아쉽다.

덧2.
마르케즈의 지저분한 수비는 양팀 선수 중에 최악이었다.
브라운과의 신경전에서 브라운도 곱게 수비하지는 않았지만
마르케즈가 경기 내내 사용한 손동작을 생각하면 더 심하게 해도 괜찮았을 것이다.

덧3.
이상철 씨는 우리말부터 다시 배우고 오세요.
새벽에 일어나서 그 얼굴을 보게 되면 정말 욕 나옵니다.

by Lucypel | 2008/04/24 06:11 | Review: UCL/UEFA | 트랙백(1) | 핑백(1) | 덧글(11)

[Sports] Primera Liga 17R: RealM vs Barca

누 캄프에서 벌어진 이번 시즌 첫번째 엘 클라시코는
지나치게 관대한 주심의 판단 아래 카탈루냐의 한숨으로 마무리 되었다.

레이카르트 감독의 입장에서는 리오넬 메시의 결장이 뼈저린 경기였을 것이다.
물론 이전에도 대단한 선수였지만, 이번 시즌 들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선수로 성장한 메시는
판타스틱 포라고 불리우는 바르샤의 공격진 중에서도 가장 빼어난 활약을 보이고 있었다.
장기 부상에 허덕이던 에투와 느려진 발놀림으로 빛을 잃은 호나우딩요,
이적 직후치고는 잘 하고 있지만 아직 완전치 않은 앙리의 몫까지 짊어진 메시는
진실되게 마라도나의 재림인 양 상대가 어느 팀이건 수비진을 유린하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그런 메시가 빠진, 게다가 그나마 잘해주던 앙리도 빠진 바르샤의 공격진은
이미 레알의 심장이 되어버린 세르히오 라모스와 급성장하고 있는 페페가 버틴,
그리고 끝끝내 카시야스가 골문을 지킨 레알의 수비진을 뚫어내지 못하고 말았다.

메시가 없는 바르샤가 내세운 카드는 결국 호나우딩요였다.
원톱 에투를 받쳐줄 두명의 포워드로 호나우딩요와 이니에스타가 기용되었지만
본디 미드필더인 이니에스타보다는 호나우딩요에게 더많은 무게가 쏠려있었고
경기 내내 바르샤의 공격은 호나우딩요의 발을 향해서 이어지고 그의 발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런 호나우딩요가 라모스에게 철저하리만큼 봉쇄되었다는 점이다.
레알의 모든 선수가 극찬하고 있는 스페인의 어린 오른쪽 풀백은 빠르고 강인했고,
다소 거칠게 호나우딩요를 상대했지만 심판의 성향은 지나치리만큼 관대했다.
다소 느려진 호나우딩요와 무척 빨라진 라모스의 대결은 속도에서 판가름났고
레알이라는 빅 클럽의 주전으로 자리잡은 라모스에게 경험 부족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라모스가 혹여 바르샤의 컴비네이션을 통해 돌파된다 하더라도
그 뒤에는 페페라는 이번 시즌 레알이 해낸 최고의 발견이 버티고 있었다.
한준희 해설의 말처럼 "사뮤엘과 우드게이트를 합친 것보다 뛰어난" 포르투갈의 센터백은
독일 대표인 메첼더를 밀어내고 발롱도르 수상자 칸나바로와 발을 맞추고 있다.
듬직한 체구인데다 침착하기까지 한 어린 센터백은 에투와 호나우딩요를 육탄 방어해냈고,
고비 때마다 몸을 날리며 카시야스의 부담을 최대한 줄여주는 수훈을 세웠다.
물론 간혹 그를 통과한 공은 어김없이 카시야스의 손에 걸리며 한 골도 허용하지 않았다.

또한 바르샤는 특유의 섬세하고 창의적인 미드필더에서의 패싱 게임이 보이지 않았다.
반 니스텔루이를 제외한 레알의 선수들이 수비적인 위치에서 열심히 움직이기는 했지만,
그 정도의 제약에 빛을 잃어버릴만한 바르샤의 미드필더들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경기에서는 중원에서 밀려나며 측면에서 주로 움직였고
그나마도 레알의 순간적인 역습을 막아내느라 물러나기에 급급해 보였다.
야야 투레와 사비, 데코로 구성되었던 미드필더 라인이 빛을 잃자
공격은 호나우딩요 개인에게 의존하는 수밖에 없어진 것이 큰 문제였다.

반면 레알은 단단하게 걸어잠그는 동시에 시기적절한 역습이 날카로웠다.
밥티스타가 결승골을 성공시킨 장면이야 그야말로 그림같은 패스가 이루어진 것이었고,
스네이더-라울-호빙요로 이어지는 공격 라인은 침착하면서도 재빨리 공격을 전개했다.
컨디션이 좋았던 밥티스타는 황소처럼 피치 위를 공수 양면에서 누비고 다녔고
디아라는 조용히 하지만 강력하게 수비진에 위치하며 상대 공격수를 지워나갔다.
"영혼의 파트너"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좋은 호흡을 보여주고 있는
라울-반니 투톱의 움직임은 순간적인 역습에서도 대단히 강력했다.
스네이더의 오른발은 지난 23번인 베컴의 그것에 모자르지 않을 정도였다.
결국 점유율은 바르샤에게 내어줬지만, 좋은 기회는 레알이 더 많이 가져갔다.

바르샤 팬들에게는 심판의 지나치게 관대한 성향이 무척 아쉬울 것이다.
패널티킥이 선언될 수 있을만한 상황이 몇번이나 있었던 것도 사실이고
그 외에도 중원에서의 경합에서 레알의 파울을 불지 않은 경우도 많이 있었다.
하지만 반대로 레알 역시 그렇게 손해본 패널티킥과 프리킥이 다수 있었고
심판이 특별히 어느 한 쪽의 편을 들면서 판정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러한 관대한 성향은 아쉽지만 심각한 문제를 만들 정도는 아니었다고 생각된다.
도리어, 그러한 심판의 성향을 먼저 알아채고 적극적으로 이용한 레알 쪽이,
물론 그러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좀 더 영리한 플레이를 펼쳤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로써 북런던 러비를 시작으로 밀란 더비에 이어 엘 클라시코로 마무리되면서
크리스마스를 맞이한 유럽의 더비 주간이 힘겹게, 그리고 흥미진진하게 지나갔다.
레알은 4년만에 누 캄프에서 바르샤를 격파하며 승점차를 더욱 벌려 놓았고
레이카르트 감독과 호나우딩요는 자신의 거취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야만 하게 되었다.

어쩌면 밀란이 "밀란의 카카"가 아닌 "카카의 밀란"이 되어버린 것처럼
바르샤도 "바르샤의 메시"가 아니라 "메시의 바르샤"가 되어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by Lucypel | 2007/12/24 18:01 | Review: UCL/UEFA | 트랙백 | 덧글(2)

[Sports] UCL 16강 2차전: Liv vs Barca

누 캄프에서 승리한 유일한 잉글랜드 팀, 리버풀.
원정팀에게 가장 험난한 안필드 원정의 바르샤.
승리의 여신은 도박과 모험보다 정석과 끈기의 편이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바르샤의 가장큰 패인은 3백의 도입이었다고 본다.
현대 축구의 흐름에서 3백은 4백에 비해 비효율적인 전술로 결정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단순히 생각해도 수비시에 동원 가능한 인원이 한명 더 많은 부분이 그러하고,
공격시에 풀백의 공격 가담을 통해 공격적인 인원을 늘릴 수 있는 부분도 그러하다.
따라서 어찌보면 4백의 리버풀이 3백의 바르샤를 제압할 수 있었던 것은 당연하다.

물론 홈에서 2:1로 패배한 라이카르트 감독의 3-4-3 전술은 이해할 수 있다.
어떻게든 공격 숫자를 늘려서 골을 넣겠다는 의지는 강력하였다고 할 수 있지만,
전형적인 4-4-2의 리버풀에게는 그러한 편법이 통하지 않았던 것이 문제였다.

단적으로 말해서,
바르샤의 올레게르-푸욜-튀랑의 수비진은
리버풀의 벨라미-카이트 투톱과 리세-제라드의 측면 공격을 잘 막지 못했다.
단적으로 수비는 3명인데 공격은 4명이지 않은가.

게다가 수비를 포기하고 공격에 집중한 바르샤였지만,
부상에서 회복한 뒤 컨디션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는 에투와
체중이 늘었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호나우딩요의 공격진은
맨유전 오셔의 골 직전까지 어마어마한 무실점 기록을 이어가던 안필드의 4백을
결국 제대로 뚫어내지 못했던 것이 결과를 결정지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경기 자체는 1:0으로 승리하였지만,
그것은 후반 막판 튀랑을 빼고 구드욘센을 넣는 극약 처방의 결과일 뿐,
실제적으로 경기를 내내 지배했던 것은 리버풀이었다고 보는 편이 옳을 것이다.
(특히 리세와 시소코의 골대 맞히기는 사실상 리버풀의 승리를 의미한다고 해야 할 것이다.)

결국 스스로의 강력한 특징인 전형적인 4-3-3을 포기하고 편법을 선택한 바르샤가
반대로 스스로의 특징을 강력하게 살려낸 4-4-2의 리버풀을 이기지 못한 것이다.

정석적인 끈기는 변칙적인 방법을 이긴다는,
어찌보면 비현실의 정의를 나타낸 결과라고 생각해보자.

by Lucypel | 2007/03/07 16:15 | Review: UCL/UEFA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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