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s] EPL 7R: Blb vs ManU

언제나 힘들었던 이우드 파크 원정에 폭우까지 더해진 7라운드 경기는
상당히 힘들어질 수 있었던 흐름에서 브라운의 선제골로 손쉬운 승리로 바뀌었다.

스콜스가 주중의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무릎 부상을 당하며 10주간 결장하게 되면서
캐릭과 하그리브스에 이어 스콜스마저 중원에 출장할 수 없는 나쁜 상황이 된 유나이티드는
플레쳐와 안데르송, 그리고 긱스를 중앙에 배치하며 어떻게든 중원을 잘 지키려 애썼다.
이미 노쇠하여 기동성에서 현격한 저하를 보이고 있는 긱스와 너무 어린 안데르송,
그리고 보이지 않을 때에는 피치에서 도무지 찾아볼 수 없는 플레쳐의 조합은
자칫하면 블랙번의 중원에 완전히 장악당할 것만 같은 불안함을 주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블랙번의 미드필더들의 상태가 더 좋지 못했고
반면 유나이티드의 미드필더들은 나름 나쁘지 않은 경기력으로 경기를 이끌었다.
흥분하지 않고 침착하게 후방에서 동료들을 도운 안데르송의 움직임은 차분했고
공을 다소 끌면서 위험한 장면을 다수 만들기는 했어도 좋은 패스를 넣는 긱스도 좋았다.
플레쳐 역시 결정적인 장면에서 결정짓지는 못했어도 넓고 많이 움직이면서
상당히 화려하게 구성된 공격진의 움직임을 잘 도왔다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역시 경기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브라운이 가세한 오른쪽 측면이었다.
블랙번의 에이스 페데르센이 맞부딫혀온 오른쪽 측면에서 브라운이 맹활약하면서,
그것도 공수에 걸쳐 수비에서도 단단하면서 오버래핑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상당히 허술했던 블랙번의 측면을 수비에 묶어놓고 도리어 무너뜨린 것이다.
전반에는 루니가, 후반에는 호날두가 함께한 오른쪽 측면 공격은 날카로워서
대부분의 유나이티드 공격은 오늘 그닥 좋지 못했던 에브라의 왼쪽보다도
브라운의 오른쪽에서 이루어졌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그리고 이러한 브라운의 활약은 선제골로 이어졌다.
원톱 산타 크루즈를 제외하면 수비적인 위치에 잘 포진한 블랙번을 상대로
공은 소유하지만 제대로 공격을 풀어나가지 못하고 있던 유나이티드는
전반 31분 코너킥 상황에서 루니가 올린 크로스를 브라운이 받아넣으며
한숨을 돌리고 편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문전에서 비디치와 브라운 골키퍼가 충돌하며 불평의 빌미가 되겠지만,
비디치가 산타 크루즈에게 밀려서 골키퍼에게까지 밀려나갔다는 점과
어쨌든 위치를 선점하고 있었던 브라운이었다는 점에서 논쟁은 없을 듯 하다.

여기에 지난 경기에서 부상으로 교체되었던 루니가 선발 출장함과 동시에
경기 내내 전혀 아프지 않은 사람처럼 맹활약한 것도 승리에 결정적인 열쇠였다.
아직까지 몸상태가 정상으로 보기는 힘든 호날두가 계속 실수를 연발하고
동료들과의 호흡이 완벽하지 않은 베르바토프가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일 때,
그 두 사람이 만들어내는 공격진의 작은 균열들을 일일이 메우고 다닌 것이 루니였다.
비록 아주 좋을 때처럼 풀타임 내내 수비 진영까지 적극적으로 움직이지는 못했지만
후반 77분 박지성과 교체될 때까지 좌우를 가리지 않고 공격에 임하며 최선을 다했다.
후반 64분 역습 상황에서 호날두의 크로스를 멋진 슈팅으로 연결하여
추가골을 얻어낸 것은 그런 최선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상대적으로 산타 크루즈를 제외한 블랙번의 상태가 대단히 좋지 못하면서,
그나마 비디치나 퍼디낸드와의 몸싸움을 이겨내면서 원톱으로 고군분투한 산타 크루즈가
갑작스런 경기력 저하로 교체되어 나간 후반전에는 유나이티드가 쉽게 경기를 풀어나갔고,
전반 중반까지만 해도 고전하는 분위기였던 경기를 손쉬운 흐름으로 가져나가면서
기분 좋은 승점 3점을 추가하며 단숨에 프리미어십 6위까지 치고올라갈 수 있었다.

다만 조금 아쉬운 부분이라고 한다면 더 나아질 듯 했던 공격진의 구성.
올보르와의 원정에서 두골을 몰아넣으며 좋은 모습을 보였던 베르바토프가
상당히 두텁게 쌓인 블랙번의 수비에 밀려나며 눈에 띄는 활약을 보이지 못했고,
상태를 끌어올리려는 호날두가 여전히 욕심을 부리는 장면이 많이 눈에 띄면서
계속 뒤로 내려와 움직이는 베르바토프와의 공존에서 성공스럽지 못해보였다.
루니-호날두, 혹은 루니-베르바토프의 호흡은 점차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주포라고 할 수 있는 호날두-베르바토프의 호흡이 그닥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 유나이티드 팬들에게는 그닥 반가운 소식만은 아닐 것이다.

여기에 눈에 띄게 얇아진 중원의 두께 역시 아쉬운 부분일 것이다.
스콜스와 캐릭이라는 걸출한 패스 능력이 사라진 유나이티드의 중원에서
비록 플레쳐가 힘써주고는 있지만 그렇게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오늘처럼 두텁게 수비에 임하는 프리미어십의 클럽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날카로운 패스를 찔러줄 수 있는 미드필더의 존재가 상당히 소중해지기 마련이데,
베르바토프나 루니가 내려와 찔러주는 패스가 가장 좋다는 점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특히 긱스의 중앙 미드필더 활약이 지난 경기에 비해 상당히 좋지 못했던 점은
한시라도 빨리 주전 미드필더들의 부상 복귀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과
공격진의 좀더 넓고 효율적인 활용을 구상해야 한다는 생각을 만든다.

어쨌거나 루니의 세경기 연속골이 터져나왔고 호날두의 프리미어십 연속 도움,
여기에 점차 제정신을 차려가고 있는 수비진이 리그에서의 시즌 3승째를 만들었고
느리지만 점점 나아지고 있는 새로운 공격 조합의 경기력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여전히 베르바토프의 기량에 대한 논란은 남아있을지언정 팬들은 그를 믿고 있고
지난 올보르 원정에서의 환상적인 득점이 기억에 남아있는 한 기회는 주어질 것이다.

험난한 시즌 초반을 지나 차츰 정상 궤도에 올라서고 있는 유나이티드.
부상이라는 암초에 걸려 좌초하지만 않는다면 승리 행진에 어려움은 없다.

by Lucypel | 2008/10/05 04:50 | Review: EPL/FA | 트랙백 | 덧글(2)

[Sports] UCL Group E: AaB vs ManU

디미타르 베르바토프의 환상적인 작품들이 머나먼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 완성되며
더이상 유나이티드의 공격력을 둘러싼 논쟁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만들어 버렸다.

베르바토프의 영입은 지난 시즌부터 유나이티드에 관한 주된 화제 중 하나였다.
큰 키와 우아한 발재간을 지닌 이 불가리안 스트라이커의 영입에 대해 떠들었던 언론들은
영입이 완료된 요즘에 이르러서는 그의 효용 가치에 대해서 떠들기 시작하고 있었다.
루니와 호날두로 대변되는 빠르고 강력한 형태의 유나이티드 공격에 비해서
이 장신 스트라이커는 그다지 빠르지도 않고 투쟁적이지도 못해 보였고,
그것은 프리미어십에서의 세경기에서 그의 투입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더욱 부각되어 흥미 위주의 기사 거리는 절대 놓치지 않는 언론들의 주된 표적이 되었다.

하지만 오늘 경기를 기점으로 더이상 이러한 언론의 얄팍한 휘둘림은 끝날 것이다.
지난 프리미어십 6라운드 볼튼과의 경기에서도 후반 들어 좋은 모습을 보였던 베르바토프가
이제는 완전히 유나이티드에 적응한 모습을 보이며 환상적인 활약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가 갖고 있는 수많은 그리고 아름다운 재능들이 기존의 유나이티드에 더해지면서
미안하지만 올보르 정도의 클럽이 막아내기에는 너무나도 수준 높은 공격이 만들어졌다.

무엇보다 베르바토프가 살아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달라진 그의 위치이다.
이적 직후의 몇 경기에서 그에게 제공권을 기대했던 퍼거슨 감독은 그를 최전방에 투입했고
가급적이면 그 최전방에서 빠져나오지 않을 것을 주문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타고난 플레이메이커 성향의 베르바토프에게 최전방은 너무 좁은 곳이어서
그의 넓은 시야와 섬세한 패스, 헌신적인 수비 가담이 빛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게다가 근본적으로 포워드들이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생기는 공간을 활용하는 유나이티드가
최전방 스트라이커의 움직임을 제한했다는 것은 스스로의 창을 무디게 만들 뿐이었다.
하지만 루니와 투톱을 이룬 오늘의 경기에서 베르바토프는 훨씬 넓은 범위에서 움직였고
끊임없이 루니와 자리를 바꿔가며 상대 수비진을 교란하고 공간을 만들어냈다.

게다가 뒤로 내려온, 사실상 중앙 미드필더 자리까지 내려온 베르바토프의 활약은
단순히 공간을 만들고 상대 수비를 끌어내는 것에 그치는 정도라고 볼 수 없었다.
쾌속의 공격 속도는 없더라도 절대 느리지 않은 그의 역습 속도는 둘째치고라도,
공격 전개 상황에서 공을 받아 지키고 패스를 넣어주는 것은 플레이메이커 수준이었다.
전반까지만 해도 동료들과의 호흡에서 아주 조금씩 맞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차츰 나아진 후반 중반 이후에는 섬세한 오른발 아웃프런트 패스가 연이어 터져나왔다.
특히 경기 막판 호날두와의 호흡을 통해 만들어낸 완벽한 기회는 그 절정이어서
마치 "영혼의 투톱"이라고 불리웠던 로비 킨과의 호흡을 지켜보는 듯 했다.

이러한 베르바토프의 위치 이동에 이은 유기적인 공격 전개 능력의 향상은
비단 그 혼자만의 활약이 나아진 것 뿐만 아니라 유나이티드 전체의 공격을 살려냈다.
루니-베르바토프 투톱에 좌우로 나니와 호날두가 자리를 바꿔가며 구성한 공격진은
투톱이 종으로 자리를 계속 바꾸는 동안 윙어들이 중앙으로 파고들며 공간을 활용했다.
여기에 비어있는 측면은 에브라와 하파엘의 좌우 풀백 오버래핑으로 찌르며
원정이었지만 압도적인 공세를 펼치는 데 필요한 숫적 우위를 가져간 것이다.
비록 선발 출장한 스콜스가 16분만에 부상으로 긱스와 교체된 것은 아쉬웠지만
대신 긱스가 중앙 미드필더로서의 기량도 수준급이라는 것을 보여주면서
전체적인 유나이티드의 공격력은 여전히 강력한 모습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

전반 22분의 선제골은 그런 긱스의 기량이 전적으로 드러난 장면이었다.
베르바토프와 루니의 계속된 자리 바꿈에 순간적으로 전진한 올보르의 포백 라인의 뒤로
파고드는 루니를 정확히 보고 찔러준 긱스의 패스는 그야말로 절묘한 수준의 패스였고,
단숨에 골키퍼와 마주보게 된 루니는 쉬운 기회를 놓치지 않으며 득점에 성공해냈다.
지난 볼튼전에서 프리미어십 첫골을 성공시킨 루니는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득점하며
이번 시즌에는, 이미 충분하지만, 계속된 논란의 중심인 득점력에서도 분발하는 듯 하다.

그리고 후반 55분과 79분의 추가골과 쐐기골은 그야말로 베르바토프 맹활약의 결과.
전반에 부상으로 교체된 뷰샹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센터백으로 내려간 어거스티누센이
어이없는 실수를 범한 것을 놓치지 않은 베르바토프가 단숨에 발리슛을 날린 것이 추가골,
호날두가 오른쪽 측면을 완전히 돌파한 뒤 올린 크로스가 수비에 맞고 굴절된 것을
우아하면서도 감각적인, 그리고 아름다운 발리슛으로 득점한 것이 쐐기골이었다.
특히 쐐기골 장면에서는 호날두의 측면 돌파가 상당 부분 살아났다는 점도 긍정적이고
한순간의 망설임과 한치의 오차도 없이 환상적인 시져스킥을 날린 베르바토프의 기량은
더할나위없이 유나이티드가 바라던 바로 그 베르바토프의 기량임에 틀림없었다.

베르바토프가 이렇게 맹활약을 펼치는 동안 유나이티드의 경기력은 대부분 훌륭했다.
선제골을 넣은 루니는 부상으로 후반 59분 테베즈와 교체되기 전까지 활약하면서
베르바토프와의 호흡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며 유나이티드의 공격을 이끌었고,
부상 이후 처음으로 풀타임을 소화한 호날두 역시 측면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비록 체력과 근력이 정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기회를 여러번 놓치기는 했지만
점차 나아지는 것이 눈에 보인다는 점에서 호날두의 활약은 충분히 좋았다.

게다가 기습적인 챔피언스리그 데뷔전을 치른 하파엘 다 실바의 기량도 환상적이었다.
명단에서 제외된 네빌과 대기 명단에 포함된 브라운을 제치고 선발 출장한 하파엘은
아직 20살도 되지 않은, 데뷔전을 치르는 어린 선수답지 않은 수준 높은 기량을 선보였다.
브라질리언다운 개인기를 바탕으로 한 측면 돌파와 공격 가담은 네빌 이상의 수준이었고
수비에서도 침착하고 간결한 모습으로 올보르의 왼쪽 공격을 완전히 무산시켰다.
앞에 선 윙어가 체력이 부족한 호날두와 수비 개념이 전혀 없는 나니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왼쪽의 에브라와 더불어 상대의 측면 공격을 완전히 틀어막았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이외에도 정신을 놓지 않는 한 누구보다도 단단한 센터백인 퍼디낸드-비디치 조합과
이제는 세계 정상급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에브라의 왼쪽 풀백은 여전히 굳건했고,
선발로는 스콜스와, 경기에서는 긱스와 발을 맞춘 중앙 미드필더 오셔 역시
수비 장면에서는 센터백까지 내려와 거의 쓰리백과 같은 모습을 만들어주면서도
공격 장면에서는 침착한 볼 관리와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한 패스로 좋은 모습을 보였다.
보일 듯 안 보일 듯 하면서도 필요한 위치에서 항상 발견할 수 있는 오셔 특유의 경기력이
센스가 넘치는 긱스와 함께 하면서도 전혀 무리 없이 활용되었다는 점도 즐거운 부분이다.

급작스럽게 교체 투입된 긱스가 중원에서도 기대 이상의 공격 전개 능력을 선보여주었고
역시 교체 투입된 테베즈도 넓게 움직이고 꾸준히 돌파하며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인 반면,
선발 출장하여 풀타임을 소화한 나니는 여전히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며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개인기와 속도를 바탕으로 한 돌파가 전혀 드러나지 못한 것도 무척 아쉬운 부분이고
틈만 나면 슈팅할 생각만 하는 머리가 패스와 시야라는 것을 전혀 모른다는 것도 아쉬웠다.
에브라와 하파엘이라는 훌륭한 오버래핑 자원들과 함께 하면서도 그들을 보지 못한다면
나니는 그저 약팀을 상대로 스탯이나 쌓는 수준의 선수에 불과할 것이다.

(감스트는 아니지만) 페데르센과 (K가 아닌 C의) 카카까지 투입한 올보르는
아담한 홈 구장에서 유나이티드를 맞이하여 지난 셀틱 원정에서와 같은 결과를 기대했겠지만
드디어 원활하게 돌아가기 시작한 베르바토프 체제의 유나이티드 공격은 너무나 막강했다.
베르바토프와 루니, 호날두가 무척 아쉽게 놓친 장면만 세어 보아도 한 손으로 모자라니
겨우 세골의 실점만으로 90분을 버텨낸 것도 어쩌면 올보르에게는 다행인 일일지 모르겠다.

시즌 초반부터 앤필드 원정과 스탬포드 브릿지 원정이라는 난제를 해결해야 했고
커뮤니티 실드와 슈퍼컵까지 치루며 체력적인 부담까지 상당히 더했던 유나이티드가
이제 험난했던 출발을 마치고 본격적인 승리 질주를 시작하는 모습을 보인 이번 경기는
다만 스콜스와 루니와 하파엘의 부상이라는 대단히 두려운 문제만 아니라면 완벽했다.
정신을 차린 수비진과 짜임새를 갖춰가고 있는 공격진의 유나이티드라면
이번 시즌에도 지난 시즌 이상의 성과를 거두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그러니 제발, 세명 모두 큰 부상은 절대로 아니어야만 한다.

by Lucypel | 2008/10/01 07:07 | Review: UCL/UEFA | 트랙백 | 덧글(8)

[Sports] EPL 6R: ManU vs Bol

최상의 상태는 아니었지만 충분히 좋은 결과를 얻어내었다.
볼튼과의 올드 트래포드에서의 6라운드는, 당연히 이겨야만 했다.

호날두가 얻어내고 호날두가 성공시킨 페널티킥에 대한 논란은 매 시즌 있는 일의 반복이다.
각 클럽의 수많은 서포터들이 자신의 클럽에 불리한 오심 혹은 판정이 나올 때마다 흥분하고
또 반대로 유리한 오심 혹은 판정이 나올 때마다 조용히 그리고 묵묵히 판정에 승복한다.
게다가 호날두의 넘어지는 모습과 볼튼 수비진의 태클은 너무나 절묘한 타이밍이어서
얼핏 보기에는 분명, 사실 나는 아직까지도, 접촉은 있었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게다가 유나이티드는 그 골 이외에도 승리에 필요한 득점을 더 해냈다.
반면 볼튼은 어쩌면 유나이티드보다 더 많이 얻었던 결정적인 기회를
단 하나도 성공시키지 못하며 스스로 패배를 받아들여야만 하도록 했다.
오심 논란을 차치하더라도, 유나이티드는 승리할만한 경기를 승리했다.

하지만 사실 전반까지의 경기력은 "승리할만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는 모자랐다.
베르바토프-테베즈 투톱과 박지성-호날두의 윙어, 플레쳐-안데르송의 중원은
도무지 유기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45분 내내 겉도는 장면만 만들어냈다.
부상 후 아직 경기력을 최상으로 끌어올리지 못한 호날두는 계속 조바심을 냈고
최전방에 고립된 베르바토프는 그 고귀한 재능을 도무지 뽐낼 기회가 없었다.
테베즈는 열심히 뛰었지만 여전히 좁은 시야로 패스 타이밍을 놓쳤고
또다시 클로킹해버린 플레쳐와 패스보다는 돌파에 소질이 있는 안데르송은
역시 열심히 뛰어다닌 박지성을 활용하는 데에는 완전히 능력이 없어 보였다.

이렇게 유기적이지 못한 공격진의 움직임은 3:1에 가까운 압도적인 점유율에도
결국 전반 45분 동안 득점에 성공해내지 못하는 안타까운 결과로 이어졌다.
이러한 공격진의 문제는 공격 작업을 조율할 선수의 부재로 인한 것인데,
플레쳐-안데르송 조합과 테베즈의 2선 배치가 그 결정적인 원인이다.

플레쳐가 상태가 좋을 때에는, 물론 스콜스나 캐릭만큼은 절대 아니지만,
어느 정도 길고 짧은 패스를 넣어주면서 넓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곤 했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는 도무지 좋은 상태라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사라져 버려서
중원에서 공을 잡는 것은 안데르송이 대부분이고 도리어 퍼디낸드이기도 했다.
네빌과 에브라가 퍼디낸드나 비디치를 거쳐서 공을 주고받는 걸 지켜보고 있자면
대체 유나이티드의 중원은 어디로 사라져 버렸나 고뇌하게 만드는 듯 했다.
안데르송이 패스보다는 활동량으로 공수에 고루 기여하는 형태의 미드필더임을 생각하면
플레쳐에게 믿고 맡기기에 올드 트래포드의 피치는 너무 넓고 또한 중요하다.

하지만 플레쳐-안데르송 조합의 중원 앞에 루니가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전후좌우 어디로든 넓게 움직이면서 동료들의 움직임을 정확히 느끼는 루니의 기량은
환상적인 패스와 크로스를 만들어내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었기 때문에 그러하다.
루니가 돌아나오며 생긴 뒷공간을 호날두, 테베즈, 박지성, 나니, 긱스가 파고들었던
지난 시즌의 수많은 득점 장면들을 생각하면 더더군다나 그렇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베르바토프와 투톱으로 발을 맞춘 테베즈는 그런 역할을 수행해내지 못했다.
작지만 강인한 피지컬과 끊임없는 활동량, 절대 뒤지지 않는 속도를 가진 테베즈는
아르헨티나의 대표팀 선수인만큼 환상적인 볼 키핑 능력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종종 그 키핑 능력이 패스할 타이밍을 깎아먹음으로써 공격 속도를 늦추곤 한다.
게다가 최정상급 포워드라고 하기에는 아주 조금 아쉽도록 지나치게 좁은 시야는
박지성과 호날두, 안데르송이나 에브라 같이 많이 움직이는 동료들의 활동량을
쓸데없는 낭비로 소모시켜버리는 장면을 너무나 자주 보여주기도 한다.

결국 경기 내내 자신의 장점인 활동량을 최대한 보여준 박지성, 에브라, 안데르송은
조바심에 계속 욕심을 부린 호날두와 사라진 플레쳐, 고개를 들지 않는 테베즈 덕분에
끊임없이 움직였음에도 주변 동료들과의 간결한 패스를 전혀 살리지 못한 채
9명이 틀어박혀 수비만 하면서 공간을 없애버린 볼튼에게 밀려나야만 했다.

그리고 이러한 유나이티드의 문제는 후반 들어 어느 정도 극복되었으며,
또한 후반 71분 이후에는 보다 혁신적으로 개선되면서 승리로 이어졌다.
퍼거슨 감독이 후반 시작과 함께 선택한 해결책은 베르바토프의 활용이었고,
후반 71분에 선택한 초강수의 공격 선택은 루니와 스콜스의 동시 투입이었다.

본디 베르바토프를 영입하면서 기대했던 것은 단순한 제공권 장악 능력이 아니었다.
그 우아할 정도로 아름다운 아웃프런트 패스를 근본으로 한 넓은 패싱 능력과
로비 킨과의 호흡에서 보여주었던 환상적인 시야와 헌신적인 움직임도 있었다.
거기다 위기의 순간에 2선이 아니라 3선까지 내려와 수비에도 가담하는 백작의 기량은
유나이티드의 수많은 팬들에게 그의 가치를 더욱 크게 느끼게 만다는 요소였다.
이러한 베르바토프를 드디어 2선까지 내려와서 보다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한 것이
패스를 주기보다는 받는데 유리한 테베즈, 박지성, 호날두를 살아나게 한 것이다.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하고 후방에서부터 성실하게 전진하는 베르바토프는
중간에서 공을 지키고 방향을 바꿔 좌우로 넓게 벌리는 동료들에게 패스를 뿌리며
그가 어째서 그렇게 많은 클럽들이 탐내는 선수였는지를 정확하게 보여주었다.

여기에 후반 71분 테베즈와 안데르송 대신 루니와 스콜스가 투입되자
유나이티드의 공격력은 더욱 막강하고 아름다운 형태로 변화하였다.
이제 이전만큼의 존재감은 없어졌다 해도 여전히 환상적인 패스의 스콜스와
유나이티드 공격진의 중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루니의 투입은 그만큼 중요했다.
중원 후방에서 최전방으로 날카롭게 뿌려주는 패스가 스콜스를 통해 가능해졌고
최전방에서의 간결한 짧은 패스의 연결도 루니가 가담하면서 훨씬 살아났다.
각각의 기량을 특별하지만 서로간의 호흡이 좋지 못했던 호날두와 베르바토프가
루니를 매개체로 하여서 환상적인 장면을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들어선 것은
비단 오늘의 승리때문이 아니라 좀 더 큰 승리를 위해 팬들을 즐겁게 했다.

게다가 정말 오랫만에 맛본 루니의 멋진 득점은 더욱 큰 기쁨이다.
베르바토프와 호날두가 가세한 왼쪽 측면에서의 부분 전술을 통한 장면에서
호날두의 힐패스를 받은 루니가 볼튼 수비수 하나를 완전히 제친 뒤
오른발 인프런트 킥으로 반대쪽 포스트를 향해 멋지게 감아찬 공은
이번에도 또다시, 그리고 매번 유나이티드만 만나면 신들렸던 야스켈라이넨을 지나
정확히 딱 공 하나 들어갈 수 있었던 위치를 향해 골망을 가른 것이다.
지난 시즌 막강 화력의 중심이었던 루니-로니 콤비가 만든 골이라는 점에
생각보다 득점이 많지 않아 비판의 대상이 되는 루니의 시즌 첫 골이라는 점까지,
유나이티드 팬들에게는 더할나위 없는 멋진 승리의 마무리였을 것이다.

볼튼의 대단히 수비적이고 다소 거친 경기 운영에 휘말릴 뻔했던 유나이티드는
호날두가 1골 1도움으로 올드 트래포드에 모인 팬들에게 희망의 메세지를 전하며
소중한 프리미어십에서의 승점 3점을 따내는 데에 성공해 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드디어 맞아떨어지기 시작하는 듯한 베르바토프의 활용과
지난 시즌 맹활약했던 루니-로니 콤비의 부활이 있다는 점이 더욱 긍정적이다.
특히 베르바토프가 최전방에 위치할 때보다 자유롭게 2선까지 움직일 때
그의 원숙한 기량을 모두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더욱 강력한 유나이티드의 막강 화력을 기대할 수 있게 한다.

다소 늦은 출발을 보이며 경쟁자들의 뒤를 따라잡아야 하는 유나이티드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화려한 공격력으로 언제라도 따라붙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다시 리그 테이블의 가장 윗자리에서 유나이티드의 이름을 보기를 기대한다.


덧.
결국 베르바토프의 활용은 지난 시즌의 투톱 활용과 똑같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달라진 것은 이제 크로스를 높이 줘도 헤딩을 노릴 수 있다는 점 뿐.

by Lucypel | 2008/09/28 13:52 | Review: EPL/FA | 트랙백 | 덧글(6)

[Sports] Carling Cup 3R: ManU vs Mid

드디어 혹은 일찌감치 터져나온 호날두의 시원한 복귀골과
아직 앳된 선수들의 맹활약이 더해져 시즌 올드 트래포트에서의 첫 승이 만들어졌다.

경기 시작 전부터 퍼거슨 감독의 인터뷰를 통해 박지성과 하그리브스 등의 이름이 거론되며
어떤 선수가 선발 출장하고 어떤 선수가 새로운 기회를 얻을 것인가 관심을 끌었던 이 경기에
도리어 상당히 생소한 선수들이 대거 포함된 라인업을 선택한 퍼거슨 감독이었다.
직전 주말의 첼시 원정에 선발 출장했던 선수들은 모두 대기 명단에서도 제외되었고,
교체 출장했던 호날두와 오셔, 징계로 자리를 비웠던 비디치가 선발 출장한 것이다.
그 외의 주전급 선수로는 브라운과 긱스가 선발로, 테베즈가 교체로 피치에 나서며
확실히 칼링컵을 컨디션 조절과 신진의 등용문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듯 했다.

특히 대거 선발 출장한 20세 안팎의 어린 선수들은 그런 의지의 증명이나 다름 없었다.
반 데 사르의 부상으로 급히 출장했던 쿠시챡까지 제외된 명단에서 선발 출장한
골키퍼 벤 아모스의 앞에 선 포백에는 어린 브라질리언 하파엘 다 실바가 포함되었고,
중원에는 안데르송과 함께 호드리고 포제봉이 든든히 지켜내기 위해 포진하였다.
나니가 긱스, 호날두와 함께 2선 공격에 나서는 동안 최전방에는 대니 웰벡이 위치하며
선발 명단 중 네명이 완전한 신예로 구성되는 상당히 파격적인 운용을 볼 수 있었다.
안데르송과 나니 역시 아직 어린 선수로 가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다는 점을 생각하면
미드필더와 포워드 가운데에는 긱스만이 노장으로 중심을 잡아주었을 뿐
대다수가 20대 초반 이하의 어린 선수들로만 짜여진 것이었다.

그 와중에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보여준 것은 호드리고 포제봉이었다.
최전방의 웰백과 세명의 윙어 아래에 포진하여 공수 조율이 중요한 유나이티드의 중원에서
안데르송과 호흡을 맞춘 포제봉은 어린 나이답지 않게 원숙한 기량을 선보였다.
특히 보로의 미드필더 여럿에게 둘러쌓인 상황에서도 여유있게 공을 지켜내고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길고 짧은 패스를 섬세하게 넣어주는 것이 무척 좋았다.
후반 66분 포가테츠의 치명적인 반칙으로 부상당하며 실려나가기 전까지만 해도
유나이티드의 공격의 시작점으로써 팀을 이끌었던 것은 포제봉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다만 포제봉의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고 한다면 다소 부족한 활동량일 것이다.
그다지 발이 빠르지 않은 포제봉은 전후좌우로 넓게 움직이지는 않는 모습을 보였고,
수비적인 상황에서는 포백 바로 앞까지 내려왔지만 공격적인 상황에서는 중앙에만 머무르며
다소 정적인 형태의 경기 운영 능력을 선보였다는 점이 장점이자 단점으로 생각된다.

대신 이번 경기에서 이러한 포제봉의 부족한 활동량을 멋지게 메꾸어 준 것은
19년째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하고 있는 최고의 베테랑인 라이언 긱스였다.
나니와 호날두를 이끌고 웰백을 지원한 긱스는 과거와 같은 폭발력은 줄어들었어도
적재적소에 나타나는 존재감과 날카롭게 뿌려주는 패스에 확실한 세트피스까지,
왼쪽 측면 뿐 아니라 최전방과 오른쪽에서도 맹활약하며 포제봉과 멋진 짝을 이뤘다.
정적인 포제봉과 동적인 긱스의 조합은 공격진의 1선과 2선에 구심점을 만들었고
그것이 어린 선수들로 구성된 유나이티드의 공격이 원활할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였다.
또한 후반 막판 연이어 터져나온, 결승골이 포함된 긱스의 멋진 슈팅들은
그의 재능과 수준이 아직까지도 세계 최고급이라는 것을 증명해주었다.

포제봉과 함께 눈에 띄는 활약을 한 신예는 오른쪽 풀백으로 나선 하파엘 다 실바였다.
브라운이 센터백으로 자리를 옮긴 가운데 오른쪽 수비를 책임진 하파엘은
보로의 에이스인 다우닝을 상대로 전혀 뒤지지 않는 원숙한 수비력을 선보였는데,
속도와 몸싸움에서 전혀 밀리지 않으면서도 브라질리언 특유의 리듬감을 앞세워
상대의 호흡을 빼앗은 뒤 공을 채내는 움직임을 다수 만들어내며 돋보였다.
게다가 적극적으로 오버래핑에 나서며 공격 작업에도 확실히 가담하면서
중앙으로 파고드는 경우가 많은 유나이티드의 윙어들의 빈 공간을 채워내었다.
많이 움직이고 빠르고 수비와 공격에 모두 능한 풀백의 존재는 언제나 보배로운 법.
날카롭고 정확한 크로스를 많이 보여주지 못한 것이 약간 걸리기는 하지만
부상 중인 파비오와 함께 유나이티드의 좌우 측면을 지킬 인재로 충분해 보인다.

최전방에 포진한 대니 웰벡은 프레이져 캠벨과 비슷한 느낌으로 재빠름을 보였지만
스트라이커로서 결정적인 마무리를 짓지 못했다는 점은 다소 아쉬움으로 남았고,
골키퍼 벤 아모스는 그닥 할일이 없었다는 점에서 평가가 어렵기는 하지만
반 데 사르의 뒤에 쿠시챡과 포스터가 있다는 걸 고려하면 이 정도로도 충분하다.
포제봉과 긴급 교체된 대런 깁슨은 다소 슈팅을 무리하게 시도하기는 했지만
섬세하고 침착한 포제봉에 비해 선이 굵은 경기력을 선보인 것이 긍정적이어서
유나이티드의 중원에 보다 넓은 폭의 공격 옵션을 제공할 것으로 생각된다.
후반 84분에야 투입된 마누초 역시 특별한 활약이 가능한 시간은 아니었어도
당당한 체구로 베르바토프 이상의 제공권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렇듯 사실상 데뷔전을 치룬 신예 선수들이 나름 준수한 활약을 보여준 가운데,
이미 주전 자리를 위협하고 있는 안데르송과 나니는 장과 단을 나누어 보여주었다.
포제봉과 중원엘 자리잡았던 안데르송은 전후좌우로 끊임없이 넓게 움직이며
특유의 활동량과 피지컬을 바탕으로 보로의 선수들을 계속해서 괴롭혀주었다.
특히 왼쪽 측면을 따라 폭발적인 돌파를 여러 차례 보여준 장면은 인상적이어서
자신보다 더 큰 선수들에게 밀리지 않으며 멋진 기회를 팬들에게 보여주었다.
반면 나니는 후반 추가 시간에 쐐기골을 성공시키며 잘한 듯 하지만
경기 내내 쓸데없이 공을 끌고 개인기를 부리는 시간이 너무 많았고
지나치게 이기적인 모습만으로 일관해 팀 공격의 맥을 툭툭 끊어놓았다.
점차 날카로워지고 있는 묵직한 슈팅만이 나니의 활약이었을 뿐이기 때문에
착실히 쌓아나가고 있는 개인 기록에 비해 팀 공헌도는 형편없을 따름이다.

이런 점에서 오늘 출장하지 못한 박지성에 대한 논란은 치워둬도 괜찮을 듯 하다.
많은 한국 팬들이 기대했던 경기이기는 하지만 오늘의 결장이 치명적이지 않은 이유는
첼시 원정에 참여했던 "주전급" 선수들이 모두 대기 명단에서까지 제외된 경기였다는 점이다.
게다가 득점력 때문에 종종 선택되던 나니가 여전히 팀 플레이에서 낙제점을 받은 데다가
박지성이 지난 경기에서 득점에 성공했다는 점까지 생각해 본다고 한다면
도리어 이번 결장은 나니보다 주전 경쟁에서 앞서나간다는 것의 반증일 것이다.
게다가 퍼거슨 감독의 인터뷰가 언제나 그렇듯 전략적으로 활용된다는 것은
이번 경기 직전의 인터뷰도 그러한 맥락에서 고려해야 할 것이다.

올드 트래포트에서의 단판 경기이기 때문에 수비적으로 나설 수 밖에 없었던 보로를 상대로
안데르송-포제봉이라는 다소 공격적인 미드필더 구성을 선택한 것은 결과적으로 성공이었다.
부상에서 복귀해 점차 상태를 끌어올리고 있는 호날두가 마음놓고 활약할 수 있도록
긱스와 안데르송을 동시에 투입하여 넓게 움직이게 한 것도 공격에 도움이 되어서
전반 내내 보로를 상대로 압도적인 경기를 선보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와중에 터져나온 호날두의 헤딩 복귀골은 화려하진 않아도 달콤해서
이번 시즌 팬들을 힘겹게 하고 있는 득점력 저하의 가뭄에 내린 한줄기 빗줄기 같았다.

후반 들어 쇼키 대신 아담 존슨을 투입하며 측면 공격을 강화함과 동시에
다우닝을 자유롭게 공격하게 만든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전술 변화가 성공하며
유나이티드의 중원을 압박한 것이 팬들의 마음을 다소 불안하게 만들었다.
특히 수비 개념이 전혀 없는 나니와 아직 경험이 부족한 웰벡이 포진한 데다가
체력이 조금 부족한 긱스까지 포함된 공격진에서 수비 가담이 제일 좋았던 것은
도리어 부상에서 갓 복귀한 최전방의 포워드 호날두였다는 사실은
정적인 포제봉의 중원과 더불어 수비진의 부담이 상당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결국 아담 존슨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하며 또다시 승리에서 멀어지는 듯 했던 유나이티드는
오셔와 하파엘이 분전한 가운데 수비 조율보다는 대인 마크에 강점을 가진 두 센터백,
브라운과 비디치가 경기 내내 이전보다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다 불안해지기도 했지만
포가테츠의 퇴장과 그로 인해 투입된 리곳의 실수를 틈탄 긱스의 결승골로
어쨌거나 올드 트래포트에서의 이번 시즌 첫번째 승리를 만들어내었다.
종료 직전 터진 나니의 추가골은 가벼운 보너스라고 봐도 무방할 듯.

비디치-브라운의 센터백 조합은 확실히 대인 마크에 강점을 가진 선수들의 조합이고
브라운이 오른쪽 풀백으로 활약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다소 불안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그나마 이번 경기에서는 좀 더 나아진 호흡을 보여주면서 앞으로를 기대하게 했다.
유나이티드 수비의 핵심인 퍼디낸드의 부재시에 가동되는 이 센터백 조합은
브라운이 오른쪽으로의 커버 플레이가 무척 좋다는 점이 장점이 되기 때문에
가끔 겹치거나 떨어지면서 공간을 내어주는 문제만 해결하면 될 것으로 보인다.
오늘의 실점 장면도 비디치가 뒤로 물러나면서 생긴 공간을 브라운이 채우지 못하며
아담 존슨에게 자유로운 슈팅 기회를 내어준 것이 결정적인 원인이기 때문이다.

후반 막판 투입된 테베즈마저 체력이 떨어진 긱스의 활동량을 멋지게 채워주면서
경기 내내 어린 선수들의 공격진이 좋은 모습을 보여준 것이 희망적이었던 이번 경기는
지난 시즌 칼링컵에서의 코벤트리 시티에게 당한 충격적인 패배를 되갚음과 동시에
이번 시즌 시작부터 이어지고 있는 다소간의 부진을 털어낼 수 있는 좋은 전환점이 되었다.
2선에서의 화려한 스위칭에 이은 공격과 미드필더에서의 끈끈함도 되찾았고
호날두와 긱스, 나니의 득점도 공격진의 득점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었다.
다만 보로보다 더 강력한 중원을 가진 클럽과의 승부에서 가져갈 수 있어야 한다는 점과
베르바토프가 포함된 공격진에서의 원활한 공격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 남아있다.

어쨌든 달콤한 호날두의 골과 올드 트래포트에서의 승리를 맛본 유나이티드는
앞으로 이어질 길고긴 시즌을 헤쳐나갈 가장 강력한 원동력을 얻어내었다.
그것은 바로 오늘 맛본 승리의 달콤한 맛이며, 그것은 끊임없는 열정으로 얻을 수 있다.
오늘 어린 선수들이 보여준 그 열정의 매력이 주전들에게도 이어지길 바란다.

또한 포제봉의 부상이 큰 부상이 아니길 빈다.

by Lucypel | 2008/09/24 12:50 | Review: EPL/FA | 트랙백 | 덧글(4)

[Sports] EPL 5R: Che vs ManU

아주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유나이티드의 전력에 박지성은 커다란 보탬이 되었고,
스탬포드 브릿지에서의 무패 행진을 박살낼 수 있었던 좋은 기회는 아쉽게 무산되었다.

앤필드 원정에서의 참혹한 역전패와 비야레알과의 경기에서의 한심한 무승부를 지난
퍼거슨 감독이 스탬포드 브릿지 원정에서 선택한 선수들은 상당히 새로우면서 현명했다.
부상으로 빠진 캐릭과 지난 경기에서 좋지 못했던 안데르송을 제외한 상태에서
스콜스와 플레쳐를 중앙에, 부상에서 돌아온 박지성과 하그리브스를 좌우에 배치했다.
비디치의 공백을 에반스로 메운 수비진에 투톱은 루니-베르바토프 조합을 세우면서
상당히 생소한, 그리고 또한 꽤나 수비적인 선발 명단을 포진시키는 듯 했다.

하지만 이 정도의 준비는 스탬포드 브릿지에서의 첼시를 상대하는 데 충분히 필요했다.
좌우의 에실리 콜과 보싱와라는 빠르고 공격적인 풀백을 주된 측면 공격 옵션으로 활용하고
중원에 수준 높은 미드필더들을 배치하여 중원 장악을 노리는 첼시의 공격에 맞서
수비만큼은 리그 최고 수준의 윙어라고 볼 수 있는 박지성과 하그리브스를 내세우고
역시 수비 가담이 좋고 활동폭이 넓은 루니와 베르바토프로 공격진으로 구성하면서
두터운 첼시의 미드필더 라인를 가급적 강하게 압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박지성과 하그리브스는 측면 자원으로 활용되면서도 중원까지 넓게 움직일 수 있어서
더군다나 유나이티드가 첼시를 상대로 대등한 수준의 중원 싸움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것은 결국 경기 내내, 정확히는 박지성의 교체 이전까지, 첼시 양 풀백의 공격 가담이
이번 시즌의 경기들 중 가장 처참한 수준으로 줄어들었다는 가시적인 결과로 드러났다.
박지성에게 고전하는 보싱와와 하그리브스를 상대로 올라오지도 않는 에실리 콜은
윙어라고 부를 수 있는 자원이 전무한 첼시에게 측면 공격을 대단히 부족하게 만들었다.
첼시에서는 미켈이 나쁘지 않은 경기력으로 수비적인 역할을 잘 수행해주는 가운데
발락을 중심으로 램파드와 조 콜이 어쨌든 많이 움직인 것이 일단 유리했기 때문에,
중앙에서는 첼시가, 측면에서는 유나이티드가 다소 앞서는 형태의 경기가 되었다.

유나이티드의 선제골이자 박지성의 시즌 첫번째 득점도 바로 측면에서 시작되었다.
에브라의 대단히 적극적인 오버래핑에 이어 베르바토프와 루니로 공이 연결되었고,
루니가 다시 파고드는 에브라에게 연결한 것이 완벽한 크로스로 베르바토프를 향했다.
첼시의 무패 행진에 가장 큰 역할을 수행했던 체흐가 첫번째 슈팅은 막아내었지만
재빨리 달려든 박지성의 리바운드 슈팅은 더이상 막을 수 없었던 것이다.
최전방의 포워드들이 2선으로 내려오며 공간을 만들면서 패스를 넣어주고
좌우 측면의 윙어나 풀백이 재빠른 오버래핑으로 수비 뒷공간을 무너뜨린 다음
중앙에서 포워드 혹은 미드필더가 달려들어 슈팅으로 마무리하는 장면은
유나이티드가 자랑하는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공격 방법이다.

런던 원정답지 않게 시작부터 강하게 밀어붙였던 유나이티드였지만
전반 18분만에 선제골을 넣고 난 이후에는 다시금 수비적으로 돌아선 것은 아쉬웠다.
포백 라인과 미드필더 라인이 좁은 간격을 유지하며 수비에 임하는 것은 괜찮지만
그 라인 자체가 지나치게 뒤로 물러나 있으면 너무 쉽게 중원을 내어주기 마련이다.
리버풀처럼 강하게 밀고 들어오는 느낌의 클럽을 상대로는 좋은 수비일지 몰라도
첼시나 아스날처럼 패스를 통해 중원을 장악하는 클럽을 상대로는 좋지 못한데,
그나마 램파드와 조 콜, 발락이 그다지 환상적인 상태가 아니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또다시 끊임없이 몰아붙여지다가 역전패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나마 긍정적이었던 것은 유나이티드의 역습 속도가 살아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시즌, 선제 득점 이후에 수비에 치중한다 해도 다득점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공을 빼앗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폭풍같은 역습이 막강한 위력을 발휘했기 때문이었다.
호날두와 박지성이 부상으로 비운 자리에서 역습 속도를 유지해 줄 선수가 없어서
루니 홀로 쓸쓸히 드리블하다가 공을 빼앗기는 장면이 자주 보였던 것이 아쉬웠는데,
드디어 돌아온 박지성과, 후반 교체 투입된 호날두까지 가세한 두어차례의 역습 장면은
지난 시즌의 그 강력함을 다시금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듯 거세게 이루어졌다.
아직 호흡이 완벽하지 않은 베르바토프 역시 공격 속도에 잘 따라붙어주는 모습을 보이며
비록 득점에는 실패했다 하더라도 그런 희망을 더욱 크고 확실한 것으로 만들어주었다.

베르바토프의 활약에는 팬들 사이에서도 다소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전반 막판 역습 상황에서 박지성에게 연결한 패스가 조금 아쉬웠다거나
후반에 이루어진 공격 상황에서 공중볼을 따내거나 슈팅 혹은 패스를 만들어내지 못한 것은
분명 그의 영입과 투입의 이유를 만족시켜주지 못하는 부분이었기는 했지만,
지난 앤필드 원정에서의 도움이나, 오늘의 선제골 장면에서의 슈팅처럼
득점 장면에 계속해서 연관되고 있는 것은 그의 가치를 입증한다고 생각된다.
다만 역시 부족한 것은 동료들과의 원활한 호흡이라는 부분일 것인데,
루니나 박지성, 테베즈와 같은 헌신적인 성향의 동료들과 좀 더 발을 맞춘다면
그런 부분 역시 어느샌가 금방 극복하여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

비디치 대신 에반스가 투입된 포백은 우려했던 것보다는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결국 경기 시작부터 예상되었던 에반스의 두어차례 실수가 끝내 실점으로 연결되며
첼시의 무패 행진을 박살낼 수 있는, 또 클럽의 기세를 단숨에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가
아쉽게 무산된 것의 결정적인 원인이었다는 사실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에반스의 첫번째 실수로 오프사이드 트랩이 완전히 무너진 상황에서
조 콜의 마무리가 쿠시챡의 가슴에 안긴 후 퍼디낸드가 걷어낸 것은 다행이었지만,
결국 세트피스 상황에서 칼루를 완전히 놓치며 동점골을 허용한 것은 무척 아쉬웠다.
에반스가 칼루와 정상적인 경합을 했다면 절대로 놓치지 않았을 상황이었기 때문에
더더군다나 에반스의 실수와 그로 인해 날아간 승점은 더욱 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지난 비야레알전을 통해 복귀한 네빌과 하그리브스, 박지성이 맹활약한 가운데
반 데 사르 대신 급히 투입된 쿠시챡이 여러 차례 선방을 보이며 승리를 엿봤던 오늘도
박지성의 교체 직후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아쉽게 승리를 날리며 뛰어오르지 못했다.
여전히 스콜스와 퍼디낸드 등의 주축 선수들이 심리적인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고
루니가 최전방에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며 베르바토프까지 겉돌고 있지만,
오랫만에 골맛을 본 박지성과 만능 하그리브스가 그야말로 맹활약했다는 사실과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첼시를 패배 직전까지 잔뜩 몰아붙였다는 사실은
유나이티드의 기세가 조금씩이나마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무엇보다 첼시와의 원정 경기에서 당당하게 공세를 펼치며 맞섰다는 점과
호날두와 루니가, 박지성과 베르바토프와 함께 역습 속도를 올렸다는 점은
유나이티드가 어째서 수많은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지 다시 떠올리게 했다.
이제 남은건 그 공세와 그 역습의 마침표를 수많은 골로 찍어내며 승리하는 것 뿐이다.


덧.
오늘 심판의 판정은 전체적으로 대단히 마음에 들지 못했다.
판정의 오심 여부를 떠나 심판의 권위를 깔아뭉갠 얼마전의 사건과 더불어,
오늘은 심판이 소위 "crazy"하면 어떻게 되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절대, 어느 한쪽의 편파 판정이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전체적으로 대단히 좋지 못했다는 것이다.

by Lucypel | 2008/09/22 02:28 | Review: EPL/FA | 트랙백 | 덧글(12)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