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s] Primera Liga 36R: RealM vs Barca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 내리는 비는 하늘이 뿌려주는 샴페인이었다.
지난 35라운드에서 이미 라 리가 우승을 확정지은 레알에게
바로 다음인 36라운드에서 숙적 바르샤와 함께 축제를 벌인 것은
더할나위 없이 환상적인 한 시즌의 마무리였을 것이다.

에투와 데쿠, 밀리토가 빠진 바르샤와 카나바로가 빠진 레알의 승부는
다소 불공평하다 해도 그것이 축구이며 양쪽 모두 충분한 대체 자원이 있었다.
도리어 카나바로의 공백을 에인세로 메워야 했던 레알보다도
보얀, 구드욘슨, 마르케즈를 출장시킬 수 있었던 바르샤가 나았다.

하지만 축구는 선수의 기량만큼이나 클럽의 정신력이 승부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이미 우승을 차지했지만 바르샤를 제압함으로써 완벽한 시즌을 만들고 싶었던 레알과
이번 시즌도 무관으로 마무리짓게 된 데다 다음 시즌 대대적인 개혁설이 나도는 바르샤.
경기 시작 전부터 소위 "잘 되는 날"의 미소를 보여주던 구티의 모습과
내내 내리는 비 속에서 고개 숙인 남자가 되어야만 했던 레이카르트 감독의 모습은
두 팀의 상태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이러한 정신력은 피치 위의 경기력으로 곧장 반영되었다.
라울을 정점으로 로벤-구티-스나이더가 뒤를 받친 레알의 공격진은
쉴새없이 선수들이 자리를 바꾸며 바르샤의 수비진을 흔들기 위해 노력했고,
그 뒤에 선 가고와 디아라도 공격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며 숫적 우위를 가져갔다.
많은 선수가 끊임없이 움직이니 반대편 공간으로의 방향 전환도 손쉬웠고
좁은 공간에서 수비의 압박을 받는다 해도 짧은 패스로 벗어날 수 있었다.

레알의 첫번째 득점 장면은 그러한 방향 전환과 짧은 패스가, 그리고 클래스가 만들었다.
오른쪽 측면에서 진행되던 공격이 구티를 거치면서 왼쪽으로 빠르게 전개되었고
왼쪽의 로벤이 패스를 주고 들어가던 구티에게 다시 리턴 패스를 넣어주었으며
구티가 살짝 흘려준 것을 라울이 한박자 빠른 슈팅으로 깔끔하게 마무리지었다.
구티와 로벤의 수준 높은 연결이 라울의 환상적인 슈팅으로 이어지는 그야말로 작품.
이로써, 레알의 주장이 바르샤의 주장보다 먼저 웃을 수 있었다.

반면 바르샤의 선수들은 풀어진 정신력으로 저조한 경기력을 보였다.
공이 없는 선수들의 발은 피치 위에서 떨어질 줄 모른 채 그저 서성일 뿐이었다.
공이 있는 선수들도 평소의 섬세한 패스나 날카로운 패스, 과감한 슈팅은 잊은 채
그저 평범한 선수들처럼 행동하다가 물이 오른 레알의 수비에 차단당하기 일쑤였다.

레알의 두번째 득점 장면은 정신을 놓은 바르샤의 수비진이 헌납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페널티 박스 왼쪽 측면에서 프리킥을 내어준 바르샤는 세트피스 수비도 무기력했다.
구티가 올린 크로스를 향해 페페와 라모스, 로벤 등이 달려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반응해서 그들을 따라 움직인 바르샤의 수비는 둘 정도에 불과했다.
순간적으로 빅토르 발데스의 앞에는 흰 선수들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고
그나마 수비가 붙지 않았던 로벤은 완벽한 헤딩골을 만들어내었다.
경기 내내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얼굴로 수비진을 독려했던 발데스지만
정말로 그가 아니었더라면 바르샤는 더 참혹한 패배를 당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레알의 선수들은 비단 한두명이 아니라 모두가 완벽에 가까운 경기력을 선보였다.
공격진의 움직임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활동량과 기술에서 모두 좋은 모습을 보였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디아라와 가고의 중원 역시 훌륭한 경기력으로 팀 승리에 기여했다.
다소 투박하고 거친 수비가 가능한 디아라와 섬세하고 유연한 수비의 가고가 함께한 중원은
문제로 지적받던 디아라의 패스 및 공격 전개 능력까지 살아나면서 상대를 압도해나갔다.

레알의 세번째 득점 장면은 그렇게 살아난 디아라의 패스 능력이 빛을 발했다.
오른쪽 측면에서 바르샤의 역습 상황을 차단하는 데에 성공한 디아라는
그대로 측면을 돌파해내며 상대 수비진을 무너뜨리려는 의도를 보였다.
그리고 중앙으로 쇄도하던 이구아인에게 그야말로 환상적인 패스를 넣어주었고,
이구아인 역시 부드러운 오른발 터치에 이은 왼발 칩슛으로 발데스를 무너뜨렸다.
로벤과 교체되어 방금 피치를 밟은 이구아인의 그림같은 득점 장면에는
중원의 압박으로부터 문전의 패스까지 전달해낸 디아라의 활약이 있었다.

그래도 레이카르트 감독은 우수한 감독이고 바르샤의 선수들은 수준 높은 선수들이기에
경기마다 주어진 세장의 교체 카드를 이용해 경기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하늘은 레이카르트 감독에게 경질 이전의 마지막 기회마저 빼앗아 버렸다.
후반 들어 실빙요를 투입하며 풀백의 적극적인 공격 가담을 도모했던 레이카르트 감독이지만
실빙요가 금새 부상으로 빠지며 다시 에드미우손을 투입해야만 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미 전반에 구드욘슨 대신 지오바니 도스 산토스를 투입하며 교체 카드를 사용했기에
후반이 절반쯤 흐른 시점에서, 더이상 감독이 경기에 개입할 여지는 사라져 버린 것이다.

레알의 네번째 득점 장면은 바르샤의 불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호빙유의 크로스가 얼굴 쪽을 향하자 반사적으로 손을 들어 얼굴을 가린 푸욜은
페널티 박스 안에서 공이 손에 맞는 불운을 경험하며 레알에게 직접 기회를 줘버렸다.
이것을 역시 방금 투입된 반 니스텔루이가 침착하게 마무리지으며 네번째 득점.
레알의 주장이 환상적인 선제골로 기쁨에 포효하며 피치를 떠난 직후에
바르샤의 주장은 내리는 비와 함께 불운의 눈물을 흘려 보내야만 했다.

그나마 바르샤에서 제대로 경기에 임한 것은 메시 뿐이었다.
지난 유나이티드와의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도 메시만이 보였던 것처럼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도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은 메시 뿐이었다.
비록 3중, 4중으로 둘러친 레알의 수비 앞에서 골문을 직접 노린 것은 몇차례 없었고,
그 몇차례의 기회마저 카시야스의 멋진 선방에 막혀 득점에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수비수 하나둘 정도는 순식간에 뚫어버리는 메시의 능력은 역시나 대단했다.

바르샤의 만회골 장면은 메시의 활약에 유일하게 내려진 보답이었다.
사실 페페-에인세의 센터백 조합은 상당히 무게감이 떨어지는 조합인 데다가
기동력과 공간 장악에서 상당히 많은 문제점을 드러낼 수 있는 조합이었기 때문에,
진작에 이러한 득점 장면에서처럼 공격을 전개할 필요가 있었다고 생각된다.
중원에서 공을 빼앗은 바르샤는 메시를 통해 공격을 시작하려 했고,
메시는 반대편에서 쇄도하는 앙리를 향해 감각적인 뒷공간 패스를 넣어주었다.
순간적인 역습 상황에서 메시에 시선을 빼앗긴 페페와 에인세는 무기력했고,
라모스가 뒤에서부터 따라붙었지만 앙리의 주력과 피지컬은 녹록치 않았다.
결국 앙리의 전매특허인 슈팅으로 카시야스의 손을 피해 만회골에 성공했지만,
축구는 한 선수만으로 승리할 수 있는 경기가 아니고, 그것은 메시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만원 관중이 들어찬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바르샤 선수들의 박수를 받으며 입장한 레알은
지난 35라운드의 영웅이자 두번째 골의 주인공인 로벤을 이구아인과 바꿔주고
클럽의 부주장이자 두개의 도움을 기록한 구티를 호빙유와 바꿔주었으며
영원한 레알의 상징인 라울을 반 니스텔루이와 바꿔주는 여유까지 보여주었다.
그야말로 이번 시즌 우승의 주역들에게 홈 서포터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와 환성 속에서
한 시즌의 완벽한 마무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처럼 보이는 교체들이었다.

이렇게, 슈스터 감독에게는 더할나위없이 완벽한 시즌의 마지막이 완성되었다.
비록 두 경기가 남아 있는 이번 시즌이기는 하지만, 이미 더이상의 목표는 없을 것이다.
라 리가의 두 시즌 연속 우승과 숙적 바르샤를 상대로 더블을 기록한 이번 시즌.
라울과 카시야스의 종신 계약과 더불어 레알 팬들에게는 환상적인 시즌이 되었을 것이다.

반면 더이상 올라갈 곳이 없어 보였던 레이카르트 감독의 바르샤는 한없이 무너져내려
무관의 시즌에 라 리가 2위까지 위태로운 상황을 직면하게 되었다.
이미 팀 내부의 균열은 조직력 붕괴의 수준까지 걱정하게 만들고 있고
공공연히 돌고 있는 다음 시즌의 대대적인 개혁은 선수들의 의욕을 떨어뜨리고 있다.

과연 다음 시즌의 레알은 이번 시즌의 레알만큼이나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그리고 클럽을 갈아엎을 바르샤는 얼마만큼이나 달라져서 레알을 위협할 것인가.
07-08 시즌의 라 리가는 이렇게 끝이 나지만, 레알과 바르샤의 경쟁은 끝나지 않는다.

by Lucypel | 2008/05/08 07:39 | Review: UCL/UEFA | 트랙백 | 덧글(3)

[Sports] Primera Liga 23R: RealM vs Valla

역사적인 라이벌 바르샤를 저멀리 떨어내어 버린 채
경이적인 승점 사냥을 벌이고 있는 이번 시즌의 레알은
이만큼이나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일 수 있음을 증명했다.

사실 레알의 수비진은 붕괴 직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전급 센터백 세명중 카나바로를 제외한 페페와 메첼더는 장기 부상에 신음하고 있고
센터백과 왼쪽 풀백을 소화할 수 있는 에인세 역시 정상으로 보긴 힘든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그나마 레알과 스페인의 구세주 세르히오 라모스가 오른쪽 풀백과 센터백을 모두 소화하며
이번 경기에서도 어떻겐가 두명의 센터백 숫자를 맞출 수 있었을 따름이다.

게다가 공격진도 완전한 상태라고 보기에는 어려웠다.
쾌조의 득점력을 보여주던 반 니스텔루이가 부상으로 제외되었고
로벤은 오랜 부상으로 아직 완벽한 상태는 아닌 것처럼 생각되었으며
이번 경기 시작 직후 호빙유마저 부상으로 교체되며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 모인 팬들의 마음을 사정없이 괴롭혔다.

하지만 그럼에도 승격 이후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바야돌리드를 상대로
레알은 전반에만 다섯골을, 후반까지 합치면 일곱골을 폭풍처럼 몰아넣으며
상대 선수들은 좌절하여 피치 위에 무릎꿇렸고 상대 구단주의 고개도 어둠 속으로 밀어넣었다.

막강 화력의 핵심은 상대의 오프사이드 트랩을 완벽하게 붕괴시키는 것이 핵심이었고,
그 중심에는 가장 좋은 상태의 구티와 살아나고 있는 가고가 자리잡았다.

좋을 때는 지단 못지 않은 수준의 패스 능력을 자랑하는 구티는
이번 경기에서는 지단 이상의 감각으로 패스와 슈팅을 날려댔고
그 결과는 2골 3도움이라는 어마어마한 기록으로 남게 되었다.

디아라에게 밀리며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를 빼앗겼던 가고 역시
네이션스컵 기간 동안 디아라가 자리를 비운 틈에 주전 자리를 되찾았고
적절한 위치 선정을 통한 수비와 더불어 깔끔한 긴 패스를 계속해서 보여주었다.

공격적인 위치에 구티가, 수비적인 위치에 가고가 위치하며 역할 분담이 완벽했고
게다가 두명 모두 앞으로 넣어주는 패스의 질이 매우 높았던 상황이었기에
바야돌리드의 강력한 중원 압박에 점유율을 빼앗아오지 못했음에도
쉴새없이 바야돌리드의 골문을 두드릴 수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게다가 반 니스텔루이가 빠진 공격진은 무게감이 떨어졌지만 기동력은 향상되었다.
라울과 밥티스타가 투톱으로, 로벤과 호빙유가 윙어로 출장한 것이 시작이었지만
호빙유가 부상으로 드렌테와 교체되면서 약간 변화가 생기는 듯 했고,
애초에 네명의 위치가 계속 바뀌면서 상대 수비진을 교란했다.

기본적으로는 4-2-3-1의 전형과 비슷한 느낌으로 유지되기는 했지만
밥티스타가 전방으로 나가고 구티가 그 자리를 메우며 4-1-3-2로도 변화했고
구티와 밥티스타가 나란히 서며 4-1-4-1과 같은 느낌으로 경기에 임하기도 했다.
게다가 로벤과 드렌테는 좌우에서 위치를 바꿔가며 상대 수비진을 흔들었고
마르셀로와 미셸 살가도도 어느 정도 오버래핑하며 공격에 가담했다.
라울이 내려오면 밥티스타가 올라가거나 로벤 혹은 드렌테가 파고들며
반 니스텔루이가 있을 때와는 또다른 공격 전술을 과시하며 상대를 몰아쳤다.

그리고 그 완벽하리만치 깔끔한 결정력.
구티까지 포함해서 다섯명의 공격진이 모두 발재간이 매우 좋은 선수들인데다가
결정력마저 수준급으로 갖추고 있다 보니 그저 차면 들어가는 수준이 되어버렸다.
구티와의 2대1 패스로 상대 수비를 붕괴시킨 라울의 결정력은 이미 전설의 수준이고
구티 역시 감이 좋은 경기력을 어김없이 골과 연결시키며 자신의 재능을 과시했다.

무엇보다 호빙유의 부상으로 마음 졸였을 레알 팬들에게 희망을 안겨준 것은
오랫만에 선발 출장한 로벤이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었다는 점일 것이다.
밥티스타의 첫 골을 돕는 장면에서는 첫 터치가 조금 아쉬운 것도 사실이었지만
팀의 세번째 골 장면에서는 그야말로 완벽한 터치와 마무리를 보여주었다.
자신감 넘치는 왼발 슈팅이 가까운 포스트와 골키퍼 사이를 통과하는 것은
그 직전까지 뛰어오던 속도까지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정점의 기술이었다.

일곱골을 몰아치며 바야돌리드를 무참하게 부숴버린 레알은
23라운드에서 무승부를 기록한 바르샤와의 격차를 다시 8점으로 벌려놓았다.
비록 수비진이 붕괴 직전이라는 점은 라모스와 카시야스에게 부담을 더하고 있지만
막강 화력으로 그러한 부족함을 채울 수 있다면 여전히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이번 시즌 레알이 승점을 몇점까지 쌓을 수 있을 것인가.
바르샤와의 우승 경쟁보다는 오히려 그쪽이 더 흥미롭게 되어버렸다.

by Lucypel | 2008/02/12 14:10 | Review: UCL/UEFA | 트랙백 | 덧글(4)

[Sports] Primera Liga 21R: RealM vs Villa

이번 시즌 파죽지세로 승점을 쓸어담고 있는 레알은
연이은 수비진의 부상으로 불안한 와중에서도 승점 3점을 챙겼고,
다시 한번 바르샤와의 차이를 벌리며 저만치 달아났다.

이 경기에서 레알의 선발 라인업은 4-3-3이나 다름 없었다.
미겔 토레스-파비오 카나바로-세르히오 라모스-미셸 살가도로 구성된 포백은
오른쪽 풀백인 라모스를 센터백으로 돌릴 정도로 급한 상황을 맞이하고 있었다.
센터백 자원인 페페와 메첼더가 모두 부상으로 장기 결장 중인 데다가
센터백이 가능한 왼쪽 풀백 에인세도 부상에 시달리며 나올 수 없었다.
결국 카나바로의 파트너로 라모스를 세울 수 밖에 없었던 레알은
노장 살가도와 신인 토레스를 양 풀백으로 내는 도박을 감행해야 했다.

하지만 사실 살가도와 토레스는 나름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살가도는 젊었을 적의 날카로운 오버래핑으로 공격에 가담했고
수비에서도 아주 큰 실책을 하지는 않으며 무난하게 움직여 주었다.
토레스 역시 보일 듯 안 보일 듯 공수양면에서 활발히 움직였다.
이는 측면에서 활약하는 선수가 그닥 없었던 레알의 선수 구성에서
공격에서의 또다른 선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었다.

미드필더에는 수비적인 가고와 공격적인 구티, 어중간한 밥티스타가 섰고
포워드에는 스트라이커 반 니스텔루이와 섀도우 라울, 윙어 호빙유가 섰다.
단 한 명도 비슷한 역할을 부여받은 선수가 없고 좌우 밸런스도 안 맞는 이 구성은
공격 전체를 조율해야 했던 구티가 쾌조의 컨디션을 보이면서 막강해졌다.
비록 기동력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최정상급의 기량을 가진 루드와 라울은
재기 넘치는 움직임으로 젊은 호빙유에게 완벽한 공간을 만들어주었고,
그 공간으로 구티가 정확히 패스를 넣어주는 장면은 선제골로 이어졌다.

반면 비야레알도 상당히 강력한 모습으로 레알을 공략해 들어왔다.
특히 로씨와 니하트의 투톱은 빠르고 강력한 역습으로 상대를 찔렀고
중앙 뿐만 아니라 좌우 측면에서의 움직임도 좋은 이 투톱 조합은
어설프게 조합된 레알의 포백을 흔들기에 충분할 정도의 재능이 있었다.
패널티 박스 정면에서의 순간적인 움직임으로 멋진 골을 만든 로씨는
잉글랜드에서보다 스페인에서가 자신에게 어울린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래도 경기는 레알의 막강한 공격력은 불을 뿜는 쪽으로 흘러갔다.
반 니스텔루이는 패널티킥이 선언되지 않자 억울하다는 제스쳐로 웃음을 남겼고
광기 어린 천재의 웃음을 얼굴에서 경기 내내 떠나보내지 않은 구티는
경기의 승패를 좌우하는 커다란 역할을 수행하고 승리의 주역이 되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서 디에고 로페즈 골키퍼는 연이은 선방을 만들었지만
라울과 구티의 슈팅을 막아내고도 호빙유에게 골을 내어주며 패배해야만 했다.

레알의 3R, 루드 반 니스텔루이와 라울, 호빙유의 조합은 정말 강력했다.
게다가 그 뒤에서 구티가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더할나위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역시 문제는 비야레알에게 두골이나 내어준 수비에서의 허술함.
전반기에는 페페와 디아라의 활약으로 엄청난 승점을 쓸어담았지만,
페페가 부상으로 쓰러지고 디아라가 네이션스컵으로 차출된 후반기에는
과연 어떤 잇몸으로 이들의 공백을 메꿀 수 있을 것인지는 중요한 사항이다.

라 리가와 챔피언스리그에만 집중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힘든 일정이다.
과연 슈스터 감독의 수비 대책은 얼마나 효과를 볼 수 있을까.

by Lucypel | 2008/01/28 23:22 | Review: UCL/UEFA | 트랙백 | 덧글(2)

[Sports] Primera Liga 17R: RealM vs Barca

누 캄프에서 벌어진 이번 시즌 첫번째 엘 클라시코는
지나치게 관대한 주심의 판단 아래 카탈루냐의 한숨으로 마무리 되었다.

레이카르트 감독의 입장에서는 리오넬 메시의 결장이 뼈저린 경기였을 것이다.
물론 이전에도 대단한 선수였지만, 이번 시즌 들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선수로 성장한 메시는
판타스틱 포라고 불리우는 바르샤의 공격진 중에서도 가장 빼어난 활약을 보이고 있었다.
장기 부상에 허덕이던 에투와 느려진 발놀림으로 빛을 잃은 호나우딩요,
이적 직후치고는 잘 하고 있지만 아직 완전치 않은 앙리의 몫까지 짊어진 메시는
진실되게 마라도나의 재림인 양 상대가 어느 팀이건 수비진을 유린하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그런 메시가 빠진, 게다가 그나마 잘해주던 앙리도 빠진 바르샤의 공격진은
이미 레알의 심장이 되어버린 세르히오 라모스와 급성장하고 있는 페페가 버틴,
그리고 끝끝내 카시야스가 골문을 지킨 레알의 수비진을 뚫어내지 못하고 말았다.

메시가 없는 바르샤가 내세운 카드는 결국 호나우딩요였다.
원톱 에투를 받쳐줄 두명의 포워드로 호나우딩요와 이니에스타가 기용되었지만
본디 미드필더인 이니에스타보다는 호나우딩요에게 더많은 무게가 쏠려있었고
경기 내내 바르샤의 공격은 호나우딩요의 발을 향해서 이어지고 그의 발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런 호나우딩요가 라모스에게 철저하리만큼 봉쇄되었다는 점이다.
레알의 모든 선수가 극찬하고 있는 스페인의 어린 오른쪽 풀백은 빠르고 강인했고,
다소 거칠게 호나우딩요를 상대했지만 심판의 성향은 지나치리만큼 관대했다.
다소 느려진 호나우딩요와 무척 빨라진 라모스의 대결은 속도에서 판가름났고
레알이라는 빅 클럽의 주전으로 자리잡은 라모스에게 경험 부족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라모스가 혹여 바르샤의 컴비네이션을 통해 돌파된다 하더라도
그 뒤에는 페페라는 이번 시즌 레알이 해낸 최고의 발견이 버티고 있었다.
한준희 해설의 말처럼 "사뮤엘과 우드게이트를 합친 것보다 뛰어난" 포르투갈의 센터백은
독일 대표인 메첼더를 밀어내고 발롱도르 수상자 칸나바로와 발을 맞추고 있다.
듬직한 체구인데다 침착하기까지 한 어린 센터백은 에투와 호나우딩요를 육탄 방어해냈고,
고비 때마다 몸을 날리며 카시야스의 부담을 최대한 줄여주는 수훈을 세웠다.
물론 간혹 그를 통과한 공은 어김없이 카시야스의 손에 걸리며 한 골도 허용하지 않았다.

또한 바르샤는 특유의 섬세하고 창의적인 미드필더에서의 패싱 게임이 보이지 않았다.
반 니스텔루이를 제외한 레알의 선수들이 수비적인 위치에서 열심히 움직이기는 했지만,
그 정도의 제약에 빛을 잃어버릴만한 바르샤의 미드필더들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경기에서는 중원에서 밀려나며 측면에서 주로 움직였고
그나마도 레알의 순간적인 역습을 막아내느라 물러나기에 급급해 보였다.
야야 투레와 사비, 데코로 구성되었던 미드필더 라인이 빛을 잃자
공격은 호나우딩요 개인에게 의존하는 수밖에 없어진 것이 큰 문제였다.

반면 레알은 단단하게 걸어잠그는 동시에 시기적절한 역습이 날카로웠다.
밥티스타가 결승골을 성공시킨 장면이야 그야말로 그림같은 패스가 이루어진 것이었고,
스네이더-라울-호빙요로 이어지는 공격 라인은 침착하면서도 재빨리 공격을 전개했다.
컨디션이 좋았던 밥티스타는 황소처럼 피치 위를 공수 양면에서 누비고 다녔고
디아라는 조용히 하지만 강력하게 수비진에 위치하며 상대 공격수를 지워나갔다.
"영혼의 파트너"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좋은 호흡을 보여주고 있는
라울-반니 투톱의 움직임은 순간적인 역습에서도 대단히 강력했다.
스네이더의 오른발은 지난 23번인 베컴의 그것에 모자르지 않을 정도였다.
결국 점유율은 바르샤에게 내어줬지만, 좋은 기회는 레알이 더 많이 가져갔다.

바르샤 팬들에게는 심판의 지나치게 관대한 성향이 무척 아쉬울 것이다.
패널티킥이 선언될 수 있을만한 상황이 몇번이나 있었던 것도 사실이고
그 외에도 중원에서의 경합에서 레알의 파울을 불지 않은 경우도 많이 있었다.
하지만 반대로 레알 역시 그렇게 손해본 패널티킥과 프리킥이 다수 있었고
심판이 특별히 어느 한 쪽의 편을 들면서 판정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러한 관대한 성향은 아쉽지만 심각한 문제를 만들 정도는 아니었다고 생각된다.
도리어, 그러한 심판의 성향을 먼저 알아채고 적극적으로 이용한 레알 쪽이,
물론 그러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좀 더 영리한 플레이를 펼쳤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로써 북런던 러비를 시작으로 밀란 더비에 이어 엘 클라시코로 마무리되면서
크리스마스를 맞이한 유럽의 더비 주간이 힘겹게, 그리고 흥미진진하게 지나갔다.
레알은 4년만에 누 캄프에서 바르샤를 격파하며 승점차를 더욱 벌려 놓았고
레이카르트 감독과 호나우딩요는 자신의 거취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야만 하게 되었다.

어쩌면 밀란이 "밀란의 카카"가 아닌 "카카의 밀란"이 되어버린 것처럼
바르샤도 "바르샤의 메시"가 아니라 "메시의 바르샤"가 되어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by Lucypel | 2007/12/24 18:01 | Review: UCL/UEFA | 트랙백 | 덧글(2)

[Sports] Primera Liga 2R: RealM vs Villa

오랫만에 생방송+재방송으로 확인한 레알의 경기는 아름다웠다.

갈락티코 시대를 뒤로 하고 공수에 걸쳐 새로운 피를 수혈한 레알의 전력은
지난 시즌의 아슬아슬한 정상 탈환 이후 이번 시즌에는 어떨 것인가 의문이었지만,
여름 이적 시장에서 영입한 선수들이 성공적인 적응으로 더욱 강력해진 느낌이다.

그 중에서도 단연 빛났던 선수는 두골을 기록한 스나이더.
에레디비지에서 이적해 온 젋은 미드필더는 공격적인 모든 위치를 소화 가능하고
측면에서의 날카로운 크로스와 문전에서의 깔끔한 결정력까지 갖추고 있다.
이번 경기에서도 라울의 선제골을 얼리 크로스로 멋지게 어시스트했고
베컴을 연상시키는 프리킥 골과 구티의 공을 받은 오른발 아웃프런트 골을 보여주며
라울과 구티를 밀어내고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주전 자리를 꿰찰 듯한 기세를 보였다.

하지만 두 명 모두 측면과 중앙에서 활약한 스나이더에게 전혀 밀리지 않은 활약을 보여주며
아직 호락호락하게 사라질 노장만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
라울의 선제골은 그야말로 "라울다운" 골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결정적이었고,
구티는 한준희 해설의 말처럼 "지단급의 플레이"를 연이어 보여주며 활약했다.
간결하고 섬세한 왼발 패스와 슛은 1골 1어시스트를 기록했고,
중원에서 공수를 조율하고 라울의 교체 아웃 이후에는 주장 완장까지 소화하며
구단이 그를 팔지 않은 것이 옳은 판단이었음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었다.

반 니스텔루이와 라울이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순간 속도는 많이 느려졌지만
여전한 골 감각과 센스에 연륜과 경험에서 오는 상황 판단과 시야가 합쳐지며
호빙유, 스나이더에 곧 합류할 로벤까지 이어지는 젊은 공격수들과 호흡만 맞출 수 있다면
그야말로 잘 이루어진 신구의 조화로 이번 시즌도 승승장구할 수 있을 듯 하다.
수비진에서도 노장 칸나바로와 신예 메첼더, 노장 에인세와 신예 라모스가 조합되어
갈락티코 시대의 공수 불안정 따위는 그야말로 옛말로 치워버릴 기세이다.

지난 시즌 카펠로 감독의 공로로 정상의 자리를 탈환한 레알이
슈스터 감독의 지휘 아래에서 화려한 공격 축구로 정상을 지킬 수 있을 것인지.
이번 시즌 라 리가의 주된 관전 포인트는 바로 거기에 있을 것이다.


덧.
한준희 해설의 말처럼 로시는 정말 좋은 유망주인 것 같다.
하지만 그의 최대 문제는 같은 나이 또래에 루니와 호날두가 있다는 점.
그리고 그의 원 소속팀인 맨유가 그들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특히 거의 모든 특성이, 크지 않은 키와 처진 공격수의 포지션이, 비슷한
루니의 존재는 아마도 축구 선수 인생에서 평생 그를 옭아맬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가 잘 성장해서 좋은 모습을 보이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by Lucypel | 2007/09/04 00:34 | Review: UCL/UEFA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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