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s] Serie A 38R: Inter vs Parma

폭우 속에 펼쳐진 최종 라운드는 마지막 순간까지 아무 것도 결정되지 않았고,
그 최후의 장면에 이르러서야 모든 것이 명확하게 모습을 드러내었다.

하루 일찍 치뤄진 어제의 한 경기를 제외하면 아홉 경기가 모두 오늘 열린 세리에 아는
승점 1점차 1위인 인테르와 2위인 로마가 각각 18위인 파르마와 17위인 카타니아를 상대하며
우승과 강등의 이중주가 엮이며 그야말로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을 연출하였다.

그리고 부치니치가 전반 7분만에 환상적인 선제골을 넣으며 로마가 앞서가는 상황에서
파르마가 그대로 인테르와 무승부만 거둔다 해도 로마의 우승이 확정되는 것이었다.
파르마 역시 카타니아가 패배하면 기적적인 잔류가 가능했기에, 더할나위 없었다.
게다가 홈 서포터들의 일방적인 성원을 등에 업은 파르마의 맹공은
수차례 훌리오 세자르를 괴롭히며 더더욱 기적의 가능성을 높이는 듯 했다.

이러한 인테르의 위기를 떨치는 데에는 다른 그 누구보다 단 한 사람의 힘이 필요했다.
이제 갓 부상에서 복귀하여 돌아온 바로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의 힘이 말이다.
오랜 부상으로 시즌 막판 인테르에 찾아온 커다란 위기에 도움이 되지 못했던 그는
최종전이 되어서야 돌아와 천금같은 골을 뽑아내며 인테르에게 또다시 스쿠데토를 안겼다.

크루즈와 발로텔리의 투톱으로 경기에 임했던 인테르는
후반 들어 세자르 대신 이브라히모비치를 투입하며 공격 형태를 완전히 바꾸었다.
나란히 선 투톱 혹은 발로텔리가 오른쪽으로 돌아나가며 공격에 임했던 전반과 달리
이브라히모비치를 완전한 원톱에 두고 크루즈가 그 뒤를, 발로텔리가 오른쪽을 받쳤다.
무엇보다 이브라히모비치 자신이 2선에서의 키핑과 패스가 가능하다는 점이
인테르에게 훨씬 더 많은 공격 옵션과 활기를 불어넣었던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자신의 훌륭한 득점 감각은 단연 압권이었다.
본디 좋은 포워드란 위기의 상황에서 스스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하는 법이고,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는 어김없이 위기의 상황에서 스스로 해결해냈다.
재빠른 역습 상황에서 단 한 순간 수비수가 자유롭게 놓아두자 좁은 틈새를 찔러냈고,
열심히 수비해도 스스로 자유로워질 수 있는 수준의 그에게 자유로운 기회는 어김없었다.

파르마가 한참 공격으로 기세를 올리고 있는 시점에서 터진 선제골과
더욱더 골에 목말라 더 강렬한 기세로 공격에 임한 상황에서 터진 추가골.
두번째 골이 들어가는 순간, 더이상 로마와 카타니아의 경기 결과는 중요치 않았고,
사실상 인테르의 우승이 확정되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토티는 여전히 심판 판정에 대해 이런저런 불평불만을 토로할 수 있겠지만,
어쨌든 로마는 카타니아마저 제압하지 못하며 그런 발언들도 의미를 잃었다.
먼저 골을 넣었던 로마보다 인테르는 더 많은 골을 넣어버렸고,
결국 실점하지 않은 인테르보다 로마는 더 많은 골을 허용했다.
경기를 지배했던 것은 로마와 파르마였지만, 승리한 것은 인테르와 카타니아였다.

이로써 세리에 아의 07-08 시즌도 모두 마무리되게 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최종전이 되어서야 우승을 확정지은 인테르는 환히 웃었고
1%의 확률을 기대하던 로마 팬들은 스팔레티 감독의 위로를 받게 되었다.
막판까지 치열했던 파르마-엠폴리-카타니아의 강등 전쟁은 카타니아가 승리했고,
밀란은 대승으로 시즌을 마감했지만 피오렌티나의 승리로 챔피언스리그에 탈락했다.

위험천만해 보이는 팬들의 피치 점령으로 우승 세레머니를 대신한 인테르가
과연 다음 시즌에는 어떤 전력으로 스쿠데토를 지켜낼 지 벌써부터 흥미진진하다.
과연 만시니 감독은 다음 시즌에도 주세페 메아챠에 앉아있을 수 있을까?
오늘의 승리는 며칠 정도, 만시니 감독의 운명을 늘려준 것에 불과할 듯 하다.

by Lucypel | 2008/05/19 01:18 | Review: UCL/UEFA | 트랙백 | 덧글(4)

[Sports] Serie A 33R: Milan vs Juve

지금은 비록 인테르와 로마가 세리에 아를 양분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역시 전통의 강팀을 이야기하라면 밀란과 유베가 빠지지 않는다.
그리고 최근의 부진한 분위기 속의 두 팀이 챔피언스리그 진출의 사활을 걸고
수많은 부상 선수들의 악재 속에서도 온힘을 다해 맞붙었다.

하지만 역시 부상이라는 악재는 쉽게 극복하기에는 어려운 것이었다.
특히 밀란의 초토화된 수비진은 더이상 해답이 없어 보일 정도였다.

이번 시즌 밀란의 주전 포백은 얀쿨로프스키-카라제-네스타-오또로 보는 것이 옳았다.
하지만 이 네명이 모두 출전 불가능한 상황이었던 이번 경기에서 밀란이 선택한 포백은
파발리-말디니-시미치-보네라의 더 늙어지고 더 느려진 구성이었다.
더 늙어지고 더 느려졌다 함은 상대의 빠른 공격에 대응하기 어려워졌고
또한 후반으로 갈수록 경기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이 문제는 유베가 득점에 성공해낸 두골에서 정확하게 드러났다.
델 피에로가 주로 왼쪽으로 돌아나가며 드리블로 공격을 이끌다가
반대쪽에서 공격에 가담하는 동료를 향해 빠르게 방향을 전환할 때,
밀란의 수비는 그 흐름에 재빨리 대응하지 못하고 쉽게 크로스를 내어주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뒷공간 패스가 들어간 것을 델 피에로가 받아넣은 것이 선제골,
크로스를 올리고 트레제게가 헤딩, 살리하미지치가 마무리 한 것이 동점골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비단 포백에게만 책임 소재가 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암브로시니-피를로-가투소를 모두 기용하며 중원을 두텁게 한 밀란이라면
이 세명의 수비적인 미드필더들이 끊임없이 수비에 가담하여 빈 공간을 채워야 하는데,
역시 나이먹어가고 있는 이 미드필더들은 차츰 차츰 나태해지는 느낌이었다.
피를로는 애초에 활동적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선수라는 점은 고려되어야 하고
가투소 역시 오른쪽 측면에서 주로 활동했다는 점을 생각해야만 하겠지만,
포백과 미드필더 사이에 유베의 포워드가 서넛 이상 활동하는 장면을 보면
과연 이러한 미드필더 배치가 아직도 긍정적인가에 대한 의문을 품게 했다.

네스타와 카라제가 빠진 포백이 가지는 또하나의 문제점은 제공권이었다.
말디니는 이번 시즌에도 어김없이 상당히 준수한 수비력을 보여주고는 있지만
축구 선수로서의 불혹이 아닌 실제의 불혹에 접어든 나이는 여러 문제를 만들었고,
적극적인 몸싸움과 제공권 다툼에서도 그의 큰 키가 다소 무기력해지는 문제를 낳았다.
이것은 트레제게와 살리하미지치, 후반에 투입된 이아퀸타까지 가세한 유베의 공격진,
게다가 세트피스에서 가담하는 키엘리니 등의 수비진까지 포함된 어마어마한 높이에
크로스마다 상대에게 헤딩을 허용하는 치명적인 문제를 만들어내었다.
결국 이러한 제공권의 상실이 마지막 결승골로 이어지고 말았다.

그렇다고 해서 밀란의 경기력이 아주 한심한 수준이었던 것은 아니다.
부상에서 복귀한 인자기와 카카가 나선 공격진의 움직임은 상당히 좋았다.
특히 중앙만 고집하지 않고 왼쪽으로 돌아나가기 시작한 카카의 공격력은
어째서 그가 발롱도흐를 수상할 수 있었는지 똑똑히 보여주는 수준이었고,
어김없이 공이 오는 위치에 서있는 인자기의 위치 선정 능력은 예술이었다.

카카의 측면 공략은 유베의 부실한 수비진을 제대로 후벼팔 수 있었다.
중앙에 포진할 경우 자칫 잘못하면 네다섯의 수비에 둘러쌓일 수 있는 카카가
측면을 따라 움직이니 많아야 둘 정도의 수비만을 상대하는 상황을 만들 수 있었다.
물론 사이드라인이 수비수를 대신해서 압박을 주기야 하겠지만, 선은 중립적이다.
적어도 태클이나 몸싸움, 다른 수비수와의 효과적인 연계 플레이는 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보다 강인하고 빠른 몸과 수준 높은 발재간을 지닌 카카에게는
중앙보다 측면에서의 공격이 훨씬 편하고 효율적으로 보일 따름이다.

이러한 측면 공략은 밀란에게 두골을 모두 선사했다고 봐도 무방했다.
선제골 실점 이후부터, 아니 사실은 킥오프 이후부터 맹렬하게 공격에 임한 밀란은
카카와 파발리, 셰도로프의 왼쪽 공략을 계속해서 시도하며 유베를 괴롭혔고,
결국 뒷공간을 파고든 카카의 크로스가 중앙의 인자기에게 배달되는 장면을 여럿 만들었다.
오른쪽 풀백이 카카에게 돌파당하면 센터백이 그 자리를 메우려 이동할 수 밖에 없고
그것은 결국 중앙에서 인자기의 움직임을 쫓을 수비수가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과정에서 인자기의 오프사이드 트랩 붕괴 능력은 다시 한번 빛을 발했다.
한두번의 몸동작과 뒤로 돌아들어가는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수를 따돌린 인자기는
카카가 왼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수차례 결정적인 기회로 만들었고, 득점에도 성공했다.
선제골을 내어준지 2분만에 동점골을 만들었다는 점은 승부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또한 세트피스 상황에서 가담한 보네라와 암브로시니가 세컨볼을 이용해서
상대의 수비진을 완전히 흔들어 돌파에 성공해낸 장면에서도 인자기가 있었다.
모든 유베의 수비진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때 보네라는 뒷공간을 파고들었고,
부폰이 보네라를 막으려 몸을 던질 때 인자기는 여유롭게 반대편에 서 있었다.

경기 내내 티아구와 시소코가 수비적인 위치에서 경기에 임했어야 했던 유베보다
카카와 셰도로프가 좋은 모습을 보이며 공격을 풀었던 밀란이 좀 더 좋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밀란으로서 경기를 내어줄 수 밖에 없었던 것은 결국 커다란 아쉬움이고,
그 중심에는 보네라의 다소 무리하고 과격했던 태클에 의한 퇴장이 있었다.
에두아르도의 비극이 떠오르는 모습으로 들어간 태클은 즉각 퇴장으로 이어졌고,
이것은 동점인 상황에서 밀란의 기세를 완연히 꺾어놓고 말았다.
물론 심판들의 판정에 약간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평정심을 잃는 것은 밀란같은 베테랑 클럽에 어울리는 일은 아니다.

밀란의 상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나태한 수비진과 유베의 인자기를 놓치는 둔감한 수비진은
서로의 맹렬한 공격 기세와 맞물려 다섯골이나 주고받는 화끈하고 즐거운 경기를 만들었다.
물론 갈길 바쁜 밀란의 팬들에게는 아쉽고 또 아쉬운 결과가 만들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인자기와 카카가 이만큼이나 살아났다면 앞으로를 더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by Lucypel | 2008/04/13 14:33 | Review: UCL/UEFA | 트랙백 | 덧글(4)

[Sports] Serie A 20R: Milan vs Genoa

70분간 펼쳐진 치열한 경기는 파투의 골로 밀란이 신승을 거두었지만,
밀란의 최대 문제점인 급격한 순발력 저하는 여전히 치명적이었고,
안첼로티 감독이 질라르디노의 자존심을 완전히 깔아뭉개며
이탈리아 대표 포워드인 질라르디노의 심기를 대단히 불편하게 만들었다.

물론 불의의 사고로 70분만에 종료 휘슬이 울렸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반에 이어 후반 중반까지 좋은 수비를 보이던 제노아가
한순간 수비 집중력을 잃으며 파투에게 선제골을 허용하고 말았고,
이어서 눈부신 선방을 보이던 루빙유 골키퍼가 퇴장당하면서
사실상 경기는 70분만에 종료되었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만큼 루빙유 골키퍼의 선방은 기적과 같이 제노아의 골문을 지켰다.
파투와 카카가 맞이했던 완전히 자유로운 상황에서의 슈팅도 막아냈고
피를로와 셰도로프의 묵직한 중거리 슈팅도 지나가지 못하게 지켜냈다.
비록 수비진이 완전히 놓친 파투의 헤딩슛도 막아내지는 못했지만,
또한 역시 완전히 뚫려버린 뒷공간으로 파고든 공을 막느라 퇴장당했지만,
그 어떤 제노아의 팬이나 코치진, 선수도 그에게 패배의 책임을 돌리지는 못할 것이다.

제노아의 수비진도 루빙유 골키퍼만큼은 아니어도 충분히 선전했다.
수비진과 미드필더를 최대한 내려서 애초에 공간을 주지 않고 밀어내는 수비 방식은
이번 시즌들어 밀란을 상대하는 모든 팀들이 사용하면서 그 효력을 입증하고 있는데,
특히 카카의 침투를 원천봉쇄하고 최전방 포워드를 계속해서 밀어내면서
밀란 공격의 선택지를 모두 없애고 있는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러한 상대들의 수비에 대해 밀란은 다시 한번 4-3-2-1 전형을 선택했다.
파투를 원톱으로 내세우고 카카와 셰도로프를 그 뒤에 배치하며
가투소-피를로-암브로시니 라인을 수비적으로 위치시키며 수비를 안정시켰다.
그리고 이번에는 오또를 오른쪽 풀백으로 기용하면서 측면 공격을 시도했는데,
오또는 수비에서의 불안함 대신 활발한 오버래핑을 보여주면서
그나마 밀란 팬들에게 희망을 줄만한 측면 공격을 선보였다.
특히 셰도로프의 "베수비오 화산 재폭발 슛"을 만들어낸 크로스는
재빠른 오버래핑 이후 낮고 빠른 형태로 이루어져 대단히 위력적이었다.

하지만 파투의 원톱은 확실히 아직 완성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무엇보다 파투는 상대의 거친 수비를 몸싸움으로 견디기에 가벼운 선수이고
아직까지 묵직하지만 날카롭지는 못한 슈팅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번 경기에서도 수없이 많은 슈팅을 날렸지만 성공한 것은 단 둘 뿐이었고,
두번째 골은 그나마도 상대 수비와 골키퍼의 실수를 틈탄 것이었다.
골키퍼와의 일대일 상황에서 상대 골키퍼가 잡을 수 있는 슈팅이라니,
만약 루빙유 골키퍼가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면 쉽게 막히는 상황이었다.
그걸 놓쳐서 다시 주워 넣었기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꽤나 욕먹을 수 있었다는 말이다.

게다가 파투와, 조금 관대하게 카카와 오또를 제외하면
나머지 밀란의 선수들은 그 처절한 세월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었다.
셰도로프, 암브로시니, 가투소는 상대 진영에서 재빠른 움직임을 보이지 못하고
좋은 슈팅 기회나 패스 타이밍에 조금씩 늦으며 팀의 흐름을 끊어버렸다.
왼쪽 풀백으로 출장한 말디니는 센스는 넘쳤지만 몸이 따르지 못했고
칼라제 역시 네스타 덕분에 목숨을 연장하는 장면을 여러 차례 보였주었다.
피를로나 네스타 역시 근본적으로 순발력이 넘치는 선수가 아니라는 점에서
경기 내내 재빠른 모습을 보인 것은 파투 뿐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반면 제노아는 보리엘로와 파비아노를 앞세운 빠른 역습으로
느려터진 밀란 수비의 뒷공간을 철저히 노리는 공격 방식을 취했다.
그리고 역시나 그런 공격은 몇차례 대단히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했는데
그때마다 칼라치 골키퍼의 큰 키와 긴 팔, 혹은 네스타의 위치 선정에 제압당하며
산 시로 원정에서 얻을 수 있었던 귀한 승점을 날려버리고 말았다.

결국 이번 시즌 넣을 30골 중에 두골을 넣은 파투의 득점으로 승리한 밀란이지만
경기 중 펼쳐진 몇차례 의심스러운 판정으로 다소 깨끗한 느낌의 승리는 아니었고,
게다가 경기 종료 직전 안첼로티 감독이 질라르디노를 투입하면서
겉보기에도 꽤나 껄끄러운 경기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파투가 선제골을 득점하기 전까지 몸을 풀고 있던 질라르디노는
두골차로 앞서가기 시작하자 출장을 포기하고 다시 옷을 입으려 했지만,
밀란의 안첼로티 감독은 그를 89분에 파투와 교체시키며 피치에 내보냈다.
물론 파투에게는 계속 경기 출장 기회를 주어지면서 적응이 필요하기에
질라르디노 대신 선발 출장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2006년 월드컵 우승 멤버이자 이탈리아 대표 포워드인 질라르디노를
후반 종료 1분 전에 18살의 햇병아리와 교체 투입한다는 사실은
그간 팀을 위해 헌신했던 선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닌 것처럼 보였다.

이번 시즌 질라르디노에 대한 비난이 산 시로를 가득 채우고 있기는 하지만,
그는 포워드들 가운데 가장 많은 시간을 출장하고 가장 많은 골을 넣은 선수이다.
게다가 밀란의 부진은 질라르디노의 책임이 아니라 전체적인 공격력의 문제이고
전술적으로는 지나치게 카카에 의존하는 밀란의 안첼로티 감독의 문제가 더 크다.
상대 수비들이 카카에 대한 해법을 찾아내면서 밀란의 공격력이 틀어막혔는데
그 욕을 질라르디노 혼자 먹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질라르디노가 추가 시간까지 해도 4분간 피치 위에 섰다.
해설의 말마따나 "너는 파투의 백업에 불과하다"는 소리를
면전에서 들은 것이나 다름없는 질라르디노의 심기가 좋을 리 없었다.
결국 그는 상대 수비와 불필요한 마찰을 빚어내며 경고를 받았고
이것은 아마도 또다시 홈 팬들에게 원성을 자아내게 될 것이다.

파투는 물론 대단한 선수인 것처럼 보인다.
그는 네경기만에 세골을 만들어내며 밀란을 살리고 있고,
아직 18살이라는 어린 나이는 현재보다 미래를 더욱 기대하게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질라르디노가 파투에 비해 가치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이번 시즌의 전반기와 지난 시즌, 그 지난 시즌 밀란의 공격을 책임진 것은
분명 파투가 아닌 질라르디노였다.

최소한의 예우는 그 누구에게라도 필요하다.
질라르디노는 최소한보다는 훨씬 큰 대접을 받아야 하는 선수이다.
그런 그를 보호하지는 못할망정 돌을 맞으라고 피치 위에 던지는
안첼로티 감독의 선택은 그다지 현명해 보이지는 않는다.

by Lucypel | 2008/01/29 16:28 | Review: UCL/UEFA | 트랙백 | 덧글(6)

[Sports] Serie A 19R: Milan vs Udine

다시 한번 브라질리언 공격진으로 경기에 임한 밀란이었지만
정작 승부를 결정지은 것은 그간 비판의 대상이었던 이탈리안 포워드였다.

경기는 사실 90분간 지지부진한 모습으로 펼쳐졌다.
전후반 모두 두배가 넘는 점유율로 수치상 경기를 지배했던 밀란이었지만
5-4-1의 극단적인 수비 전형을 들고 나온 우디네세의 강력한 수비벽에
하염없이 계란을 던지며 벽이 부서지기를 기다리는 꼴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지난 경기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파투가 철저히 제압당했고
팀의 공격을 이끌어야만 하는 카카 역시 그다지 빛을 발하지 못했다.
유연하고 재빠른 움직임과 섬세한 발기술로 상대 수비를 유린했던 파투는
철저하게 공간을 내어주지 않는 우디네세의 수비진을 도무지 뚫어내지 못했고
측면 대신 중앙만을 공격 방향으로 고집하던 카카는 번번히 밀집 수비에 저지당했다.
도리어 전반에는 호나우두가 2선으로 내려와 스스로 슈팅을 감행했고
그렇게 골포스트를 맞춘 슈팅이 전반에 밀란이 보여준 최고의 장면이었다.

이러한 밀란의 부진은 전적으로 우디네세의 완벽한 수비벽이 원인이었다.
다섯명의 수비수와 네명의 미드필더를 배치한 우디네세의 수비 조직력은 완벽했다.
디 나탈레를 제외한 아홉명의 필드 플레이어는 철저하게 자기 위치를 지켰고
서로 간의 간격과 라인을 정확하게 유지하며 상대에게 공간을 내어주지 않았다.
패널티 박스 바로 안쪽의 수비 라인과 바로 바깥쪽의 미드필더 라인이
그 사이의 간격을 유지하면서도 상대 공격수에 대한 유기적인 압박을 감행하자
밀란의 공격진은 공을 소유했으면서도 그 사이로 파고들지 못했으며
압도적인 피지컬을 보유한 호나우두만이 그 사이에서 공을 소유할 수 있었다.

비록 골을 성공시키거나 팀의 공격을 이끌지는 못했지만, 황제는 여전히 건재했다.
젊은 시절 스스로 전장에 뛰어들어 압도적인 강함으로 적장을 베어나갔던 황제는
이제 자신을 보좌하는 헌신적인 재상과 자신을 보고 자란 어린 황태자를 이끌고
여전히 강인한 그 육체로 감히 덤비는 상대를 가볍게 제압하며 적진을 거닐었다.

그런 호나우두의 육체적인 강인함은 후반 초반까지 여실히 드러났다.
카카와 파투가 번번히 부딫혀 튕겨나오는 우디네세의 강건한 수비벽을
순전히 몸싸움만으로도 멀리 튕겨버리며 몇차례의 기회를 만들어낸 것은
온전히 호나우두 자신의 능력만으로 가능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의 다소 불어난 몸무게는 발을 느리게 했지만, 이런 부분에선 효과적이었다.
게다가 패널티 박스 바깥에서도 송곳같이 날카롭게 날아가는 대포알 슈팅이나
상대 수비를 완전히 떨궈버린 후에 보여주는 순간적인 슈팅은 여전하니,
호나우두의 체력적인 부분이 온전해진다면 더없이 강력한 공격 옵션이 될 것이다.

하지만 역시 호나우두의 가장 큰 문제는 체력적인 부분이었다.
후반 중반부터 어느샌가 피치 위에서 사라져버린 호나우두는
그 이후부터 조금 기운을 낸 듯한 카카와 셰도로프의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밀란이 우디네세를 뚫어내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후반 20분이 지난 후에는 질라르디노의 투입이 이루어졌어야 한다고 보이는데,
안첼로티 감독은 그러한 과감한, 지난 경기에서 맹활약한 호나우두를 교체하는, 승부수를
이른 타이밍에 선택하는 데에는 상당히 소질이 없는 감독인 것처럼 생각된다.
(물론 이러한 것은 이탈리아의 구단주 위주의 운영 풍토도 영향이 있는 것 같지만.)

밀란의 공격진이 갖고 있던 또다른 문제점은 창조적인 공격 전개의 결여였다.
호나우두의 복귀와 파투의 데뷔로 지난 경기부터 4-4-2를 사용하고 있는 밀란은
이번 경기에서 가투소와 암브로시니를 수비적인 위치에 배치하고
카카와 셰도로프를 공격적인 위치에 배치하는 미드필더 조합을 사용했다.
이러한 부분은 지난 경기의 피를로-암브로시니 조합보다 수비력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피를로의 부재가 공격 전환에서의 날카로움을 무디게 만들어버리는 악영향도 만들었다.

셰도로프는 공격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선수이지만 창조적이지는 않다.
보통은 셰도로프가 넓게 벌리면서 카카가 중원을 휘저으며 상대 수비를 흔들고
그 와중에 피를로가 날카로운 패스로 전방의 포워드 혹은 오버래핑한 풀백을 지원하는 것이
밀란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일반적이고 강력한 공격 방법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결국 피를로의 부재는 카카에게 패스에 대한 부담마저 갖게 만들어 버렸고
안 그래도 단단하게 걸어잠근 우디네세의 수비진 앞에서 카카는 무릎꿇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양 풀백이 파발리-보네라 조합이었다는 점도 밀란에게는 아쉬웠다.
이제 먹을만큼 먹은 나이의 파발리와 센터백에 가까운 보네라에게
오또나 얀쿨로프스키 정도의 공격적인 오버래핑을 기대할 수는 없었는데,
이러한 풀백의 공격 옵션이 사라지자 밀란의 공격은 더욱 답답해질 수 밖에 없었다.
실낱같은 공간도 내어주지 않는 우디네세를 상대로 중앙 돌파는 너무 힘들었고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압박이 덜한 측면을 뚫어보는 것이 당연한 일이기는 한데
측면에서 움직일만한 선수가 전혀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후반 중반 이후 카카와 셰도로프가 측면으로 돌아나가면서 공격의 활로를 찾았지만
그들은 애초에 공격형 미드필더이지 윙어가 아니기 때문에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질라르디노의 투입과 우디네세 수비진의 단 한번의 실수가 경기를 결정지었다.
호나우두에 뒤지지 않을만큼의 피지컬을 보유한 질라르디노는
우디네세의 골문 앞에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수 있었고,
지나치게 공을 끌다가 파투에게 빼앗기고 만 우디네세의 수비는
카카가 골문 앞에서 공을 잡을 수 있는 그 짧은 시간을 제공해 버렸다.
파투가 날렵하게 공을 빼앗고 그것을 카카에게 이어준 것은 최선의 선택이었고,
카카는 간결하면서도 아름다운, 그야말로 예술적인 힐패스를 질라르디노에게 연결했다.
상대 수비진과의 강력한 몸싸움을 이겨내고 넘어지며 슈팅을 감행한 질라르디노는
그 다음 순간에는 모든 동료들에게 둘러쌓여 환호성을 들을 수 있었고,
그 다음 순간에는 주심에게 악수와 더불어 노란 카드를 받아내었다.

경기는 이렇게 교훈적인, 카카에게는 한순간도 방심해서는 안된다는, 결말을 맞이했지만
사실 우디네세가 승리할 수 없었던 경기라고는 절대 생각할 수 없었다.
아홉명이 단단하게 대열을 짜고 완벽한 수비를 펼친 것은 사실상 90분 모두였고
디 나탈레를 선두로 빠르게 전환하는 역습은 언제나 슈팅까지 연결되었다.
특히 콸리아렐라에게 연결되었던 몇차례의 황금같은 기회들은 대단히 유효했고
아주 작은 차이로 그 슈팅들이 골로 연결되었더라면 밀란은 쉽사리 무너졌을 것이다.

이번 경기로 질라르디노는 다시 한번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였고
이것은 앞으로의 밀란의 행보에 커다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투톱을 유지하려면 적어도 수준급의 포워드가 셋은 필요한 것이 사실이고
넉넉하게 시즌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넷은 있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시즌 초반 질라르디노와 인자기만으로 경기에 임해야 했던 때와는 달리
호나우두와 파투가 가세하며 네명을 채워낸 밀란의 공격진은 정말 충실해졌다.

게다가 그 네명의 포워드는 모두 다른 성향을 갖고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다소 정통 타겟형에 가까운 질라르디노와 감각적인 위치 선정과 결정력의 인자기,
황홀할 정도로 강력한 발재간과 슈팅의 호나우두와 어리고 재빠른 파투까지.
질라르디노가 그간 긴 부진을 면치 못했던 것은 밀란의 공격 옵션이 그 혼자 뿐이었고
카카라는 걸출한 재능이 뒷받침해주어도 혼자서는 포백을 상대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를 도와줄 수 있는 포워드가 충분해졌다.
카카도 어중간한 포워드가 아닌 본업인 미드필더로 돌아갈 수 있다.
이번 질라르디노의 골은 그가 주전 경쟁에서 승리했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와 그의 동료들이 서로 잘 어우러져 밀란이 승리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아마, 밀란이 질라르디노를 파는 일은 없을 것이다.
왜냐면 그는 이탈리아의 과거이며 현재이며 미래이니까.
게다가 이제는 든든한 아군까지 얻어 승승장구할 테니까 말이다.

by Lucypel | 2008/01/21 19:16 | Review: UCL/UEFA | 트랙백 | 덧글(9)

[Sports] Serie A 18R: Milan vs Napoli

브라질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었던 경기라느니
새로운 Il Fenomeno, 천부적인 재능을 보았다느니 하고 말이 많았던 경기.
하지만 무엇보다 시즌 내내 침울한 모습만 보여주었던 밀란이
드디어 밀란다운 강력한 경기력을 보여주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역시나 이 경기의 주연은 누가 뭐래도 브라질의 신성, 파투.
무결점 스트라이커라 불리던 셰브첸코의 7번을 이어받게 된 선수이고
아직 채 10대 후반도 되지 않았음에도 천문학적 이적료로 영입한 선수이며
밀란의 감독과 구단주가 밀란과 브라질의 미래라며 추켜세웠던 선수인
이 어린 브라질리언은 나이 제한에 따라 2008년 1월이 되어서야 경기에 나설 수 있었고,
잠시간의 휴식을 가졌던 세리에 아의 밀란은 드디어 그들의 모든 희망을 담아
파투의 데뷔전을 그들의 성지인 산 시로에서 나폴리를 상대로 펼쳐보일 수 있었다.

알레상드르 로드리게스 다 실바, 1989년생.
이제 겨우 19살이 된 파투의 데뷔전은 분명히 대단한 성공이었다.
세계 모든 포워드들의 우상인 호나우두와 투톱으로 출전하여
피치를 좌우로 넓게 사용하는 그의 움직임은 모든 사람의 눈을 사로잡았다.
크지 않은 키에 소년스러운 외모와 아직 왜소한 듯한 체격은 그를 약해 보이게 만들었지만
브라질리언 특유의 안정적인 볼 키핑과 순간적으로 드러나는 천부적인 감각,
그리고 순발력 있는 움직임과 넓은 활동량으로 밀란의 공격을 이끌었다.

개인적으로 파투가 가진 최고의 재능은 그의 유연함에 있다고 생각된다.
다부진 수비수들과의 경합에서도 부드럽게 공을 키핑하며 개인기를 발휘하고
무게 중심을 낮춤으로써 다소 부족한 체중과 피지컬을 보충해내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유연함은 그가 환상적인 속도나 강인한 체력을 갖고 있지 않음에도
수비진과의 경합에서 우위에 설 수 있도록 많은 강점들을 제공해 준다.
특히 그의 개인기가 호나우두의 그것처럼 비현실적일 정도로 화려한 것이 아니라
카카의 그것처럼 심리전과 순발력이 기반한 것임을 생각한다면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분명 파투에게서는 세계 최정상급 선수가 되기에는 아직 부족한 부분도 있었다.
무엇보다 아직 탄탄해 보이지 못하는, 도리어 다소 왜소해 보이는 체격.
물론 포워드가 거대하고 강인한 육체를 가질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몸싸움에서 우위에 설 수 있는 기본적인 피지컬과 체중은 갖춰야 하는데
파투는 다소 가녀린 몸으로 상대 수비수와의 경합에서 휘청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는 키가 크지 않기 때문에 카카와 같은 수준의 강인함까지 요구하는 것은 무리겠지만
비슷한 키의 루니가 갖고 있는 육체적인 강인함을 생각한다면 조금 나아질 필요는 있을 것이다.
물론 그의 나이는 19세에 지나지 않고, 체중은 20세 이후에도 얼마든지 보완할 수 있기에
이러한 부분이 그의 성장에 걸림돌이 되리라고는 절대 생각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또 한 가지의 아쉬움은 다수의 좋은 슈팅에도 하나 밖에 성공시키지 못한 골 결정력.
그의 슈팅은 유연함과 순발력에서 무척 묵직하고 강력한 느낌을 주기는 했지만
다소 골키퍼 정면으로 향하고 있었고 결정적인 순간에서 실수를 하기도 하였다.
셰도로프의 득점 장면에서 파투는 두번이나 완벽한 기회를 가졌지만 모두 실패했고,
이는 그가 경기 종반에 득점할 때까지 끊임없는 아쉬움을 남기게 할 뿐이었다.
그의 재능은 스트라이커로서도 공격형 미드필더로서도 충분할만큼 남아있고
그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이냐에 따라 골 결정력이 큰 문제가 되지 않을수도 있지만,
투톱의 한명, 호나우두의 파트너로 출장하고 싶다면 반드시 보완해야 할 부분일 것이다.
물론 이 역시 보다 경험이 쌓이고 보다 나은 훈련과 조언을 더한다면 나아지겠지만
그의 신체적인, 기술적인 재능을 생각한다면 더 많은 결과를 기대하는 것도 잘못은 아니다.

사실 이렇게 파투가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동안 사실 경기는 황제가 지배했다.
이제는 브라질의 "과거"라고 불리울 정도로 기량이 쇠퇴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이 날 호나우두는 자신이 나이를 먹었음에도 얼마나 위대한 선수인지를 보여주었다.

파투와 함께 투톱으로 선발 출장한 호나우두는 환상적인 두개의 골로 팬들을 감동시켰다.
속도와 활동량은 전성기에 비해 확실히 다소 떨어진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 사실이었지만
카카와 파투라는 빠르고 넓게 움직이는 동료들을 완벽하게 활용하며 경기를 이끌었다.
최전방 뿐만 아니라 좌우 측면과 2선까지 내려와 움직이며 천천히 상대를 조여들어갔고
아직도 건재한 순발력과 결정력, 위치 선정은 첫번째 골과 두번째 골 모두를 성공시켰다.
첫번째 골에서의 절묘한 오프사이드 트랩 파괴와 두번째 골에서의 순간적인 움직임은
아직도 그가 세계 최고의 골잡이 중 한명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우치게 만들 뿐이었다.

게다가 호나우두가 갖고 있는 재능은 단순히 골을 넣는 것 뿐만이 아니었다.
경기 내내 감각적으로 찔러주는 뒷공간 패스는 나폴리의 수비진을 붕괴시킬 수준이었고
파투와 카카, 세도로프 등에게 헌신적인 패스를 내어줌으로써 이타적인 플레이도 보여주었다.
그리고 여전한 기본기와 강인한 육체는 상대에게 쉽게 공을 빼앗기지 않게 해서
최전방 뿐 아니라 2선에서 전체적인 공격 작업을 전개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언제나 밀란을 이야기할 때 빼놓지 말아야 할 카카.
이번 시즌 들어 다른 팀들의 집중 견제 속에서 빛을 잃어가던 카카였지만
호나우두와 파투라는 거대한 선수들이 그에 대한 집중 견제를 와해시킴에 따라
다시금 찬란히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만들어 주었다.
다소 피곤한듯한 모습으로 수비에게 다소 막히는 듯한 장면도 보여주었지만
득점 장면에서의 간결하고 강력한 마무리는 여전히 그의 기량이 건재함을 느끼게 했다.
두 브라질리언과 세도로프, 피를로의 지원을 받는 카카는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이다.

이렇게 파투의 데뷔와 호나우두의 복귀로 공격진의 숨통은 트일 수 있었지만
반면 나폴리에게 두골을 헌납한 수비진은 조금은 처참할 정도로 안쓰러웠다.
말디니-카라제-네스타-보네라로 구성된 포백은 다분히 수비적이었지만
말디니가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함에 따라 거의 스리백에 가까운 상태가 되었다.
하지만 네 선수 모두 기동력이 좋은 선수가 아니라는 점은 커다란 약점이 되었고
나폴리의 재빠른 포워드들은 그 뒷공간을 유린하며 산 시로에서 두골을 챙겨갔다.

사실 말디니-보네라의 풀백은 얀쿨로프스키, 세르징요, 오또, 카푸 등의 풀백에 비해
다분히 수비적인 성향의 선수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수비에서 헛점을 드러냈다는 것은
안첼로티 감독의 선수 기용과 그에 맞는 전술 선택의 문제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수비수들의 대단한 고령화와 이에 따른 기동력의 저하는
파투와 같은 어린 재능이 수비에도 절실히 필요하다는 점을 말해주는 것이다.
기동력이 떨어진 포백과 잔실수가 늘어가는 골키퍼의 조합은
재빠른 포워드들이 뛰는 팀에게는 좋은 먹이감에 불과하다.

나폴리는 이러한 재빠른 포워드를 갖고 있는 팀이었다.
비록 세계 최강 브라질의 포워드들에게 유린당하며 대량 실점하기는 했지만
아르헨티나의 유망주 라베찌를 앞세워 밀란의 경로당 포백을 강하게 압박해냈다.

1985년생, 올해로 23세가 된 173cm, 75kg의 아르헨티나의 포워드는
올 시즌 주전 투톱의 파트너로 활약하던 잘라예타가 네이션스컵으로 차출되었지만
홀로 단신의 몸을 이끌고 밀란의 수비를 유린하며 전반을 대등하게 이끌었다.
좌우로 넓게 움직이면서도 대단히 빠르고, 작은 키에도 단단한 체구를 가지고 있어
밀란의 장신 포백과의 경합에서도 끊임없이 이겨내며 공격을 성공시켰다.
나폴리의 첫골을 어시스트하고 패널티킥을 얻어내 두번째 골도 이끌어냄에 따라
절대 그가 파투에 비해 모자르는 재능을 가진 선수가 아니라고 말하는 듯 했다.
어쩌면 나폴리이기 때문에 또다른 마라도나로 불리우고 있는 라베찌는
분명히 대단한 수준의 포워드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라베찌의 맹활약과 더불어 산 시로에서 대단히 공격적으로 나선 나폴리는
파투의 골로 경기가 거의 결정지어지기 전까지는 끊임없이 밀란에 맞써 싸움에 따라
많은 팬들에게 화려한 경기의 즐거움과 끊임없는 투쟁심에 대한 존경을 이끌어냈다.
어떤 강팀이라도 어마어마한 압박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산 시로 원정에서의 명승부는
이제 갓 세리에 베에서 승격한 나폴리에 대한 좋은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여러 악조건으로 주전 선수가 결장했던 나폴리가 멋진 경기를 펼쳐주고
호나우두의 복귀와 파투의 데뷔로 세간의 주목을 이끌었던 이번 경기는
기대만큼이나 멋진 경기를 팬들에게 보여주면서 밀란의 부활을 알리는 듯 했다.
하지만 투톱 기용에 따른 수비적인 미드필더의 감소와 수비진의 노쇠화라는
커다란 문제점을 밀란에게 다시 한번 각인시켜주는 경기이기도 했다.

이제는 노장 소리를 듣는 호나우두, 카라제 등이 아직도 젊은 축에 속하는 밀란.
말디니에게 모스크바에서의 은퇴 경기를 치뤄주기에는 뭔가 부족해 보인다.

by Lucypel | 2008/01/16 15:53 | Review: UCL/UEFA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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