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ports] ProLeague Final: Khan vs Sparkyz

칸의 압승이다.
독도는 우리땅이듯 광안리는 삼성땅인가보다, 아직은.

개인적으로 엔트리를 확인하고 나서 경기의 포인트는 2세트라고 생각했다.
신상문과 차명환이 맞붙은 1세트는 스파키즈가 가져갈 확률이 매우 높았고,
그렇다면 2세트에서 분위기를 뒤집는가 완전히 굳혀지는가가 무척 중요했다.
아무리 4선승제의 결승이라지만 2:0으로 벌어진 경기는 따라잡기 어렵고
이미 분위기가 기울어 버린다면 기적의 스파키즈가 유리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게다가 2세트의 대진이 양팀의 에이스인 박찬수와 송병구의 맞대결로 결정되었다면
더더군다나 2세트의 중요성은 더 말할 나위 없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2세트의 중요성은 곧장 결승 트로피의 향방으로 이어졌다.
지난 스타리그의 결승전 3경기였던 박성준과 도재욱의 경기와 매우 비슷했던
안드로메다에서의 박찬수와 송병구의 경기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지난 결승전과 똑같은 위치에서 비슷한 빌드로 출발한 프로토스와 저그의 경기는
저그의 수준이 현격하게 차이나는 것을 증명하는 것으로 진행되고 마무리되었다.
지속적인 스컬지 테러로 셔틀을 묶어놓고 커세어를 격추시켰던 박성준에 비해
박찬수의 스컬지는 커세어를 떨어뜨리기는커녕 정찰도 제대로 못하고 죽기만 했고,
한부대가 채 모이지도 못한채 리버에 헌납된 히드라만 모아도 셀 수 없을 정도였다.
송병구가 도재욱보다 잘한 점은 조금이었지만, 박찬수가 박성준보다 못한 점은 많았다.

2세트가 끝나며 경기가 1:1 동률을 이루게 되자 분위기는 완전히 뒤집혔다.
내줘도 잃을 것이 없었던 1세트 이후에 상대 에이스를 잡아낸 칸은 상승세로,
신상문의 승리를 박찬수의 패배로 잃어버리며 따라잡힌 스파키즈는 하락세로.
안 그래도 첫 광안리 무대에 긴장할 수 있는 스파키즈가 심리적으로 흔들리자
작년 광안리의 정복자인 칸은 거침없이 스파키즈의 숨통을 죄어들었다.

이어진 3세트와 4세트는 그나마 스파키즈가 분위기를 뒤집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박명수-전태규의 팀플 조합은 시즌 내내 좋은 모습을 보이며 팀의 결승 진출을 이끌었고
김창희 역시 위기의 순간마다 승리를 거둬주며 신상문의 부담을 덜어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재황-박성훈 조합의 호흡은 3세트를 단 1합에 가져가며 격차를 벌렸고
테테전의 강자 이성은은 날카로운 투스타 레이스에 이어지는 강력한 조이기로
안정적인 선택을 한 김창희의 앞마당에 커맨드 센터를 지으며 승리를 자축했다.
상당히 비슷한 기량의 맞대결에서 빠른 승부수에 내리 무너진 스파키즈는
어느샌가 매치 포인트까지 몰리며 더이상 물러날 곳이 없어져 버린 것이다.

결국 동등한 기량의 선수들이 맞선 2세트와 3세트, 4세트를 내리 내준 것이
스파키즈가 기적의 우승을 차지하지 못하고 칸에게 패배한 주된 이유이고,
그 내리 이어진 패배의 시작은 박찬수의 토막 본능이 되살아난 것이다.

반면 칸은 송병구-이성은-허영무로 이어지는 탄탄한 개인전 라인에
이재황-박성훈이라는 든든한 팀플 조합으로 이어지는 엔트리의 강력함을
다시 한번 보여주며 4:1이라는 압도적인 결과를 다시 한번 만들어내었다.

이로써 기적의 8연승으로 시즌 막판 돌풍을 일으킨 스파키즈의 행진은
광안리의 정복자 칸의 손에 멈춰지며 이번 시즌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이성은의 파격적인 세레머니와 함께 밤바다를 가득 메운 광안리의 팬들은
칸의 광안리 2연패를 지켜보며 수많은 감정을 나누고 즐겼을 것이다.

벌써부터, 내년의 광안리가 기대된다.


덧. 내년엔 제발 티원 대 매직엔스. (...)

by Lucypel | 2008/08/09 22:40 | Review: ProLeague | 트랙백(1) | 덧글(10)

[e-Sports] ProLeague PO: Sparkyz vs T1

노림수가 완벽하게 먹혀들어간 스파키즈와 완벽하게 먹히지 않은 티원.
이제는 더이상 스파키즈의 승리 행진을 기적이라고만 부를 수는 없다.

티원의 가장 큰 노림수는 역시 이번 시즌의 에이스인 도재욱의 2세트 출장이었다.
프로토스전과 테란전에서 극강의 기량을 뽐냈던 도재욱은
프로토스가 유리한 전장인 콜로세움이나 카트리나에서의 출장이 예상되었지만
2세트 오델로에서 테란인 신상문을 상대하게 되면서 예상을 빗나가는 노림수가 되었다.
물론 테란전에 강력한 도재욱이 신상문을 상대로 승리했다면 좋은 시도가 되었겠지만,
스타리그 결승전에서 셧아웃 당하며 기세가 한풀 꺾인 도재욱보다
스파키즈 포스트시즌 진출의 핵심적인 역할을 한 신상문이 더 좋은 상태였기에
도재욱이라는 강력한 개인전 카드가 무위로 돌아가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고 말았다.

이번 경기에서 도재욱이 패배한 가장 큰 원인은 리콜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었다.
테란보다 빠르게 확장을 가져가는 것보다 아비터 테크를 먼저 선택한 도재욱은
그렇게 생산한 아비터를 다소 무모하게 운용하며 다수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비록 충분히 유리한 상황은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도재욱의 평소 테란전 실력이라면
확장을 늘려가며 지상 물량전을 시도해도 나쁘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생각되고,
또한 빠른 아비터는 스테이시스 필드 등을 통해 활용해도 충분했었지만,
다소 지나친 운용이 중원에서의 싸움에서 병력을 부족하게 하고 말았다.

물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오델로라는 맵에 필승 카드를 쳐박은 선택이다.
오델로는 본디 프로토스가 테란에게 전혀 유리할 것이 없는 힘겨운 전장이다.
앞마당 사이의 간격이 가깝고 두번째 확장간의 간격은 더욱 가깝다.
게다가 넓게 펼쳐진 평지형 전장에 다수의 성곽 구조물이 놓여져 있어
테란의 병력이 진출하며 확장을 가져가는 데 더할나위 없이 유리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콜로세움이나 카트리나에 투입했다면 필승인 도재욱을
테란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었던 전상욱 대신 투입한 것은 엄연한 실책이다.

또다른 노림수의 실패는 패배에 치명적이었던 에이스 결정전의 김택용 투입이다.
콜로세움으로 결정되어 있던 에이스 결정전에 출장 예상되었던 것은 전상욱이다.
이미 6세트까지의 엔트리가 공개된 상황에서 이번 시즌 활약했던 개인전 카드 중
도재욱과 고인규, 김택용이 이미 출장했다면 남은 한장인 전상욱의 출장도 예상 가능하고,
테란이 나와서 어느 정도 할만한 콜로세움이라는 전장은 더욱 그런 예상을 가능케했다.
프로토스가 상당히 유리하고 테란도 해볼만한 콜로세움이라는 전장에서
전상욱이라는 카드는 테란전에 쓸모있었고 프로토스전이나 저그전도 해볼만했다.

하지만 박용운 감독대행은 에이스 결정전 카드로 김택용을 내밀었다.
바로 전 5세트에서 이승훈의 노림수에 철저하게 농락당하며 패배한 김택용을,
이번 시즌 들어서 테란전과 저그전이 완벽히 무너지며 부진의 늪에 빠진 김택용을
시즌 팀내 최고의 에이스였던 도재욱이나 오늘 경기에 출장하지 않은 전상욱 대신
내보낸 것은 박찬수라는 스파키즈의 카드와 맞물려 최악의 상황이 되어버렸다.
물론 김택용의 경기력이 회복세이고 그의 강력했던 저그전의 기억은
초중반에 완전히 밀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후반에도 나름 선전하게 했지만,
어쨌든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한 김택용의 패배는 팀의 패배를 불러왔다.
그리고 이로써 박용운 감독대행의 감독직 승격은 어려워 보이게 되었다.

반면 스파키즈의 노림수는 착착 맞아들어갔다.
최고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신상문이 멋진 승리로 도재욱을 제압해냈고,
악동 이승훈이 도박적인 4게이트 전략으로 김택용을 무찔러 주었다.
게다가 마무리로 박찬수가 김택용을 상대로 멋진 승리를 거둠에 따라
스파키즈의 노림수는 차근차근 맞아떨어져 승리에 필요한 조건을 모두 만족시켰다.
여기에 3세트에서 티원의 이승석-박대경 조합이 유리한 위치에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배틀넷 공방에서의 팀플보다 수준낮은 한심한 경기력으로 스스로 패배하면서
승점 4점을 모두 챙기며 광안리로 가는 기염을 토할 수 있었다.

결국 오늘 티원의 패배는 자충수를 두었기 때문이다.
필승 카드는 승리가 불확실한 전장으로 밀어넣어 무력화시켰고,
승리가 불확실한 선수를 반드시 이겨야 하는 장면에 투입시켜 패배했다.
고인규와 박재혁, 윤종민-권오혁 조합이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승리했음에도
전략적인 선택이 모두 자충수가 되고 저질의 경기를 만들어내며 패배한 것이다.

이로써 이번 시즌 티원의 프로리그는 여기서 마무리되었다.
시즌 중후반까지 좋은 모습을 보이며 다시 한번 광안리에 서는 듯 했던 티원이지만
시즌 막판 무기력한 패배를 연이어 당하며 휘청거리더니 결국 이렇게 무너져내렸다.
반면 시즌 후반들어 최고의 모습으로 승승장구한 스파키즈는 포스트시즌에서도 선전하며
결국 광안리에서 칸을 상대로 오랫만에 결승을 치루는 영광을 얻어내었다.

어떠한 승부에서도 이기는 방법은 간단하다.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하거나, 자신의 단점을 보완하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의 티원은 자신의 장점을 버리고 단점을 드러내버렸다.
게다가 뒷심으로 대변되는 정신력마저 긴 시즌의 막판에 바닥을 드러냈다.
그렇기에 어쩌면 오늘의 패배는 티원에게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해도 이따위 패배는 팬으로서 용납할 수 없다.

by Lucypel | 2008/07/27 23:57 | Review: ProLeague | 트랙백(1) | 덧글(2)

[e-Sports] ProLeague 준PO: Sparkyz vs SouL

기적의 스파키즈.

이번 시즌 후반 들어 무서우리만큼 거센 기세로 연승 행진을 이어나갔던 스파키즈는
그 연승을 바탕으로 기적적인 포스트 시즌 합류라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이어진 첫번째 경기, 준 플레이오프에서도 상승세를 이어나가며
보다 탄탄한 전력으로 평가받던 소울을 격파해내는 최상의 결과를 얻었다.

원종서-안상원-김창희-신상문으로 이어지는 테란 라인을 개인전에 집중 배치한 스파키즈는
1세트에서 원종서가 신예 김경효를 상대로 전략을 성공시켰지만 순간의 실수로 패배하며
진영수-김윤중-김구현으로 이어지는 소울의 개인전 라인에 무너지는 듯 했다.
하지만 안상원이 물오른 테란전 감각으로 소울의 주장 진영수를 잡아내며 상황은 바뀌었고,
한동욱-차재욱, 원종서-안상원의 시대에 이어 스파키즈의 테란 라인을 책임지고 있는
김창희-신상문 조합이 소울의 프로토스 김윤중-김구현을 꺾어내며 팀에 승리를 안겼다.

개인적으로 예고된 엔트리를 보았을 때 승부처는 3세트와 5세트였다.
양팀이 자랑하는 팀플 조합인 박명수-전태규 대 박성준-김민제의 맞대결이었던 3세트와
포스트 시즌 진출에 핵심적인 승수를 따냈던 신상문과 김구현의 5세트 대결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두 경기는 어김없이 최고의 명승부를 보여주었고,
그만큼 스파키즈 승리의 핵심적인 승점이 되었다.

3세트에서의 팀플 대결은 그야말로 용호상박, 명불허전의 경기였다.
개인리그에서의 활약이 상당했던 세명의 선수가 포진한 팀플 경기는
모든 선수의 개인 기량이 극대화 됨과 동시에 호흡까지 완벽하게 맞아들어갔다.
소울의 환상적인 수비와 그에 이은 역습이 그랬고, 또 그걸 막아낸 스파키즈도 그랬다.
골든 마우스 수상자 박성준에게 박명수의 저그가 밀리지 않고 당당히 맞서는 동안
노련한 전태규가 김민제와 박성준의 틈을 찾아 비틀어내면서 승부가 갈렸을 뿐이다.

5세트 블루 스톰에서의 경기는 에이스 간의 경기라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는 정도.
김구현의 날카로운 다크 드랍을 잘 막아낸 신상문이 벌쳐로 역습을 꾀했고,
그렇게 균형을 맞춘 뒤에는 폭발적인 물량의 장기전을 만들어내며 기량을 뽐냈다.
김구현의 끊임없이 뿜어져 나오는 물량과 신상문의 끈질긴 수비는
그야말로 테란과 프로토스의 대결에서의 고전적인 명장면이 아닐 수 없다.
결국 확장 하나를 덜 가져갔음에도 업그레이드와 탄탄한 수비로 승리한 신상문에 비해
자신의 날카로운 견제와 보다 효율적인 유닛 조합에 실패한 김구현이 아쉬움을 남기며
소울은 스파키즈에게 1세트 승리 이후 내리 네경기를 내어주며 무너질 수 밖에 없었다.

결국 기적의 스파키즈는 테란 라인이 또다시 기적을 만들어내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했고
한의 소울은 이번에도 그 한을 풀지 못하고 더 깊게 삭혀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테란 에이스 진영수와 골든 마우스의 박성준, 떠오르는 프로토스 김구현의 소울은
이제 다음 시즌에는 더욱 탄탄한 전력으로 팬들 앞에 설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박성준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김구현이 안정적인 경기력을 선보일 수 있다면
이번 시즌보다 더 좋은 결과를 얻는 것도 절대 힘든 일이 아닐테니 말이다.

스파키즈의 다음 상대는 티원이다.
과연 스파키즈가 티원을 상대로도 기적의 승리를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인지,
그 상승세가 보다 다채로운 라인업의 티원을 상대로도 통할 수 있을 것인지.
광안리에서 칸을 상대할 팀은 다음주 토요일에 결정된다.

by Lucypel | 2008/07/19 17:44 | Review: ProLeague | 트랙백 | 덧글(2)

[e-Sports] ProLeague: ACE vs Khan

두번 다시는 이 선수들과 함께할 수 없을, 마지막 경기였다.
정말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최인규와 강도경의 선수로서의 은퇴 경기이자
조형근의 사실상 마지막 경기이며, 세 선수의 제대 전 마지막 경기였다.

최인규는 오델로에서 송병구를 상대했다.
테란전만큼은 역사상 그 누구보다도 강력한 송병구를 상대로
최인규는 원팩 더블이라는 정석적인 빌드로 맞서 싸웠고,
비록 후반 운영에서 격차를 보이며 패배하기는 했지만
초중반에는 도리어 유리한 경기를 펼치며 활약했다.

특히 끊임없는 벌쳐 견제와 드랍십을 이용한 견제는 상당히 날카로웠다.
메카닉 병력 운용에 있어서 잦은 게릴라는 병력의 공백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최인규가 좀 더 좋은 타이밍에 확장을 가져가고 진출했다면 그런 공백이 문제되지 않을만큼
송병구를 상대로 한 벌쳐 게릴라와 드랍십 활용은 상당한 이익을 가져가는 모습이었다.
일전에 임요환이 보였던 것처럼 소수 탱크를 태운 드랍십과 벌쳐를 동원한 게릴라는
이후의 테란들도 충분히 연구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된다.

조형근은 이재훈과 짝을 이뤄 다시 한번 헌터에서의 관록을 자랑했다.
이재황-박성훈이라는 칸의 검증된 팀플 조합을 상대로 한 경기에서
이재훈이 5시, 조형근이 12시에, 박성훈이 11시, 이재황이 9시에 걸리며
상대적으로 무척 좋지 못한 스타팅 포인트에서 시작한 에이스의 에이스 조합은
조형근이 상대의 입구 조이기에 재빨리 대응해 테크를 확보함과 동시에 수비에 나섰고
이재훈 역시 질럿을 꾸준히 모으며 이재황을 압박하여 경기를 풀어나갔다.
그리고 뮤탈 타이밍 직전에 칸의 조합이 조형근을 일제히 타격하는 순간
이재훈은 과감하게 이재황의 진영을 공격하여 초토화시켰고,
조형근은 완벽에 가까운 방어를 보이며 멋지게 수비해냈다.

이렇게 최인규와 조형근은 에이스로서의, 그리고 어쩌면 프로게이머로서의 마지막 경기에서
그 어떤 선수에 비교해도 아쉽지 않을만큼 멋진 경기를 펼치며 팬들에게 작별을 고했다.
다소 감상적이겠지만 전용준 캐스터의 반복된 11년 프로게이머 인생이라는 말은
분명 올드 게이머들을 사랑하는 수많은 팬들의 가슴을 울리는 말이었고,
특히나 최인규의 전성기를, 조형근의 전성기를 지켜보았던 올드 팬들에게는
그 어떤 승리와 우승의 영광보다도 감동적인 장면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비록 개인 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던 적은 없지만 조형근의 이름을 잊어서는 안된다.
테란전에서 좋지 못했던 맵인 포르테에서 퍼펙트 테란 서지훈을 상대로 보여주었던
그 본진 원가스로 뽑은 디파일러의 활용은 조형근의 전성기의 시작이었고,
그 작은 디파일러 하나가 이후 저그의 하이브 운영의 시초가 되었으니까.

또한 이제는 매일같이 열리는 수많은 경기들 중에는 수많은 명승부와 명장면이 있지만,
그 중 내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장면 중 하나는 반드시 최인규의 것이 될 것이다.
얼마나 오랜 시간이 흐르고 얼마나 많은 경기가 펼쳐진다고 하더라도
최인규가 김택용을 상대로 펼쳤던 그 멋진 경기와 그 멋진 승리와
그리고 그 멋진 미소는 절대로 잊혀지지 않을 테니까.


덧.
그분 대체 뭐니? (...)
환상적인 전술핵 사용으로 져도 진것 같지 않은 1세트를 만들어내더니
이건 뭐 좀 찝쩍대다가 쉽게 막히고 쉽게 지는 에이스 결정전이나 하고.
동료들의 마지막 가는 길에 승리 좀 더해주자고 성학승이 그렇게 잘해도
이건 뭐 그분이 협력하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되는 슬픈 현실. (...)

by Lucypel | 2008/07/13 22:21 | Review: ProLeague | 트랙백 | 덧글(4)

[e-Sports] ProLeague: T1 vs Entus

다 나가 죽어라, 그냥.

스타리그 결승 진출로 당분간 엔트리에 포함되기 힘든 도재욱이 빠지자
더이상 티원의 개인전은 강력한 느낌은 커녕 모기만도 못한 기력을 보였다.
김택용과 전상욱, 고인규로 이어지는 "부진했던" 선수들이 다시 "부진하자"
티원은 도무지 광안리는 커녕 포스트 시즌에도 어울리지 않는 한심한 팀이 되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김택용의 테란전을 과거의 어느 한 순간도 좋다고 본 적이 없었지만
오늘의 테란전은 그저 좋다고 볼 수 없는 정도로는 부족할 정도로 더욱 한심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미네랄 확장에의 노게이트 더블 넥서스부터 시작해서
상당히 무기력한 형태의 그리고 매우 늦은 리버 게릴라도 한심한 상황이었고
도무지 이길 수 없는 상황에서 들어간 지상 병력과 한 것 없는 아비터도 미련했다.

김택용의 테란전에서 보여지는 가장 한심한 부분은 지상 병력 전투력이 바닥이라는 점이다.
저그전에서 보여주는 그 환상적인 리듬의 게릴라와 지상 병력 전투는 온데간데 없어지고
꽤나 미련한 질럿-드래군 운용과 단순한 사고의 게릴라만이 남는 모습이 매번이다.
특히 테란의 메카닉 병력이 자리를 잡은 후에야 덮치는 구도는 매번 참패로 이어지고
질럿이 뛰어드는 모냥은 언제나 드래군보다 뒤에서 버벅거리기 일쑤인 것도 한심하다.

전상욱 역시 특유의 늦은 정찰과 소수 유닛 컨트롤 부족이 다시금 드러났다.
사실 박영민의 몰래 게이트가 워낙 좋은 타이밍에 들어왔기에 정찰은 못했다 쳐도
이건 무슨 배틀넷 공방 양민 수준의 벌쳐 컨트롤은 프로게이머 명칭이 아까울 정도.
벌쳐와 머린 컨트롤이 되지 않자 드래군 이전에 질럿에게도 쉽사리 병력을 잡혔고
드래군이 나온 상황에서는 더이상 경기를 지속할 수 있는 모든 걸 잃어버렸다.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운 것은 지속적이지 못했던 머린 생산과 일꾼 활용의 지체.
만약 벌쳐 둘로 질럿을 셋 혹은 넷까지 줄였을 타이밍에 머린과 일꾼으로 밀었다면
계속해서 추가되는 머린과 벌쳐로 드래군 생산 이전에 파일런을 깼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굳이 그렇지 않더라도 질럿이 머린과 벌쳐를 타격하는 것을 방해했을 것이고
그것만으로도 좀 더 나은 상황을 만들었을 가능성은 충분히 높아졌을 것이다.

게다가 고인규마저 그 본래의 지나치게 수비적인 경기 운용으로 참패했다.
그나마 이번 시즌 들어서 날카로운 전략을 준비하는 모습을 종종 보였던 고인규는
완벽하게, 도리어 지나치게 수비적인 경기 운영으로 변형태에게 압도당해버렸다.
벌쳐 한 기에 앞마당 일꾼을 모두 빼버리는 모습은 솥뚜껑보고 놀라는 꼴이었고
탱크만 뽑기 위해 팩토리에 일제히 애드온을 붙인 것 역시 지나치게 수비적이었다.

폭풍의 언덕에서의 테란전은 대부분 벌쳐 싸움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이 흐름이다.
언덕 위에서 탱크로 적당한 자리를 나눠가진다면 더이상 진격이 힘든 테테전이고
그렇기 때문에 기동력 넘치는 벌쳐로 바깥쪽 길을 이용하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게다가 상대 변형태가 벌쳐를 생산하기 위해 팩토리를 늘리는 모습을 스캔으로 봤다면
그에 발맞춰서 충분한 병력 생산을 할 수 있는 체제를 마련했어야 하는 고인규지만,
한발 빨리 했던 앞마당의 자원이 무색하게 수동적인 선택만을 반복하고 말았고
그것은 곧 주도권 싸움에서 완전히 밀리며 불리한 위치에서 싸우는 것을 의미했다.

김택용, 전상욱과 고인규.
분명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는 순간에는 어떤 상대도 능히 제압할 수 있는 선수들이지만
오늘 경기에서 보여준 그 특유의, 수년간 이미 증명된 약점은 여전히 너무 큰 약점이다.
게다가 그런 약점으로 팀이 절체절명에 빠진 순간에 연패해 버린 것은 더욱 큰 문제다.

시즌 내내 전승으로 결승에 직행한다고 해도 최후의 순간에 이기지 못하면 소용 없다.
심지어 결승이 아니라 결승 직행 직전의 순간에 무너지는 것에는 더 할 말조차 없다.
위기의 순간에 자신을 극복하고 승리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우승은 불가능하다.
절대로, 그런 능력이 없다면 결단코, 우승은 불가능하다.

오늘 티원은 그런 능력이 없음을 스스로 시인했다.

by Lucypel | 2008/07/08 22:04 | Review: ProLeague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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