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림수가 완벽하게 먹혀들어간 스파키즈와 완벽하게 먹히지 않은 티원.
이제는 더이상 스파키즈의 승리 행진을 기적이라고만 부를 수는 없다.
티원의 가장 큰 노림수는 역시 이번 시즌의 에이스인 도재욱의 2세트 출장이었다.
프로토스전과 테란전에서 극강의 기량을 뽐냈던 도재욱은
프로토스가 유리한 전장인 콜로세움이나 카트리나에서의 출장이 예상되었지만
2세트 오델로에서 테란인 신상문을 상대하게 되면서 예상을 빗나가는 노림수가 되었다.
물론 테란전에 강력한 도재욱이 신상문을 상대로 승리했다면 좋은 시도가 되었겠지만,
스타리그 결승전에서 셧아웃 당하며 기세가 한풀 꺾인 도재욱보다
스파키즈 포스트시즌 진출의 핵심적인 역할을 한 신상문이 더 좋은 상태였기에
도재욱이라는 강력한 개인전 카드가 무위로 돌아가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고 말았다.
이번 경기에서 도재욱이 패배한 가장 큰 원인은 리콜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었다.
테란보다 빠르게 확장을 가져가는 것보다 아비터 테크를 먼저 선택한 도재욱은
그렇게 생산한 아비터를 다소 무모하게 운용하며 다수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비록 충분히 유리한 상황은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도재욱의 평소 테란전 실력이라면
확장을 늘려가며 지상 물량전을 시도해도 나쁘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생각되고,
또한 빠른 아비터는 스테이시스 필드 등을 통해 활용해도 충분했었지만,
다소 지나친 운용이 중원에서의 싸움에서 병력을 부족하게 하고 말았다.
물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오델로라는 맵에 필승 카드를 쳐박은 선택이다.
오델로는 본디 프로토스가 테란에게 전혀 유리할 것이 없는 힘겨운 전장이다.
앞마당 사이의 간격이 가깝고 두번째 확장간의 간격은 더욱 가깝다.
게다가 넓게 펼쳐진 평지형 전장에 다수의 성곽 구조물이 놓여져 있어
테란의 병력이 진출하며 확장을 가져가는 데 더할나위 없이 유리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콜로세움이나 카트리나에 투입했다면 필승인 도재욱을
테란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었던 전상욱 대신 투입한 것은 엄연한 실책이다.
또다른 노림수의 실패는 패배에 치명적이었던 에이스 결정전의 김택용 투입이다.
콜로세움으로 결정되어 있던 에이스 결정전에 출장 예상되었던 것은 전상욱이다.
이미 6세트까지의 엔트리가 공개된 상황에서 이번 시즌 활약했던 개인전 카드 중
도재욱과 고인규, 김택용이 이미 출장했다면 남은 한장인 전상욱의 출장도 예상 가능하고,
테란이 나와서 어느 정도 할만한 콜로세움이라는 전장은 더욱 그런 예상을 가능케했다.
프로토스가 상당히 유리하고 테란도 해볼만한 콜로세움이라는 전장에서
전상욱이라는 카드는 테란전에 쓸모있었고 프로토스전이나 저그전도 해볼만했다.
하지만 박용운 감독대행은 에이스 결정전 카드로 김택용을 내밀었다.
바로 전 5세트에서 이승훈의 노림수에 철저하게 농락당하며 패배한 김택용을,
이번 시즌 들어서 테란전과 저그전이 완벽히 무너지며 부진의 늪에 빠진 김택용을
시즌 팀내 최고의 에이스였던 도재욱이나 오늘 경기에 출장하지 않은 전상욱 대신
내보낸 것은 박찬수라는 스파키즈의 카드와 맞물려 최악의 상황이 되어버렸다.
물론 김택용의 경기력이 회복세이고 그의 강력했던 저그전의 기억은
초중반에 완전히 밀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후반에도 나름 선전하게 했지만,
어쨌든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한 김택용의 패배는 팀의 패배를 불러왔다.
그리고 이로써 박용운 감독대행의 감독직 승격은 어려워 보이게 되었다.
반면 스파키즈의 노림수는 착착 맞아들어갔다.
최고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신상문이 멋진 승리로 도재욱을 제압해냈고,
악동 이승훈이 도박적인 4게이트 전략으로 김택용을 무찔러 주었다.
게다가 마무리로 박찬수가 김택용을 상대로 멋진 승리를 거둠에 따라
스파키즈의 노림수는 차근차근 맞아떨어져 승리에 필요한 조건을 모두 만족시켰다.
여기에 3세트에서 티원의 이승석-박대경 조합이 유리한 위치에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배틀넷 공방에서의 팀플보다 수준낮은 한심한 경기력으로 스스로 패배하면서
승점 4점을 모두 챙기며 광안리로 가는 기염을 토할 수 있었다.
결국 오늘 티원의 패배는 자충수를 두었기 때문이다.
필승 카드는 승리가 불확실한 전장으로 밀어넣어 무력화시켰고,
승리가 불확실한 선수를 반드시 이겨야 하는 장면에 투입시켜 패배했다.
고인규와 박재혁, 윤종민-권오혁 조합이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승리했음에도
전략적인 선택이 모두 자충수가 되고 저질의 경기를 만들어내며 패배한 것이다.
이로써 이번 시즌 티원의 프로리그는 여기서 마무리되었다.
시즌 중후반까지 좋은 모습을 보이며 다시 한번 광안리에 서는 듯 했던 티원이지만
시즌 막판 무기력한 패배를 연이어 당하며 휘청거리더니 결국 이렇게 무너져내렸다.
반면 시즌 후반들어 최고의 모습으로 승승장구한 스파키즈는 포스트시즌에서도 선전하며
결국 광안리에서 칸을 상대로 오랫만에 결승을 치루는 영광을 얻어내었다.
어떠한 승부에서도 이기는 방법은 간단하다.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하거나, 자신의 단점을 보완하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의 티원은 자신의 장점을 버리고 단점을 드러내버렸다.
게다가 뒷심으로 대변되는 정신력마저 긴 시즌의 막판에 바닥을 드러냈다.
그렇기에 어쩌면 오늘의 패배는 티원에게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해도 이따위 패배는 팬으로서 용납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